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YG의 냉탕과 온탕 사이
입력 2023. 01.03. 13:23:17

양현석

[유진모 칼럼]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연말연시 이틀 사이에 높이 솟구치는 파도 같은 소식들을 잇달아 알려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3일 오전 기준 주가는 5만 400원으로 최근 3개월 기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지만 1년 기준으로는 그리 높은 액수는 아니다.

그 내용이 분명히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YG는 보이 그룹 아이콘과 배우 강동원이 전속 계약 만료로 회사를 떠났음을 알렸다. 그 전에는 빅뱅의 태양과 대성의 전속 계약이 끝났다. 이제 빅뱅 멤버는 지드래곤 하나만 남았다. 하지만 재계약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리고 하루 만인 지난 1일 공식 채널을 통해 7인조 새 걸 그룹 베이비 몬스터의 론칭을 알렸다. 그런데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건 양현석이 대표 프로듀서로서 나섰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알린 것이다. 지난해까지 마약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보복 협박을 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아오던 양현석이 무죄 판결을 받자마자 컴백을 알린 것이다.

그는 승리가 개입된 ‘버닝썬 게이트’가 폭풍처럼 몰아치던 2019년 6월 성접대, 비아이의 마약 수사 무마를 위한 보복 협박 등의 각종 의혹에 휩싸이자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라며 YG의 업무에서 손을 뗄 것을 천명한 뒤 3년 반 만에 공식적으로 재등장한 것이다.

불과 며칠 사이에 숨 쉴 틈 없이 파도 타기를 한 YG의 흐름은 무슨 의미일까?

YG의 간판은 누가 뭐라고 해도 보이 그룹으로는 빅뱅, 걸 그룹으로는 블랙핑크이다. 소속 연예인이 줄지어 떠나가자 한때 블랙핑크 역시 이적한다는 소문이 나왔지만 YG는 곧바로 헛소문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빅뱅이 터져 산산이 부서진 것은 사실이다. 물론 요즘 흐름상 소속사와 상관없이 빅뱅이라는 이름으로 지드래곤, 탑, 태양, 대성이 모여 앨범을 내고 활동할 수는 있다.

하지만 YG가 가져갈 수익금은 네 명 모두의 지분에서 골고루 떼는 게 아니라 지드래곤의 것에서만 수령할 수 있으므로 예전에 비하면 형편없을 게 자명하다. 게다가 음악도 예전 만큼 직접 간섭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물론 빅뱅이라는 이름의 활동이 재현될지도 미지수이고,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YG 소속일 때만큼의 파괴력을 보일지도 오리무중이다.


지드래곤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영향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동력이 떨어져 전성기 만큼은 아니라는 것 역시 주지의 사실이다.일각에서는 태양이 옮긴 회사가 더블랙레이블이라는 점을 들어 '안정설'을 제기하지만 만만치 않다. 더블랙레이블은 힙합 그룹 원타임 출신 프로듀서 테디가 이끄는 회사로 2016년 YG 산하 레이블로 출발했다. 현재 YG가 지분을 30% 정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테디는 오랫동안 YG의 대표 프로듀서로서 음반 제작에 가장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다. 하지만 예전의 그는 YG '소속' 프로듀서였다면 지금은 어엿한 타 연예 기획사의 수장이다. 예전 만큼 YG에 '충성'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하기 힘든 근거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블랙핑크에게 먼저 줄지, 스스로 론칭한 걸 그룹에게 줄지 가늠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제 YG는 테디의 고용주가 아니라 그냥 더블랙레이블의 주주 중 하나일 뿐이다.

만약 YG가 테디에 대해 지배적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면 주가 관리를 위해서라도 태양이 더블랙레이블로 가는 것을 '힘'으로 막는 게 순서였다. 이를 증명하듯 더블랙레이블은 YG와 별개로 신인 걸 그룹을 론칭하기 위해 오디션을 열고 있다. 블랙핑크가 더블랙레이블로 이적한다는 소문이 나돈 것은 전혀 근거가 없어 보이지 않는다. 제작비를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블랙핑크의 앨범을 만든 사람은 테디이기 때문이다.

음반 제작에 있어서 물 흐르듯 가장 유연한 시스템은 싱어 송 라이터가 제 돈을 들여 직접 제작하는 것이다. 그러면 실질적인 제작비를 최소화하고, 제작 과정도 매끄럽다. 그 다음은 싱어 송 라이터의 음반을 총괄 제작자가 돈만 대주는 것이다.

만약 가수가 싱어 송 라이터가 아니라면 총괄 제작자가 돈도 대고, 기획도 하며, 음악도 만들어 주는 것이다. JYP의 박진영이 대표적이다.

그 다음은 총괄 제작자가 돈을 대고, 기획을 해 프로듀서를 고용하는 것이다. 즉 음악은 큰 틀은 구상하지만 내용은 작사가, 작곡가, 프로듀서 등에게 맡긴다. SM의 이수만과 YG의 양현석의 사례이다. 물론 두 사람의 내용은 디테일에 있어서 다르기는 하다. 이수만은 음악은 물론 가사에서 조사까지 꼼꼼하게 챙기기로 유명하다. 양현석은 홍보까지 개입한다.

양현석이 베이비 몬스터의 총괄 프로듀싱을 했다는 것은 그가 음악을 직접 만들었다는 게 아니라 전체 틀만 그려 주고, 음악의 모든 내용은 뮤직 프로듀서와 작가들에게 맡겼다는 의미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YG는 냉탕과 온탕을 퐁당퐁당 오가고 있다. 양현석이 무죄 판결을 받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컴백한 것은 '수장'이 돌아와 무게중심을 잡게 되었다는 점에서 YG의 전사적 차원에서는 분명히 긍정적 현상이다.

하지만 소속 연예인들이 줄줄이 등을 돌리고 있는 현실은 누가 봐도 분명한 누수 현상이니 악재이다. 만약 그 연예인들이 YG를 믿거나 아니면 임직원에게 애정이나 우정을 느낀다면 떠날 리가 만무하다. 이적한다는 것은 전 소속사에서 비전을 못 봤거나, 새 소속사에서 큰 비전을 봤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뜻한다.

게다가 '중심축'인 양현석의 컴백을 보면서도 떠났다.

[유진모 칼럼 / 사진=김혜진 기자, 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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