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례 감독, ‘교섭’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 [인터뷰]
입력 2023. 01.21. 07:00:00

'교섭' 임순례 감독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매 작품 진심을 전달한다. 새로운 도전과 시도, 그 뒤의 뚝심과 인간애를 담아 대중들에게 ‘신뢰’를 준다. 영화 ‘교섭’으로 돌아온 임순례 감독이다.

기자는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임순례 감독을 만나 ‘교섭’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교섭’은 최악의 피랍사건으로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과 현지 국정원 요원의 교섭 작전을 그린 영화.

“코로나19 때문에 촬영이 힘들었어요. 또 완전히 여름 한가운데에서 찍었죠. 코로나와 무더위로 힘들었어요. 언어도 영어, 한국어만 하는 게 아닌 영어, 아랍어 외에도 2개가 더 있었어요. 아프가니스탄은 페르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언어 자체도 페르시아 언어로 문자도 달랐어요. 아랍어가 아닌, 페르시아어였죠. 동부 쪽은 또 다른 언어를 써요. 서로 같은 나라 사람끼리도 소통이 안됐죠. 나라가 워낙 크다 보니까. 영화 속에서는 두 가지 언어가 나와야 했어요. 실제 소통할 땐 여러 언어가 난무했죠.”

이 영화는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있었던 ‘샘물교회 피랍사태’를 소재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만들었다. 그러나 소재 자체가 아닌, 그들을 구해내기 위해 애썼던 사람들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 영화를 처음 제안 받았을 때 어떻게 만들어도 논쟁이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시나리오가 나왔을 땐 뭔가 한국영화에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은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죠. 아프간이라는 나라, 탈레반이라는 집단을 시각화했을 때 그런 건 영화에서 본 적 없잖아요. 국제뉴스에서만 보던 것이었죠. 그런 것들을 가깝게 당겨 보여준다는 게 한국영화에서 쉽게 보여줄 수 없는 것이었어요. 한 가지 사건으로 보면 논쟁이 될 수 있지만 심층적으로 들어가면 신념에 관한 이야기에요. 한 집단은 신념에 의해 선교를 하러 가고, 탈레반은 신념에 따라 하죠. 신념과 신념이 부딪히는 지점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리고 국가, 국민의 관계를 보면 국민을 어디까지 국가가 책임질 수 있나. 잘못은 국민이 하는 게 아닌가, 그런 것에 대해 주제가 묵직하고, 큰 테두리에서 던져볼 수 있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다만 사건 자체에 부정적 기류를 영화적으로 잘 조정할 수 있나 고민이 들었죠.”



한국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의 실화를 토대로 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이어 줄기세포 논문 조작사건 소재를 언론인의 모습을 통해 정면 돌파한 ‘제보자’, 그리고 자연에서 얻는 한 끼의 소중함과 힐링을 보여준 ‘리틀 포레스트’까지. 매번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한 임순례 감독은 이번 역시 전혀 다른 장르의 영화를 관객에게 선보인다.

“액션이 처음부터 끝까지 채워진 영화라면 힘들었을 거예요. 보인 방식은 기존과 다르긴 하지만 영화라는 건 예술이니까요. ‘리틀 포레스트’보다 10배 정도 예산이 더 들어간 영화라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면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죠. 새로운 형식과 내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관객들이 액션이라고 부를 만한 장면 등을 넣고자 했죠. 산업적인 부분을 간과할 수 없기에 그런 것들을 생각 안할 순 없었어요.”

임순례 감독의 작품의 공통점은 ‘진정성’이 아닐까. 이러한 소재들이 끌리는 것이냐는 질문에 임 감독은 “인간이 중심이 되는 소재”라고 강조했다.

“아웃사이더들, 사회에서 메인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끌려요. 정재호가 아웃사이더라고 볼 수 없지만, 상황이 아웃사이더인 거죠. 탈레반과 대적해야하는 상황이 아웃사이더인 것 같아요. 인관관계에 상황이 어렵거나, 그런 것에 항상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교섭’은 크게 보면 생명을 구하는 이야기잖아요. 그런 쪽에 관심이 쏠리죠.”



임순례 감독은 오직 생명을 구해야 하는 교섭에 임하는 사람들의 사명감을 극에 담았다. ‘악조건에서도 통념에 굴하지 않고 나아가는 이야기’가 이번에는 인질들을 구출하기 위한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실화와 픽션 믹스, 그 지점은 어디서 끊고, 어떤 방식으로 섞을 것인가 항상 고민했어요.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2019년이었죠. 비슷한 시기에 이러한 소재가 시작된 게 ‘교섭’ ‘피랍’ ‘탈출’. 다 두 글자 작품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탈출’이 ‘모가디슈’로 제목이 바뀌었죠. 제목이 제일 짓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피랍사건 해결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교섭 전문 외교관 정재호 역에는 황정민이 맡았다. 황정민과 임순례 감독은 각각 첫 장편 데뷔작이자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이었던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 21년 만에 ‘교섭’으로 재회, 다시 한 번 작업하게 됐다.

“황정민 씨와 제가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저도 기자간담회나 인터뷰를 통해 알았죠. 황정민 씨도 비슷할 거예요. 이 영화를 하게 된 게 자기 영화의 첫 출발을 할 수 있게 해준 감사함, 어떻게 보면 초짜 때 모습이 아닌, 이만큼 성장했고, 발전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걸 얘기했잖아요. 황정민 씨도 굉장히 다양한 영화를 찍었어요. 경험도 많고. 아이디어도 많아 그런 쪽에 도움을 받았죠. 황정민 씨는 투자의 가장 큰 요인, 요소에 대한 책임감, 열정 등이 굉장히 놀라울 정도로 강했어요. 촬영하면서도 집중하는 에너지가 컸죠. 그런 점들이 고마웠어요.”



현빈은 무슨 수를 쓰든 인질을 구출하려는 중동, 중앙아시아 전문 국정원 요원 박대식 역할로 분했다. 임순례 감독은 언론배급시사회 당시 화제를 모았던 현빈의 과거 회상신에 대한 비하인드를 털어놓기도.

“대식이라는 인물이 과거 트라우마도 있지만 중동 지역을 너무 사랑해서 한국에 돌아올 수 없는 전사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거기서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이죠. 대식을 표현하는데 있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수염, 의상 등을 설정했어요. 과거 회상신은 차별화를 두자고 해서 수염을 없애고, 구릿빛이 아닌 뽀얀 피부와 슈트를 입혔어요. 이 세 가지 밖에 설정하지 않는데 그렇게 나온 거예요. 저는 편집할 때 ‘차별화가 되겠다’ 정도였지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은 몰랐어요.”

오토바이 신을 비롯해 차량에 매달리는 신 등 액션 연기에 대해서도 칭찬을 덧붙였다.

“현빈이라는 배우가 나오면 하나 정도 액션에 대해 기대할 것 같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액션은 전형적인, 장르적인 것과는 조금 달라요. 이유 없이 그러기보다, 영화 관계상 하는 액션을 생각했죠. 현빈 씨도 다양한 영화에서 액션을 했는데 기존과 다른 걸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새롭게 보여주자고 고민했어요. 대역을 전혀 안 쓴 건 아니지만 웬만한 건 현빈 씨가 소화했어요. 경험도 많고, 호흡을 맞췄던 액션팀이라 사전에 철저히 준비를 많이 해왔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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