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서현우, 빛난 도전정신 [인터뷰]
입력 2023. 02.06. 16:15:34

'유령' 서현우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작품 전체 분위기에 방해되지 않고, 스며들 수 있을까란 난제가 있었어요. 걱정을 안고 하게 됐죠. 그럼에도 캐릭터가 재밌었어요. 도전정신으로 하게 됐죠,”

배우 서현우에게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은 ‘도전’이었다고 한다. 말투, 행동뿐만 아니라 캐릭터 표현에 디테일을 주며 ‘천의 얼굴’을 증명해낸 그.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찰떡같은 소화력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작품. 서현우는 극중 통신과 암호 해독을 담당하는 천은호 계장으로 분했다.

“‘헤어질 결심’과 ‘악의 꽃’을 끝내고 준비하게 됐어요. 이해영 감독님께서 연락이 오셨죠. ‘내가 요즘 너에게 보내고 싶은 시나리오가 있어’라고. 처음에 시나리오를 봤을 때 작품 전체는 재밌는데 천계장 역은 너무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독립운동에 대한 시대적 사명도 있고, 힘 있는 인물들 사이에서 천계장이라는 인물이 괜찮을까 싶었거든요.”



천계장은 극중 감초 역할로 재미의 한 축을 담당했다. 높은 지적 능력을 지닌 암호문 해독 전문가인 그는 유령의 용의선상에 올라 바닷가 절벽 위 외딴 호텔에 모이게 된 후 24시간 자신이 유령임을 고백하거나, 유령이 누구인지를 지목해야 하는 진중하고,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고양이 하나짱을 위해 집으로 돌아가려고 눈물겨운 노력을 펼치며 유머러스함과 함께 관객의 숨통을 틔웠다.

“감독님께서 처음에는 일제강점기에 평범한, 모두가 다 항일을 하고 있는 정말 평범한 사람, 현실적인 사람을 그리고 싶다고 하셨어요. 이 인물이 다른 분들과 대의명분이 가족,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닌, 호텔을 벗어나야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 뭘까 고민했죠. 그래서 설정한 게 반려묘였어요. 반려묘를 위해서 나가야만 하는 인물이죠. 그러면서 구축된 게 천계장의 괴짜스러움이었어요. 미신을 믿기도 하고요. 촬영 때문에 간접적으로 체험했지만 암호해독이 굉장히 정교한 일이에요. 순서도 있고, 실수가 있으면 안 됐죠. 정교한 일을 하는 직업이다 보니 독특한 질감의 성격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접근했어요. 천계장은 당대 엘리트에요. 조선총독부에 해독담당으로 온 이지적인 캐릭터인데 그 이상의 괴짜스러운 믿음도 있었죠. 잘 스며들고, 넘치지 않게, 큰 과제를 안은 듯 특수임무를 맡은 느낌이었어요.”

서현우는 안경과 팔토시로 인물의 직업적인 디테일을 더하고, 통통한 체형에 수염, 그리고 독특한 행동과 말투 등을 연구해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특히 그는 천은호라는 인물에 녹아들기 위해 ‘헤어질 결심’보다 2kg 더 증량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대사에 애드리브가 없었어요. 애드리브가 있을 법한 인물이었는데 말이죠. 제스처나 행동적인 것에는 애드리브가 가미됐어요. 설정이나 콘셉트가 준비단계에서 정해져 들어갔죠. 천계장을 분석하고, 대사를 정리하면서 과연 현장에서 어떤 그림이 나올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더라고요. 안경과 콧수염에도 종류가 많았어요. 디테일하게 선별해내고, 안경도 과하지 않게 설정했죠. 착장도 일부러 타이트한 핏으로 입었어요. 안에서는 밀어 나오려고 하고, 겉은 저를 잠그려고 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이려 했죠. 정교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통제하는, 하지만 삐죽 뿜어져 나오려고 하는 옷을 입고 움직여요. 손을 처리하기가 힘들어서 배 위에 올리니까 감독님이 ‘천계장 같아’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제스처를 결정해나갔어요.”



이해영 감독은 서현우가 분한 천은호 계장을 향해 ‘사랑스러운 천계장’이라 칭한 바. 이를 들은 서현우는 “민망하기도 하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여태까지 해온 역할들이 강한 캐릭터였잖아요. 제 안에 있는, 혹은 추가적으로 창작이 되는 질감을 봐주시고, 수면위로 올려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하진 않았거든요. 장난감 쥐를 보고, 하나짱을 떠올리며 쓰다듬는데 이런 것들을 현장에서 같이 찾았던 것 같아요. ‘유령’을 하면서 느낀 건 ‘배우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였어요. 이전에는 구체적이지 않은 감사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정확하게 구체화됐죠. 어떤 부분이 감사한지 너무 알겠더라고요. 생명력을 넣어주신 분들이 계셨어요. 촬영을 준비하면서도 되게 든든했죠. 혼자 준비한 걸 보여주고, 돌아오는 시스템이 아닌, 수용하고 같이 만들어내는 작업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천계장도 그렇게 탄생한 거죠.”

서현우의 2022년은 ‘열일’을 한 한 해다. 스크린과 안방을 넘나들며 ‘다작왕’에 등극한 그는 ‘소현우’라는 별명을 얻기도. ‘유령’으로 힘찬 포문을 연 그는 2023년 역시 바쁜 행보로 대중들을 만날 예정이다.

“여러 요인이 있었던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정체된 영화들이 쏟아지기도 했고, 쏟아질 적 제가 출연한 영화들이 감사하게도 많이 풀리기도 했죠. 자연스럽게 드라마 촬영도 하면서 작품이 한 번에 많이 풀렸어요. 겹경사를 넘어 체감을 하고 있죠.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옆에 계신 분이 ‘잘 보고 있습니다’라고 해주시더라고요. 참 신기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책임감도 느껴지고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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