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인터뷰] ‘유령’ 이해영 감독 “영화 구원해준 박해수, 수호천사”
입력 2023. 01.17. 15:34:12

'유령' 이해영 감독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이해영 감독이 배우 박해수를 캐스팅하게 된 비화를 전했다.

이해영 감독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유령’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해수는 극중 신임 총독의 경호대장으로 총독부 내에 잠입한 유령을 잡기 위해 모든 함정을 설계하는 카이토 역을 맡았다. 촬영 2주 전, 카이토 역에 캐스팅 됐다는 박해수에 대해 이해영 감독은 “눈물과 술 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말문을 열며 “제일 처음 ‘유령’을 준비하면서 큰 전제 조건 중 하나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일본인 캐릭터는 일본인을 캐스팅하겠다였다. 일본어를 연습 시켜 연출하는 것에 대해 자신이 없었다. 몇 번의 경험을 해보니까 서로 힘들더라”라고 했다.

이어 “카이토는 특히 영화를 끌고 가야하는데 대사로 끌고 가는 인물이라 초반부터 부지런히 캐스팅 했다. 일본에 지명도가 있는 분을 캐스팅했는데 온 인류가 상상하지 못한 코로나가 터지고, 팬데믹을 겪어 국가 간 교류가 없어졌지 않나. 한일 간 사이도 나빠져서 무비자가 없어지고, 비즈니스 비자도 굉장히 발급이 어려워졌다. 설상가상 일본 배우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의사가 한국으로 출국을 금지시켜 여러 일들로 하차하게 됐다”면서 “다른 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는 길은 불가능해졌다. 촬영 몇 주가 남지 않았으니까. 그때가 작업하며 가장 힘들었던 때”라고 털어놨다.

이해영 감독은 “일본 배우의 캐스팅은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어떤 배우가 있을까 고민했다. 언어의 난관은 우리가 해결할 수 없으니, 다른 캐스팅 조건은 무엇일까 생각하니 언어와 모든 걸 뛰어넘는, 연기로 압도할 수 있는 배우를 찾아야겠더라. 그때 박해수 배우가 들어온 거다. 굉장히 성실하다는 걸 들었다. 여러 난관들을 무찌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제안을 드렸다. 박해수 배우가 이틀 정도 밤을 새면서 시나리오를 읽었다더라. 너무 하고 싶은데 대사가 많고 촬영도 얼마 남지 않아 거절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저를 만나게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그런데 저는 박해수 배우를 첫 눈에 보고, ‘입덕’했다. 상상 이상으로 너무 멋있더라. 제가 원하는 카이토 이미지가 있었다. 박해수 배우가 형식적인 말을 하며 민폐를 끼칠 것 같다고 하더라. 그러나 그 말을 하는 박해수 배우의 표정에 이 이야기를 얼마나 갈망하고, 욕망하는지 들끓고 있더라. 저는 가볍게 그 욕망을 살짝 건드렸다. ‘넌 할 수 있고, 나는 너를 할 수 있게 하겠다’고”라며 “일본어를 2주 안 되는 시간 동안 완벽하게 습득하고, 통째로 외워왔다. 연기를 할 때도 언어를 하고 있지만 어떤 감정에, 어떤 언어인지 한국어로 암기했으니까 거의 완벽한 감정으로 소화했다. 상대방이 일본어로 연기할 때도 리액션이 너무 완벽했다. 괴물같은 성실함, 괴물같은 연기력이었다”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제가 박해수 배우의 손을 넙죽 잡으면서 ‘영화를 구원해줘서 감사하다, 수호천사다’라고 했다. 너무 감사해서 기회만 있으면 격한 마음을 표현했다. 박해수 배우와는 처음 작업해봤는데 본능적으로 연기하는데 성실하게 준비하고, 짜 와서 동물적인 연기를 해내더라”라며 “안타까운 게 있다면 관객들이 자막을 본다고 카이토의 표정을 디테일하게 못 보는 게 아쉽다. 여러 차례 영화를 보시는 분이 계시다면 부디 제발 카이토의 표정을 지켜봐주셨으면 한다. 밀도 높은 연기를 하는데 매 컷마다 모든 형용할 수 없는 수천가지 단어가 스쳐가는 연기를 보여준다. 혐오, 질투, 욕망, 콤플렉스, 분노, 애증, 정말 많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응축된 연기를 매 컷마다 보여준다”라고 놀라워했다.

또 “제가 박해수 배우에게 ‘방금 네 얼굴에 우주가 지나갔다’는 표현을 많이 했다. 너무 감사한 배우다. 정말 존경하는 배우”라고 덧붙였다.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리는 영화다.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서현우의 개성 강한 앙상블 캐스팅과 ‘독전’으로 스타일과 스토리의 성공적인 만남을 이뤄낸 이해영 감독의 신작이다. 오는 18일 개봉.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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