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강수연, ‘정이’ 기획하게 된 원동력”…연상호 감독의 新세계관 [종합]
- 입력 2023. 01.12. 13:54:47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SF의 신기원을 열 ‘정이’가 온다.
'정이'
12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는 넷플릭스 영화 ‘정이’(감독 연상호)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연상호 감독, 배우 김현주, 류경수 등이 참석했다.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다.
제목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정이’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소비되던 윤정이라는 인물에 관련된 이야기라 생각했다. 영화 전체 내용은 ‘정이’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영화 제목이 ‘정이’라고 자연스럽게 정해진 것 같다. 새로울 수 있는 SF가 한국인에겐 익숙한 ‘정이’로 이루어진 것도 상당히 재밌겠다는 생각에 선보이게 됐다”라고 소개했다.
‘정이’는 한국형 좀비 장르물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던 연상호 감독의 신작. ‘부산행’ ‘반도’,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을 그렸던 연 감독은 ‘정이’를 통해 SF 장르물에 도전한다. 연상호 감독은 “윤정이는 여러 이데올로기 속 대상화 되어 있는 존재로 살아온 인물이다. 어떻게 보면 영웅, 하나의 엄마로서. 정이라는 인물이 자기를 둘러싼 모든 이데올로기나 아이콘으로써 완벽히 해방되는 걸 상상하며 영화를 기획했다. 그 과정을 SF 상상력으로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옥’으로 한 차례 연상호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김현주는 전설의 전투 용병으로 뇌복제 실험 대상이 되는 정이 역을 맡았다. 그는 “항상 제 안의 욕구, 욕망 같은 것들이 있었지만 그전까지 할 수 없었던 과감한 액션을 할 수 있도록 캐릭터를 맡겨주셔서 의아함이 있었다. ‘정이’는 과한 액션신이 있었다. 액션만 있는 게 아닌, 감정적인 부분에서도 해야 할 게 많았다. ‘정이’는 장르 자체도 희소성이 있는 작품이고, 잘 나오지 않는 작품이다 보니까 장르의 특별함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했다”라고 출연 이유를 전했다.
류경수 또한 ‘지옥’에 이어 김현주, 연상호 감독과 재회했다. 그는 어떻게든 뇌복제 실험을 성공시켜야만 하는 연구소장 상훈 역으로 분한다. 류경수는 “상훈은 크로노이드라는 전투 용병 연구소의 연구소장이다. ‘지옥’의 유지사제와 정 반대 인물이다. 냉소적이고, 자기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면모가 있다면 상훈은 장난스럽기도 하고, 조금 이상하기도 하다. 어떨 때는 자기 기분을 잘 못 숨긴다. 여러 가지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김현주를 캐스팅 한 이유로 “그림체가 맞았다. ‘정이’를 기획하며 생각했던 그림체에 맞는 배우였다. 김현주 배우님이 잘생기지 않았나. 주인공의 그림체가 맞아야 영화를 만드는데 좋은 면이 있다”라며 “‘정이’는 여러 역할이 필요했다. 액션도 액션이지만 거기서 감정을 어떻게 실을 것인가. 연기하면서 힘들었겠지만 로봇이 갑자기 멈추기도 했다. 인간의 연기를 하는 것과 달랐다. 갑자기 작동시키면 멈춰 있다가 감정을 쏟아내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능숙할 수 있는 배우가 김현주 배우님이었다. ‘지옥’하면서 순간적으로 감정을 뽑아내는 걸 잘 봤다”라고 밝혔다. 이어 “액션 연기를 ‘지옥’에서 처음 하셨지만 기본적으로 잘 하신다. ‘지옥’ 때 액션 트레이닝을 엄청 오래하셨다. 트레이닝한 게 아깝더라. 이어서 하면 계속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제안 드렸다. 김현주 배우님과 작업하면 일단 편하다. 편하게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죽이 잘 맞는 느낌도 있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류경수 배우님은 기본적으로 역할을 맡았을 때 설계를 잘한다. 표현하는데 주저가 없더라. 설계가 잘못되면 이상해질 수 있는 캐릭터인데 전체 콘셉트를 잘 준비해왔다. ‘정이’에서 제일 많이 말을 하는 캐릭터가 상훈이다. 전체 영화를 끌고 가는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류경수 배우가 잘 설계해줬다”라고 칭찬했다.
