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 감독이 재해석한 ‘유령’ [인터뷰]
입력 2023. 02.01. 10:55:43

'유령' 이해영 감독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열심히 한 걸 보여드릴 수 있어 감사해요. 개인적으로 제 자신에게는 열심히 해서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어요. 배우들은 많이 사랑받는 영화로 회자되길 바라죠. 팬층도 생겼으면 해요. 그게 제 보람이죠.”

더 업그레이드 된 스타일리시한 연출력이다. 예리한 감각으로 캐릭터 한 명, 한 명에게 디테일한 설정과 서사를 덧입혀 완성시켰다. 영화 ‘독전’ 이후 ‘유령’으로 5년 만에 돌아온 이해영 감독이다.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영화다. 이해영 감독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재미있는 장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 당시 자료들을 많이 찾아보면서 치열하게, 찬란한 삶이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영화적으로 관객들에게 받은 느낌과 영화적으로 잘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죠. 이걸 어렵지 않게 장르적 화법으로 본연의 의무, 엔터테이닝한 느낌으로 보면서도 영화를 보고나서 당시 그들의 투쟁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담아갈 수 있을 정도로 잘 전달하고 싶었어요. 일제강점기는 굉장히 오랫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터부시 되는 때가 있었어요. 감히 영화로 만들 엄두를 못 냈던 때도 있었죠. 몇 년 사이 ‘밀정’ ‘암살’ 등 훌륭한 영화들이 뜨겁게 소통해준 덕분에 ‘유령’은 비로소 이 시대를 장르적으로 접근해도 되겠다, 하고 싶다는 욕심을 감히 낼 수 있는 감수성을 만들어준 작품이에요.”

‘유령’은 중국 소설 ‘풍성’을 원작으로 한 차례 중국에서 영화화된 바. 전형적인 추리물인 원작은 ‘유령’이 누구인지 밝혀지며 끝이 난다. 그러나 국내에 개봉한 ‘유령’은 리메이크가 아닌, 원작 소설의 판권을 구입해 새롭게 각색해 만든 오리지널이다.



“책은 우리나라에 번역돼 정식 출간되지 않았어요. 원작에서는 아주 기초적인 설정만 닮아있고,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해서 이야길 만들었죠. 원작은 밀실 추리극이에요. 그 장르의 소설이었죠. ‘유령’이 누군지 궁금하고, 의심하고, 밝혀내는데서 끝나는 전형적인 밀실 추리극이죠. 그대로 계승하기엔 영감을 주지 못했어요. 이 이야기를 거꾸로 발상을 바꿔 ‘유령’의 이야기로 시작하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싶어 시작하게 됐어요. 전제했던 장르는 추리를 배제한 상태에서 시작해야겠다 싶었죠. 관객들에게 외딴 곳에 갇혀 있고, ‘유령’이 있다고 소개하니 추리극이라는 자세로 영화를 볼 수 있겠지만 추리를 배제하고 알고 보시는 게 영화를 이해하고,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추리를 배제한 채 영화를 보시면 박차경을 따라가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호기심, 의심이 생기거든요. 미리 정보를 가지고 오지 마시고, 추리를 배제하고 보셨으면 해요.”

특히 ‘유령’은 여성 캐릭터들의 전례 없는 활약이 눈길을 끈다. 이야기의 축이 되는 총독부 통신과 암호 전문 기록 담당 박차경 역에는 이하늬가 분했다. 박차경과 연대하는 총독부 정무총감 직속 비서 유리코 역은 박소담이 맡았다. 여성 캐릭터들의 연대는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

“영화를 시작할 때 박차경의 뒷모습을 따라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 또래 여배우들을 머릿속에 그려봤을 때 유일하게 ‘원 앤 온리’로 있던 배우가 이하늬였죠. 이하늬 배우가 가지고 있는 큰 사람의 느낌이 있잖아요. 단단하고, 자기 철학이 있는 느낌이었죠. 배우를 떠나 사람이 주는 느낌이 큰 영감을 불러 일으켰어요. 사전에 익숙했던 이하늬 배우는 에너지가 넘치고, 에너지를 발산하는 캐릭터였어요. 에너지를 안으로 품고, 많이 누르고, 그런 채로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죠. 사람 이하늬에 대한 기대, 배우 이하늬에 대한 호기심이 함께 작용해 ‘원 앤 온리, 유일한 카드’가 됐어요. ‘이하늬가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오직 하나의 카드를 놓고 작업했던 것 같아요.”



극 초반, ‘유령’의 존재를 알리는 인물은 난영이다. 난영은 항일조직 흑색단의 단원으로서 활약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유령’으로 총독부 내에 있는 항일조직 스파이 ‘유령’에게 정보를 전달받아 임무를 수행하는 행동 요원이다. 이 역할에는 이솜이 맡아 차경 역의 이하늬와 케미를 형성한다.

“난영 캐릭터는 실제 등장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영향을 주는 캐릭터에요. 배우 자체가 주는 몫이 클 거라 생각했죠. 관객들에게 익숙하고, 나왔을 때 바로 인지되는, 그런 위력이 있는 배우가 해주길 바랐어요. 이솜 배우는 너무 같이 일해보고 싶기도 했죠. 그 배우가 가지고 있는, 시크한 느낌이 있잖아요. 그런데 웃을 땐 한없이 러블리하죠. 두 개 다 필요했어요. 단단하고, 시크한 모습과 미소 지을 때 한없이 사랑스러워지는 폭넓은 스펙트럼이 필요했죠. 또 이하늬와 둘이 있을 때 조화가 궁금했어요. 동시에 화면에 담고 싶은 욕심도 컸죠. 두 사람의 매력을 뜯어먹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여실히 드러나요.”

‘유령’은 ‘천하장사 마돈나’ ‘페스티발’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독전’에 이어 이해영 감독이 직접 쓰고, 연출한 다섯 번째 영화다. 특히 2018년 개봉돼 5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독전’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은 바.

“‘독전’은 저에게 첫 본격 장르 영화였어요. 농담 삼아 신인감독이 첫 영화를 만드는 기분으로 만들었다고 했지만 진심이었죠. 장르를 잘 수행해야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유령’은 본격적인 장르 영화의 두 번째다 보니까 밀접하게 장르 안에서 유희하고, 즐겁게 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심히 하는 건 늘 열심히 하지만 ‘유령’은 캐스팅 단계부터 시작해 후반까지 쉽지 않은 일들이 있었죠. 매 단계에 많은 노력을 요구했어요. 긴 후반작업의 시간 동안 매일, 꼼꼼하게 열심히 했어요. 정말 열심히 해서 비로소 극장에 걸려 관객들에게 보여드릴 기회가 와서 너무 감사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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