‘탄생’ 윤시윤, 13년 차 배우의 목표 [인터뷰]
입력 2022. 12.16. 14:58:15

'탄생' 윤시윤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이번에는 무엇을 보여줄까, 그런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가 아니었으면 누가 소화해낼 수 있었을까. 열정과 열연으로 이야기의 서사, 그리고 역할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영화 ‘탄생’(감독 박흥식)으로 연기 진가를 발휘한 배우 윤시윤의 이야기다.

‘탄생’은 바다와 육지를 넘나들며 조선 근대의 길을 열어젖힌 개척자 청년 김대건의 위대한 열정을 그린 대서사 어드벤처다. 한국 최초의 가톨릭 사제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를 그렸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완성된 대본이 아니었어요. 시놉시스의 느낌이었죠. 대사호 되어 있지 않은 대본이라 사료에 가까웠어요. 프랑스어가 많이 나올 줄도 몰랐죠. 저에게는 너무 감사하고, 복된 도전이었어요. 제가 감당할 수만 있다면 의미 있는 도전이었죠.”

윤시윤은 극중 조선 최초의 가톨릭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역을 맡았다. 그는 시놉시스만 나온 대본임에도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건 큰 영광이에요. 제 종교가 기독교이기도 한데 대한민국 역사적 인물 중 김대건 신부를 연기하는 건 영광이었죠. 청년이자 종교인을 연기하는 건 저에게 얼마 남지 않은 기회이자 로또 같은 일이었어요.”

윤시윤은 단순히 실존 인물을 연기하기보다, 종교와 역사를 뛰어넘어 청년 김대건의 뜨거움을 보여줬다. 특히 ‘신념’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며 감동과 여운을 선사하기도. 이런 인물을 표현함에 있어 부담도 컸을 터.



“처음에 너무 감사하고, 벅찬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제작발표회 때 보니까 부담감이 생기더라고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기다리고, 염원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부담됐어요. 바티칸에 갔을 때도 신부님, 교황님이 ‘동양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어줘 감사하다, 기다리고 있었다’라고 해서 너무 부담됐죠. 김대건은 새로운 세상으로 바꿔나가는 개척자이자 꿈꾸는 인물이잖아요. 그런 인물로 표현하려 했고, 집중했죠. 그래서 종교인으로서 성스럽거나 거룩하게 만들고자 욕심을 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는 종교인이자 통역가, 지리학자, 무역가 등 조선의 근대화에 앞장선 조선의 청년 김대건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중국어부터 라틴어, 프랑스어, 영어 등 5개 언어를 사용하고, 서양문물에 밝고 세계지리 등에 관해 편술하고, 세계지도를 번역‧색도화하는 등 세례부터 순교까지 김대건 신부가 걸어온 10년 역사를 보여준다.

“외국어 연습은 한 달 정도 걸렸어요. 현실적으로 단어 뜻을 알고 연기할 순 없었죠. 한글화 되어 있는 프랑스 발음을 하는데 한국 사람이 못하는 발음 몇 가지가 있어요. 입술을 깨물어 하는 것들이 많았죠. 그것을 연습하고, 통째로 다 외웠어요. 음절마다 색깔별로 나눠서 어떤 단어는 폰트를 다르게 하고, 기울기를 다르게 하면서 시각적 정보를 다르게 했죠. 그러면 그림을 보듯 읽으면서 외우게 되더라고요. 촬영할 때 되니까 입술이 부르트기도 했어요. 극중 설산 장면에서 입술이 부르터있는데 분장을 하지 않았거든요. 발음을 연습하며 하도 깨물었더니 헐어버린 거죠.”

‘탄생’은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바. 윤시윤을 필두로 안성기, 윤경호, 김강우, 이문식을 비롯한 명배우진들이 다수 출연을 알려 기대를 더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극을 채우는 외국 배우들의 연기도 눈길을 끈다.



“특별히 이번에는 신앙심이 있는 팀이었어요. 분장 시간이 많다보니 같이 신앙 이야기를 하고, 고민을 나누며 기도를 하고 들어가기도 했죠. 특히 윤경호 형과는 작품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위해 기도해주고, 끌어주면서 했어요. 안성기 선생님은 저에게 배우로서 꿈같은 분이셨어요. 안성기 선생님을 따라하고 싶어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왔죠. 그런 배우가 되는 게 꿈이고, 바람이자 소망이었어요. ‘탄생’을 통해 드디어 만나게 됐죠.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어요. 그럼에도 ‘당신을 롤모델로 하는 작은 배우가 열심히 했습니다’라는 메시지는 전달 됐을 거라 생각해요. 이번 작품에서는 회차가 짧았는데 쾌차하셔서 다른 작품에선 아버지와 아들로 만나길 소망하고 있어요. 문식 선배님에게는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칭찬을 해주셔서 울컥하기도 했죠. 선배님에게 인정받는 건 큰 영광이에요. 연기를 너무 잘하시니까. 자신의 생니를 뽑아 연기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한없이 모자란 후배가 그런 분에게 연기의 진정성을 인정받는 건 영광이죠.”

2009년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데뷔해 곧바로 스타덤에 오른 윤시윤은 이후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이웃집 꽃미남’ ‘총리와 나’ ‘마녀보감’ ‘최고의 한방’ ‘친애하는 판사님께’ ‘녹두꽃’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등 작품에 출연하며 꾸준한 활동을 보였다. 그러나 영화는 2014년 ‘백프로’를 마지막으로 한동안 뜸했다. ‘탄생’은 8년 만에 복귀작인 것.

“늘 무서웠어요. 관객들이 돈을 내고, 영화관에 와서 큰 스크린으로 저를 1대1로 보는 거잖아요.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이 저에게 기회를 주셨지만 냉정한 심판대에 오르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늘 무서웠어요. 그렇지만 거쳐 가야했죠. 이렇게 조금씩 테스트를 통과하다 보면 어느 날에는 신뢰받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테스트를 거치고, 욕도 먹어야겠지만 그렇게 되고 싶어요.”

매 작품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소화한 윤시윤. 이번 작품에서도 면밀한 작품 분석과 흡입력으로 스스로 ‘명품 배우’임을 입증한 그다.

“연기는 ‘나’로부터 출발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저로 연기를 표현해야하죠. 열심히 저로부터 표현하다 보면 내가 아닌, 누군가를 표현할 수 있는 때가 오지 않을까요? 그런 미션을 해나가고 싶어요. 또 다른 하나는 건강한 연기를 하고 싶어요. 목표는 ‘궁금한 배우’가 되는 것이죠. ‘이번에는 무엇을 보여줄까’하는. 그러려면 끊임없이 변화해야하고, 틀린 게 아닌 다름이라고 생각하는 배우가 되어야 겠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민영화사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