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하이픈 제이 한국 역사 폄하 '유승준 데자뷔'
- 입력 2023. 01.11. 10:18:29
- [유진모 칼럼] 보이 그룹 엔하이픈 멤버 제이(20, 제이 종성 박)가 한국 역사를 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그에 대해 사과했다.제이는 10일 엔하이픈 멤버 성훈과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성훈이 "옛날에는 역사가 재미없었는데 요즘에는 한국사가 재밌다."라고 말하자 제이는 "난 세계사. 솔직히 한국사는 학교 공부로 어느 정도 배워서."라고 응수했다.이에 성훈이 "재밌다. 기록을 너무 잘 해 놓아서."라고 반박하자 제이는 "내가 역사 공부를 좋아하다 보니까 한국사는 정보량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해야 하나?"라고 뒤집었다. 그러자 성훈은 "정보량이 많다. 다 기록해 놨다. 하나하나."라고 반발했다.그럼에도 제이는 "그냥 좀 몇 주 공부하거나 훑어보면 너무 빨리 끝나 버린다고 해야 하나. 단편 소설 같은 느낌이다. 다른 나라들은 정말 끝도 없다. 내가 별의별 나라들을 다 봤는데 끝이 없다. 그런데 한국은 훅 지나가 버린다. '왜 빨리 끝났지?'라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주장했다.
엔하이픈 제이
스티브 승준 유 사태에서 보듯 대한민국 국민들은 민족성 문제에서 특히 순진한 면이 있다. 유는 복수국적자였고, 군 입대 문제로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여야 할 때 예전의 호언장담을 뒤집고 미국 국적을 선택하며 군 입대를 피해 갔다. 그리고 '한국이 그립다.'라며 계속해서 입국을 모색하고 있다. 분명한 건 그가 미국인이라는 점이다.
물론 글로벌이라는 말이 익숙해진 지금 국적이 그리 예민한 사항은 아니지만 때에 따라서는 중요한게 국적이고 영원한 게 또 국적이다. 제이 문제가 그걸 여실히 증명한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이 1776년 7월 4일이다. 물론 그 이전에 영국 청교도들이 신대륙에 진출해 새 나라를 일궜으니 역사는 그보다 더 오래되었지만 대한민국의 5000년 역사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역사가 길다고 그 나라가 우월하다고 함수관계를 성립시키기는 어렵지만 다른 나라보다 앞서 진행된 문명에 대해서만큼은 인정해 주는 게 보편적인 인식론이다. 현재 이집트가 경제적으로 어렵기는 하지만 서양의 모든 나라는 그들의 장구한 역사, 앞선 문명을 인정해 준다. 수많은 관광객이 사막으로 몰리고,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이집트의 유물에 돋보기를 대는 이유이다.
300년 역사의 미국인이 5000년 역사의 한국에 대해 '단편 소설', 즉 역사가 짧다고 주장하는 데에는 분명히 대한민국을 업신여기는 선입관이 기저에 깔려 있을 것이다. 물론 현재 미국이 세계 최강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미국 증권시장의 재채기에 우리 증권시장이 감기에 걸린다는 점도 인정한다. 하지만 역사는 상대적으로 대한민국이 매우 길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단편 소설'은 오히려 미국이다.
제이는 한국 역사의 정보량이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그건 스스로 '나 무식하다.'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가깝게 이씨조선만 하더라도 조선왕조실록이 유네스코세계기록에 등재될 만큼 그 값어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그 내용 또한 방대해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야말로 사골 국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워낙 소비자의 선호도와 친숙함이 조선에 쏠려서 그렇지 고려와 삼국시대로까지 내려가면 그 역사는 더욱 방대해진다. 물론 제이의 세계사가 크다고 본 시선은 틀리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역사가 결코 짧지는 않지만 세계 4대 문명인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황하, 인더스의 우월성은 분명히 우리 문명보다 높게 평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제이의 '다른 나라'와 '별의별 나라'에 비해 우리 역사가 짧거나 뒤진다고는 할 수 없다. 이집트의 건축, 그리스의 철학, 중국의 제지, 이스라엘과 인도의 종교 등에 대해서는 문화와 문명의 우월함에 경의를 표할 수는 있지만 '별의별 나라'에 비해 우리 역사가 짧다는 제이의 주장은 대한민국을 '핫바지'로 여기는 것으로밖에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
9년 안에 제이가 군에 입대할지, 아니면 한국 국적을 버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발언만 놓고 본다면 명약관화하다. 대한민국 거대 연예 기획사들은 아이돌 그룹에 중국인 멤버를 기용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험을 종종 해 왔다. 이젠 미국인도 눈여겨볼 때이다. 과연 제이는 한국 역사를 어떻게 배웠기에 그런 발언을 했는지 대한민국 교육 현실이 궁금하다.
[유진모 칼럼 / 사진=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