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혹은 사업가 강민경의 휴리스틱 도식
- 입력 2023. 01.09. 10:53:41
- [유진모 칼럼]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1억 5000만 원을 기부했다. 하지만 현재 드러난 내용을 보면 일종의 물타기였다. 즉 10개를 얻기 위해 서너 개를 버리는 테크닉이었다. 뒷광고 논란의 무마 기술이었다고밖에 해석이 가능한 게 별로 없다.
강민경
여성 듀오 다비치 멤버 강민경(32)이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녀는 유명 가수라는 배경을 잘 활용해 결코 가격이 만만치 않은 패션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청바지 하나에 15만 원대이니 결코 서민용은 아니다. 그런데 그 쇼핑몰에 직원을 채용하면서 박봉의 '열정 페이'를 제시해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중이다.새해를 맞아 그녀가 운영하는 의류 쇼핑몰이 CS(고객 서비스) 경력자 채용 공고를 올렸다. 조건은 경력 3년 이상 대졸자를 뽑는 데 연봉이 2500만 원이었다. 최저 임금보다 낮았다. 당연히 거센 비판이 일었다. 그러자 강민경은 천연덕스럽게 '나는 몰랐고, 담당 직원이 실수했다.'라는 식의 해명을 내놓았다.
또 그녀는 직원들 수가 너무 많아 사무 용품 구입 비용이 감당이 안 돼 협찬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만약 그녀의 회사가 다비치 강민경의 회사가 아니었다면 협찬을 받을 수 있었을까? 그런데 더욱 가관이었던 것은 운영 비용 절감 차원에서 협찬을 받았다면서 정작 자신의 책상은 700만 원짜리 '고급' 용품이었던 것이다.
사람이 사는 사회에는 솔선수범이라는 게 있다. 단체의 절약이나 희생 등의 선행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지도층이 앞서 실천한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아프리카의 누떼도 임시 서식지의 먹이가 다 떨어지면 생존을 위해 악어에게 잡아먹히는 것을 알면서도 개울을 건너 이동한다. 여기에서도 무리를 위해 일부가 희생된다.
그러나 강민경은 솔선수범이 아니라 천상천하 유아독존처럼 보인다. 강민경 혹은 이 회사에 대한 비난은 계속된다. 동종 업계 평균 연봉이 3694만 원이다. 그런데 강민경 회사는 3~7년 경력자에게 2500만 원을 준다고 한다. 결국 이 회사 평균 연봉이 그 금액인 셈이다. 한 누리꾼은 이 회사 퇴사율이 50%라고 폭로했다. 직원의 만족도가 매우 떨어진다는 증거이다.
강민경은 18살에 다비치로 데뷔했고, 그 인기로 쇼핑몰을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제조사가 아니라 유통사이다. 그녀가 패션 감각이 뛰어날 수 있지만 제작 능력이나 디자인 센스까지 갖췄다는 증거는 매우 부족하다. 남다른 경영 능력을 갖췄을 수는 있겠지만 이번 논란에 미뤄 최소한의 경제적 양심에 대해서는 의심의 소지가 크다.
중국에 아전인수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자기 논에 물 대기'라는 말로 모든 생각과 행동을 자기에게만 이롭도록 기준을 세운다는 뜻이다. 서양 심리학과 인지 과학에는 도식이라는 용어가 있다. 생각이나 행동의 조직된 패턴을 일컫는데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도식에 맞는 정보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심리학에는 또 휴리스틱이라는 용어가 있다. '굳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사용하는 어림짐작의 기술'이다. 아직 정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완숙하지 못한 18살에 연예인이 돼 계속 소속사의 보호를 받으며 살다 어느 정도 성장해 그 지명도를 바탕으로 쇼핑몰 오너가 된 그녀의 휴리스틱과 도식은 '나'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그 증거는 매우 확연하다. 유명 연예인이자 65억 원의 건물주인 그녀는 식당을 경영하지 않는다. 전문 요리사도 아니다. 그러므로 그런 그녀가 자주, 그리고 매우 긴요하게 사용할 것 같지도 않은 가스레인지 하나 가격이 웬만한 집안의 귀한 자식일, 30대 초중반 '강민경 쇼핑몰' 직원의 연봉보다 세다.
사무실 업무보다는 노래를 더 잘하는 게 확실하고, 경영 업무보다는 SNS 활동이 더 활발해 보이는 그녀의 책상이 본업보다 잔업이 더 많아 보이는 '열정 페이' 직원들의 책상보다 '훨씬' 비싸다. 연예인이 유사한 조건의 사람들에 비해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는 이유는 능력과 더불어 수많은 대중을 즐겁게 해주는 광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민경은 현재 절대 대중을 즐겁게 해주지 않는다. 매우 불쾌하고, 불편하게 만들 따름이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