특히 ‘정이’는 ‘원조 월드스타’이자 하늘의 별이 된 故 강수연의 유작이다. 극중 크로노이드 연구소 팀장 서현 역을 맡은 고인은 이 작품을 통해 약 10년 만에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연상호 감독은 “서현은 ‘정이’ 프로젝트의 담당자다. 윤정이의 딸인 거다. 과거에 식물인간이 됐고, 어머니의 뇌를 복제했다. 어머니의 명예를 이 연구로 성공시킴으로 인해 어머니를 영원한 영웅으로 만들려고 한다”면서 “‘정이’의 대본을 쓸 때는 영화화하겠다고 생각하고 쓴 건 아니었다. 대본에서 회의적인 면이 있었다. 예산이 적지 않은 영화라 종합엔터테인먼트적인 이야기여야 하는데 ‘정이’는 윤서현의 사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영화화 되는 것에 대해 집착하진 않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연 감독은 “윤서현 캐릭터를 누가 연기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갑자기 강수연 선배의 이름이 생각나더라. 그때부터 ‘정이’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지옥’ 촬영 도중이었다. 강수연 선배에게 제안 드리기 전부터 넷플릭스에 강수연 선배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찍고 싶다고 구체적으로 이야길 나눴다. (강수연이) 영화를 기획하고, 이 자리까지 오게 된 원동력이 됐다”라고 덧붙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현주, 류경수는 강수연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김현주는 “선배님과 같이 한다고 했을 때 ‘말이 되나?’라고 생각했다. 만날 수 있는 사람인가. 그 전에 한 번도 뵌 적 없는 분이다. 지나가면서도. ‘내가 할 수 있나’라는 생각에 겁을 많이 냈다. ‘내가 어떻게 그분을 보면서 눈을 보고 연기할 수 있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선배님을 처음 뵌 날이 아직도 기억에 난다. 말을 많이 해주셨다”면서 “현장에서는 선배님이 아닌 동료였다. 누구보다 진지하셨고, 열정적이셨다. 고민도 많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현장 밖에서도 저희를 많이 챙겨주셨다. 만약 선배님이 안 계셨다면 두 사람(연상호 감독, 류경수)을 얻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 그 부분에서 선배님에게 너무 감사드린다”라고 이야기했다.
류경수는 “선배님과 만나는 장면이 90% 이상이었다. 연구소에서 상훈은 팀장님 바라기였다. 연기하며 선배님을 존경하는 마음이 많이 투영됐다. 선배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고,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다. 이 자리를 빌려 감독님에게 ‘정이’를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연상호 감독은 “처음 대본을 드려야 했는데 어떻게 드려야할지 모르겠더라. ‘지옥’에서 양익준 배우에게 연락처를 받아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읽씹’을 당해 ‘어떡하나’ 생각이 들더라. 이후 전화가 오셔서 30분간 통화했다. 전화를 끊으니 곁땀이 났더라”라고 회상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이후 뵙고 이야기를 했다. 그때부터 모든 ‘정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까다로우실까봐 걱정했는데 정말 현장을 좋아하시더라. 그리고 후배 배우들을 정말 좋아하셨다. 선배님이 모임을 많이 주선해주시기도 했다. 그때 기억이 많이 남는다”라고 떠올렸다.
‘D.P.’ ‘지옥’ 등을 제작한 클라이맥스 스튜디오가 제작한 ‘정이’는 22세기 미래에서 펼쳐지는 뇌복제 실험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 변신, 그리고 연상호 감독의 SF 장르물로 기대를 모은다. 김현주는 “현장에서 작업할 때 반신반의하는 부분도 있었다.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고, 걱정됐지만 비주얼, 세트 등이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배우들의 신선한 앙상블이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류경수는 “미래 세계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생소할 수 있는 비주얼이 있을 수 있지만 신선하게 다가올 것 같다. 흥미롭고, 신선하고, 재밌는 영화. 연기를 하면서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불러주신 연상호 감독님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너무 가까워진 김현주 선배님에게 감사드리고, 강수연 선배님과 같이 연기할 수 있었던 건 제 인생 최고, 영광의 순간이었다”라고 했다.
연상호 감독은 “‘정이’는 최초로 본 SF 단편 소설 같더라. 필립 K. 딕의 ‘사기꾼 로봇’이라는 단편 소설이었다. 이상한 내용이지만 그때 느낀 재미가 있었다. ‘정이’를 만들 때 단편 소설을 영상으로 만드는 기분으로 만들었다”면서 “소년 연상호가 가진 느낌을 ‘정이’를 통해 받으셨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정이’는 오는 2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