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패뷸러스' 최민호, 30대가 되어 빛 발한 로맨스 [인터뷰]
- 입력 2023. 01.04. 12:21:07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최민호가 30대에 걸맞는 로맨스 연기로 새로운 설렘을 선사했다.
최민호
지난해 12월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더 패뷸러스’는 패션(fashion)이라 쓰고 열정(passion)이라 읽는 패션계에 인생을 바친 청춘들의 꿈과 사랑, 우정을 그린 하이퍼리얼리즘 로맨스. 최민호는 극 중 열정 빼고 다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옛 연인이었던 지은과 재회하면서 점차 변화하는 포토그래퍼 지우민 역을 맡았다.
“로맨스 하는 모습을 빨리 보여드리고 싶었다. 30대가 됐고 그동안은 주로 영화에서 얼굴을 비춰서 로맨스를 거의 못 보여드렸다. 30대 초반의 감정을 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이젠 30이 넘었으니까 로코물을 통해 성숙한 감정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최민호가 이런 연기를 하고 있다고 보여드릴 수 있게 돼서 다행이고 좋은 작품을 만나게 돼서 좋았다.”
일에도 사랑에도 얽매이지 않는 스타일의 우민은 매사에 열정적이지 않았다. 지은과의 연애에서도 수동적인 태도로 이별 통보를 받지만 다시 친구 사이가 되면서 감정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목표가 생기고 성장해가지만 극 초반엔 일이나 사랑, 모든 일에 쿨하기만 한 우민을 최민호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열정의 아이콘인 ‘불꽃 카리스마’ 최민호에게 우민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였다.
“캐릭터 설명에 열정 빼고 다 갖춘 인물이라는 점이 흥미로워서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굉장히 나랑 반대니까 쉽게 생각하고 대본을 봤는데 생각할수록 훨씬 어렵더라. 열정이 없는 이유가 있고 서사도 있고 계속 혼자서 고민하고 생각하는 캐릭터라 알면 알수록 어려웠던 지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우민이가 변화하는 과정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감정변화가 가장 큰 캐릭터이기 때문에 우민이의 감정선을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더군다나 최민호는 짝사랑 연기도 펼쳐야 했다. 지은이 우민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기 전까지 그는 감정을 꾹꾹 눌러야했다. 우민의 다층적인 감정의 곡선을 밀도있게 보여주기 위해 디테일한 부분끼지 신경 쓴 최민호다. 이후 지은과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 후, 우민은 사랑을 다시 시작한 연인의 모습을 가감없이 그려냈다.
“후반에 우민이의 변화 지점이 있는 걸 알았기 때문에 최대한 초반엔 감정을 숨기려고 노력했다. 표현하고 싶지만 표현하지 않는 숨김이 포인트였다. 우민이 입장에선 좋아하는 마음을 들키는 순간 우정 관계는 끝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변화된 감정선을 보여주고 싶어서 후반부에 쏟아 부은 게 있었다.”
우민이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일과 사랑에 의욕적인 태도로 나아가는 시점부터 최민호는 본체의 모습도 적극적으로 가져왔다.
“실제 저와 닮은 지점은 많이 없다. 감정선이 변화된 이후 직진하는 태도부터는 원래 제가 갖고 있는 캐릭터를 입히려 했고 감독님도 그걸 원하셨다. 우민이가 변화하면서 말하지 못했던 걸 당당히 이야기하고 안 할 법한 행동에 용기를 내는 모습이 제 것에서 보여준 부분이 컸다.”
