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사건 모티브 ‘다음 소희’, 세상을 향한 질문 [씨네리뷰]
입력 2023. 02.08. 10:38:37

'다음 소희'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2017년 1월, 전주에서 대기업 통신회사의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갔던 고등학생이 3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고된 감정노동과 실적 압박에 놓인 열악한 업무환경이 드러났고, 많은 이들은 분노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우리는 제주도 생수 공장, 여수 요트 업체 등 수많은 일터에서 어린 이름들을 만나야 했다.

아이들의 고통을 외면한 사회 어른들을 향한 꾸짖음을 담았다. 동시에 우리 곁, 어디선가 묵묵히 살아가고 있을 소희들을 위로한다. 영화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의 외침이다.

“나 이제 사무직 여직원이다”라며 생긋 웃음 지은 열여덟 소희(김시은). 단짝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과 춤추는 것이 가장 즐거운 소희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졸업을 앞두고 설렘과 기대를 안은 채 대기업의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매일, 실시간으로 실적 압박을 받고, 극심한 감정노동까지. 어느 순간 입을 다물게 된 소희는 결국 ‘죽음’을 택한다.

소희의 이야기가 영화의 전반이었다면 후반은 유진(배두나)이 끌고 간다. 오랜만에 서에 복귀한 형사 유진은 복직하자마자 소희 사건을 맡는다. 유진은 소희가 다녀갔던 곳을 거꾸로 되짚어가던 중 은폐된 실체를 발견하고,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다음 소희’는 당찬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가 현장실습에 나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이를 조사하던 형사 유진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다. 전주에서 일어난 콜센터 현장실습생 사건이 이 영화의 모티브다.



2020년 말, 영화의 시나리오와 연출 제안을 받은 정주리 감독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접했다. 정 감독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참혹한 사건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왜?’라는 질문에 좀처럼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이 가능하도록 만든, 침묵의 방조자는 나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은 정 감독은 ‘다음 소희’를 반드시 세상에 내놓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기에 정주리 감독에게는 반드시 유진의 이야기가 필요했다. 영화 속 유진이 우리를 대신해 나서야만 했던 것.

정 감독은 가상의 인물 유진을 통해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를 명확히 단정 지을 수 없는 현대 사회의 그늘을 보여준다. 또 소희의 죽음과 그 이후에 느낄 유진의 무력감을 현실적으로 담아내며 다음에 올 아이들을 걱정하는 존재를 남겨둔다.

‘다음 소희’는 소희가 겪은 일들이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이거나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세상 모든 ‘소희’에게 위로를 전한다.

현실을 되돌아보고,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듦에는 배우 배두나, 김시은의 열연이 더해졌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유진 역에 배두나를 떠올렸다”라고 밝힌 정주리 감독은 시나리오를 마무리 하자마자 배두나에게 연락했다. 앞서 두 사람은 ‘도희야’로 호흡을 맞춘 바. 7년 만에 ‘다음 소희’로 정주리 감독과 재회한 배두나는 극 중반부에 모습을 드러냄에도 불구, 마지막까지 긴장과 감정을 끌고 간다.

유진과 달리 소희는 기존의 한국 영화에서 본 적 없는 참신한 얼굴을 원했던 정주리 감독은 김시은을 소희 역으로 낙점했다. 김시은은 소희가 겪는 과정과 감정의 파고를 완벽하게 이해, 섬세하고 세밀하게 그려낸다. 전반부를 홀로 이끌어감에 부족함 없는 연기를 보여준다.

지난해 5월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을 통해 처음 공개된 ‘다음 소희’는 한국 영화 최초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또 북미 최대 장르 영화제인 캐나다 판타지아국제영화제에서도 폐막작으로 선정돼 감독상, 관객상 2관왕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해외 유수 영화제로부터 연이은 러브콜을 받았다. 오늘(8일) 개봉됐으며 15세이상관람, 러닝타임은 138분이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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