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 디테일로 완성한 ‘젠틀맨’ [인터뷰]
입력 2022. 12.30. 17:06:06

'젠틀맨' 주지훈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능글맞은 연기 1인자다.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배우 주지훈. 그가 영화 ‘젠틀맨’(감독 김경원)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4년 만에 스크린 복귀다. 그동안 ‘인질’ ‘헌트’ 등에 특별 출연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2018년 개봉된 ‘암수살인’ 이후 오랜만에 돌아온 그다.

“3~4년 만이에요. 코로나19 때문에 제작발표회를 하지 못하다가 다시 하고, 쇼케이스로 관객들을 만나니 반갑더라고요. 이렇게 즐거운 일이었던가 싶었어요. 요즘 시기에 영화를 개봉하는 건 감사한 일이에요. 경제적인 것도 그렇고, 여러 이유로 영화계가 힘든데 개봉할 수 있어 감사하죠. 오픈할 것도 많아요. 저는 계속을 일을 하고 있었거든요. 코로나 때문에 개봉을 안했을 뿐이지 관객들을 오랜만에 만나 기쁘고, 행복해요.”

‘젠틀맨’은 성공률 100% 흥신소 사장 지헌수가 실종된 의뢰인을 찾기 위해 검사 행세를 하며 불법, 합법 따지지 않고 나쁜 놈들을 쫓는 범죄 오락 영화다. 주지훈은 극중 납치 사건 누명을 벗기 위해 검사로 위장한 흥신소 사장 지현수 역을 맡았다. 능글맞으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주지훈 표’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아무런 레퍼런스가 없었어요. 마블 히어로물은 아닌데 판타지가 있다고 생각했죠. 힘없는 자들이 거대한 악을 이겨나가려고 하잖아요. 불가능한 일이라 그 자체가 판타지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야기를 땅에 붙이려고 했죠. 톤 앤 매너를 가지고 갈 때 캐릭터, 연기 톤을 거의 불가능한 일을 이뤄내는 구성원들이 옆에 있을 법한 구성원으로, 조금 빈틈 있고, 머리가 아닌 피부로, ‘저럴 수 있구나’라는 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죠. 거부감이 들지 않게 넘어갈 수 있게끔 하자고 감독님이 이야기하셨어요.”



‘젠틀맨’은 범죄 오락 영화의 장르적 쾌감을 전하기 위해 시각적 리듬을 더했다. 김경원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과정부터 각 장면에 어우러지는 음악을 고민했고, 특정 장면의 음악을 사전에 기재하는 방식으로 디테일을 높였다. 주지훈은 시나리오에 적어 놓은 음악을 들으며 분석에 들어갔다고 한다.

“감독님이 스마트하세요. 중간에 비트 변주가 있으면 음악을 다 적어놓으셨죠. (음악을) 들으면서 (시나리오를) 보니까 ‘이런 느낌을 내고 싶으시구나’를 알았어요.”

지현수가 거대 악에 맞서는 인물은 권도훈이다. 권도훈은 특수부 검사 출신이자 대형 로펌의 대표 변호사로 박성웅이 맡았다. 박성웅은 한 차례 ‘젠틀맨’을 고사한 바. 그러나 주지훈의 설득에 빌런 역을 맡게 됐다.

“권도훈 역에 성웅이 형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거절하셨어요. (김)남길 형과 저, 성웅이 형 이렇게 세 명의 단톡방이 있거든요. ‘헌트’ 때 만들어진 방이었어요. 성웅이 형에게 ‘거절한 거 어떻게 된 거냐’라고 물으니 전화 와서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넌 왜 출연했냐’라고 묻기에 ‘책으로 승부 보는 거지 않냐’라고 이야기 하니까 자기도 고민해보겠다고 하더라고요. 2시간 만에 다시 전화 와서 (출연)한다고 했어요. 성웅이 형의 빌런은 미묘하게 뭔가 다르다고 느껴졌어요. 너무 뻔한 빌런일 수 있음에도 그런 배우가 필요했죠. 등장만으로도 뭔가가 생기고, 존재 자체로도 무서운 배우가 필요했어요. 성웅이 형 단 한 명만 떠올라 (감독님에게) 추천했죠.”