2008년 그룹 샤이니로 데뷔한 최민호는 배우로서는 올해 10년차를 맞았다. 활발한 행보를 펼치며 매 작품마다 변화무쌍한 매력을 드러낸 최민호는 차근차근 주연 배우로서 발돋움했다. 도전을 통해 스스로 연기력을 입증해온 최민호에게 지난 연기 활동에 대한 소회를 들어봤다. 늘 아쉬움이 있지만 동시에 성장과 배움을 얻고 있다는 최민호. 그가 데뷔부터 지금까지 맡고 있는 열정 캐릭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항상 배우는 것 같다. 연기한 제 모습을 보면 아쉬운 부분도 있고 좋은 부분도 있는데 한 단계 한 단계 배워나가고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매번 처음에 했을 때 부족했던 부분이 다음 단계에선 나아 보이고 현장에서 이끌어가는 부분을 터득하면서 알게 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열정적인 모습도)제 성격 같고 소진된다는 느낌은 못 받는다. 주어진 일에 후회 안 남게 최선을 다하자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부분은 매번 발생하는 것 같다. 충돌하면서 제가 더 배워나가고 발전해가는 게 재미있다.”
사랑보다 현재 최민호의 삶은 일에 쏠려있다. 최민호는 대중에 조금 더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잘 내고 싶다고 말했다. 작품 속에 담긴 궁극적인 메시지를 최민호는 전하고 싶은 목소리라고 표현했다.
“어떻게 보면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 이번 작품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 이리 저리 치이는 네 청춘의 성장 과정이 담겼다. 20대 초반보다 이 나이대가 더 흔들리는 시기라 생각한다. 꿈과 목표가 있다면 흔들리지 않고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과 응원하면서 나아가라는 메시지를 담았는데 잘 표현됐으면 좋겠고 그런 점을 보신 분들이 느끼셨다면 성공한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20대 초, 최민호도 흔들린 순간이 있었나. 그렇다. 18세에 데뷔해 일찍이 연예계에 입문한 최민호는 샤이니로 바쁘게 활동하면서 불안감을 안고 있었다. 이에 최민호도 지금 취업, 진로 등으로 고민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를 응원하고 보듬어주었던 주변 사람들 덕분에 힘들었던 시기에 오래 휘둘리지 않았다. 우민이에게 든든한 힘이 돼준 세 친구들처럼.
“데뷔를 일찍 했다 보니 지금 제 친구들이 스트레스받고 흔들리는 시기가 저는 20대 초반에 왔다. 잘하고 있나? 스스로 채찍질 하고 계속 해도 될지 의구심을 품은 때가 있었다. 그런 과정을 느끼고 극복해 나고 성장하면서 활동하다가 군대를 늦게 갔다. 반면에 다른 친구들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교 간 뒤 군대를 일찍 가고 졸업 후 취업이라는 스트레스에 맞으니 저랑 반대더라. 제가 20대 초 느끼는 걸 지금 느끼고 있구나란 생각을 했다. 흔들리고 있을 때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에게 기댔다. 가족이나 친한 지인들에게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소통으로 성장해 나가려고 했다.”
치열하게 20대의 청춘을 보낸 최민호는 이제 30대의 청춘을 채워나가게 됐다. 샤이니로서 가수 활동을 하면서도 최민호가 연기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배우로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아직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연기를 계속 보여드리고 있는데 저의 다양한 면이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 같다. 그런 점 또한 제가 가져가야될 숙제라 생각한다. 다른 활동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에 연기할 때는 또 다른 매력이나 제가 원래 갖고 있는 매력보다 더 표현해야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 군대 가기 전에는 드라마 보다 영화를 더 찍어서 장르물 위주로 보여드렸다. 30대가 되고 로맨스를 보여드렸으니 빌런 역할도 해보고 싶다. 주로 선한 역할들을 해왔는데 뒤통수 칠 것 같고 뒤에서 악랄하게 웃는 그런 모습은 또 새롭게 보이지 않을까.”
최민호에게 ‘더 패뷸러스’는 30대에 선보인 첫 로맨스 주연작으로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더 패뷸러스’로 2022년을 기막히게 마무리 지은 최민호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다려진다.
“패불러스(fabulous)라는 단어가 화려한, 엄청난 뜻이지 않나. 패션 업계에 있는 드라마다 보니까 예쁘고 멋진 곳에서 촬영을 많이 했다. 패뷸러스한 장소에서 패뷸러스한 배우와 패뷸러스한 촬영을 한 것 같아서 패뷸러스한 필모를 남겼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