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의 더블랙레이블 이적 의미
입력 2023. 01.31. 12:04:12

박보검

[유진모 칼럼] 이전 소속사 블러썸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 계약이 끝난 후 YG엔터테인먼트 혹은 방탄소년단의 하이브로 이적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던 배우 박보검이 힙합 그룹 원타임 출신의 테디(박홍준)가 대주주로 있는 더블랙레이블에 안착했다.

결과론적으로 이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지난해 그가 블러썸과 재계약을 안 하고 YG로 이적한다는 소문이 나돈 것은 그가 해외 명품 행사장에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지만 더블랙레이블로 이적한 김세준 비주얼&아트 디렉터와 함께 등장하는 모습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박보검은 무슨 생각으로 더블랙레이블을 선택했고, 향후 이들은 어떤 콤비네이션 혹은 시너지 효과를 보여 줄 것인가?

더블랙레이블은 대중음악 콘텐츠 생산 및 가수 관리 기획사의 성격이 강하다. 즉 상대적으로 배우 매니지먼트와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어 보인다. 요즘 가수와 배우를 병행하는 연예인이 하도 많기 때문에 '그게 무슨 상관이냐?'라는 의문이 있을 수도 있지만 다르기는 하다.

우선 박보검은 배우 데뷔 전 가수 연습생 시절을 거쳤으며 스타덤에 오른 후 음반을 취입했을 만큼 노래 실력이 뛰어나고 음악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기 때문에 더블랙레이블에서 테디와 만나 음악 분야로 뜻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알려졌다시피 테디는 블랙핑크를 비롯해 YG의 싱어 송 라이터를 제외한 거의 모든 뮤지션들의 음악을 프로듀싱해 줬을 만큼 뛰어난 창의력의 소유자이다. 그라면 다른 프로듀서들이 포착하지 못한 박보검의 가수로서의 가능성을 찾아내 그야말로 '박보검의 재발견'을 이룩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걸 그룹이나 보이 그룹으로 시작해 인기를 얻은 후 비교적 쉽게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연 배우로서 성공하는 케이스와 달리 박보검은 역주행을 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김희애, 이병헌, 장동건, 차태현, 소지섭 등 많은 인기 배우들이 프로젝트 형식으로 일시적으로 가수로 활동한 적은 있지만 아이유가 된 적은 없다.


박보검은 30살까지 아직 5개월이 남았다. 아직 젊다는 뜻이다. 발라드는 당연하고 댄스 뮤직까지도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테디의 주특기인 힙합인들 어떠랴.

박보검의 영입은 더블랙레이블이나 YG 입장에서는 매우 긍정적이다. 아니, 더 나아가 날개를 단 격이다. 더블랙레이블은 현재 새 걸 그룹 론칭을 준비 중이라고는 하나 모기업인 YG가 상반기 중 새 걸 그룹 베이비몬스터를 출범시키므로 시기를 조율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즉 아직은 사세 확장이 요원한 상황에서 박보검의 영입으로 자연스럽게 배우 분야로 본격적으로 진출할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박보검은 더블랙레이블의 신인 배우 모집 때 '될성부른 떡잎'을 영입할 수 있는 우선 권리가 되어 준 셈이다.

가수 외에도 많은 배우들을 보유하고 있는 YG는 얼마 전 대표 배우 중 한 명인 강동원을 떠나보냈다. 주가 관리에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산하 기업인 더블랙레이블이 박보검을 영입한 게 호재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더블랙레이블은 아직 상장하지 않은 회사이다. 테디 즉 박홍준이 42%의 주식을 보유한 최대 주주이고, YG는 30%의 2대 주주이지만 여러모로 테디가 양현석(혹은 YG)의 눈치를 안 볼 수는 없는 형국인 것.

나머지 18%는 새한창업투자를 비롯한 소액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지분 구조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 게다가 테디는 얼마전 전문 경영인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넘기고 프로듀싱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상황이다. 즉 그는 양현석보다는 박진영에 가깝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박보검과 더블랙레이블의 만남은 매우 긍정적이기만 한 걸까? 배우로서의 박보검만 놓고 본다면 사실상 패착에 가깝다. 더블랙레이블은 영화나 드라마를 잘 모른다. 사실 YG조차도 다른 배우 전문 연예 기획사에 비교하면 사이즈에 비해 영화나 드라마에 살짝 악한 편이다.


YG 소속 배우의 간판 격인 김희애, 차승원, 최지우, 장현성, 유인나 등은 대부분 베테랑이어서 사실상 따로 관리가 필요없다. 알아서 한다. 중견 배우들이나 신인 배우들은 YG의 거대한 체계가 움직여 준다. 하지만 더블랙레이블은 다르다.

단적인 예로 JYP의 수장이자 가요계의 대표적인 신화인 박진영조차도 2000년대 대표 '망작'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 '5백만불의 사나이'(2012)에 출연하는 '흑역사'를 썼다. 심지어 전문가들은 영화와 드라마조차도 매우 다르다고 자신한다.

테디가 독보적인 프로듀서라고 하지만 그건 음악, 특히 힙합에 강점을 보이는 것이지 영화나 드라마까지 전문적인 것은 아니다. 아니 그는 트로트까지도 잘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블랙레이블의 소속 연예인 구성으로 볼 때 스태프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탁월할 가망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

박보검이 데뷔 12년째에 접어드는 경력의 소유자라고는 하지만 아직 차승원은 아니다. 이승기는 데뷔 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 소속사가 자신의 수익금을 횡령하는 것을 몰랐다.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작품 선택이다. 아무리 배우가 연기력이 뛰어나고 경력이 많다고 하더라도 때때로 대본(시나리오)이나 제작 컨디션을 착각할 때가 있다.

송강호나 설경구라고 하는 작품마다 흥행에 성공하고 평단의 호평을 받은 건 아니다. 다만 확률이 높아 오늘날의 명성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예술적 혜안도 있었지만 주변의 냉정한 혜안도 큰 도움을 줬다. '닳고 닳은' 그들이 배우 전문 기획사에 적을 둔 이유이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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