지현수와 한 팀을 이룬 역할들도 눈에 띈다. 지현수가 이끄는 흥신소의 직원이자 촬영 전문 조창모 역의 강홍석을 비롯해 미행 전문 조필용 역의 이달, 해킹 전문 이랑 역의 박혜은까지. 주지훈은 후배들을 향해 칭찬을 이어갔다.



“아이들이 다 우직해요. 잔머리 굴리는 게 안 보였죠. 사실 잔머리 굴리는 일들이 많아요. ‘우리끼리 해서 신을 따먹어야지, 내가 조금 더 보여야지’ 하는 게 있죠. 배우로서 욕심 있는 건 너무 좋아요. 그러나 비열하지 않게 욕심을 부려야 하죠. 그런 경우가 많지 않지만요. 연기에 진심인 아이들인데도 현장에서 대본에 있는 대로, 소통 그대로 우직하게 하더라고요. 그게 쉽진 않아요. 얼마나 불안하겠어요. 자기도 배우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싶을 텐데. 그런데 우직함이 두각을 만들어냈죠. 결국 작품은 누구하나 돋보여선 안 돼요. 원톱, 투톱 작품의 경우, 누구 한 명이 보일 순 있어요. 이야기를 끌고 가니까 보이는 것이죠. 특이한 연기를 하고, 혼자만 부각되어 보이는 건 경계해야할 일이에요. ‘그 영화에서 너만 보이더라’는 칭찬이 아니거든요. 영화가 잘 되면 배우들도 잘 되는 거고, 흥행이 안 되도 세컨드 찬스가 생기는 거죠.”

이야기의 반전이 공개될 때마다 주지훈은 각기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지현수는 주지훈을 위해 탄생한 캐릭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이처럼 주지훈은 맞춤옷을 입은 듯 완벽한 캐릭터 싱크로로 역할을 탄생시켰다.

“이야기가 촘촘하고, 팔로우할 게 많았던 작품이었어요.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외부적인 메소드가 필요했죠. 톤은 리얼톤으로 가지고 가니까 굳이 헤어스타일을 포마드로 세팅하진 않았어요. 그렇게 하면 되게 클리셰적으로 되잖아요. 어떻게 조금이라도 다듬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메이크업을 안 하는 것으로 결정했죠. 그런 디테일들을 잡아갔어요. 메이크업을 풀로 하지 않거나, 아예 안 하는 식으로요. 이야기 흐름에 따라 얼굴이 달라 보이는 건 결국 감정이 읽히는 거니까 여러 가지를 시도하며 고민했죠. 대부분의 영화는 은유적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라는 장르에서 갑자기 직설적으로 바뀔 때가 있거든요. (지현수가 목적을) 들켰을 때, 과거를 이야기할 때, 능글거리다가 갑자기 톤다운 되면 관객이 튕겨 나갈까봐 어떻게 안 그럴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현장에서도 찍어놓은 다음, ‘너무 직설적이지 않나?’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했죠.”

2006년 MBC 드라마 ‘궁’으로 데뷔한 주지훈은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쌓았다. 이후 2019년 1월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으로 전 세계 ‘K좀비’ 신드롬의 중심에 선 바. 새로운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그는 현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사랑을 받으니 행복해요. 이럴수록 허투루 만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더 채찍질 하고 있죠. ‘피랍’ 촬영으로 모로코에 갔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안녕?’이라고 한국말을 하더라고요. 제가 20대 초반, 파리에 가면 ‘니하오’ 또는 ‘곤니치와’라고 했는데 그게 이상하다곤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저 먼 아프리카에서도 한국말을 하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그게 문화의 힘이라고 느꼈어요. 문화의 힘이 크다는 걸 느껴 허투루 하면 안 되겠다는, 고무적인 파이팅이 생겼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콘텐츠웨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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