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대 SHOUT] 미적지근한 '베토벤', 제대로 닿지 않는 그들의 사랑
- 입력 2023. 02.08. 14:22:45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올해 첫 대형 신작 뮤지컬로 화제를 모았던 뮤지컬 '베토벤; Beethoven Secret'(이하 '베토벤')이 야심차게 막을 올렸지만 관객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베토벤
'베토벤'은 7년에 걸쳐 수백 억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레베카', '엘리자벳', '모차르트!' 등을 만든 스타 극작가 미하엘 쿤체, 작곡가 실베스터 러베이가 국내 제작사 EMK와 함께 공을 들여 만든 작품이다.
작품은 베토벤이 청력을 잃어가던 1810년부터 1812년을 배경으로 음악적 고뇌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클래식의 거장' 작곡가 베토벤의 음악가적 면모보다는 인간 베토벤의 면모를 담아낸다. 극 중의 베토벤은 화려한 삶을 즐기는 음악가가 아닌 아버지의 부재나 외모에 대한 지독한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으로, 탁월한 재능으로 음악가가 되었지만, 청력을 상실하게 되는 한 명의 상처받은 인간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때문에 작품은 굴곡진 삶을 살았던 외롭고 상처받은 영혼의 소유자 베토벤이 그의 영혼을 바라보고 손을 내민 운명의 사랑, 안토니(토니) 브렌타노를 만난 후의 서사를 중점적으로 그린다. 하지만 제작진이 의도했던 '베토벤의 사랑'은 관객들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극의 개연성이 부족하다", "서사가 빈약하다", "공감되지 않는다" 등 아쉽다는 반응이 첫 공연 이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베토벤'은 클래식과 뮤지컬, 두 경계에 있는 관객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교향곡 3번 Op.55(영웅 교향곡), 교향곡 5번 Op.67(운명 교향곡)을 비롯해 피아노 소나타 8번 Op.13(비창), 피아노 소나타 14번 Op.27-2(월광) 등 베토벤의 명곡을 뮤지컬적 멜로디로 풀어낸 음악으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다만, 클래식 음악에 대해 문외한에게도 귀에 익숙한 베토벤의 음악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도 있겠다. 베토벤 음악에 대한 기대감이 워낙 큰 만큼, 다소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넘버가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무대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모던하면서도 웅장하게 구현된 19세기의 오스트리아 빈, 프라하의 명소인 카를교를 비롯해 실제 베토벤의 장례식 당시 내리쳤던 천둥 번개와 폭우, 그리고 베토벤의 영혼을 상징하는 피아노 등을 효과적으로 배치한 무대는 165분간 한 사람의 고독과 환희, 절망을 미학적으로 담아낸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1막의 엔딩. 폐쇄된 베토벤의 세계를 형상화한 듯한 한 치의 틈도 없이 맞물려 있던 벽들이 한 폭의 그림과 같이 활짝 열린다. 베토벤의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듯한 상징성과 탁월한 연출, 그리고 시각적 해방감까지 3박자가 절묘하게 맞물리며 관객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베토벤 역의 박효신·박은태·카이, 토니 역의 조정은·옥주현·윤공주 등 배우들의 연기력과 가창력 역시 '호불호' 없이 좋은 평을 얻고 있다.
호불호 평가 속 '베토벤'은 KOPIS(공연예술통합전산망) 기준 월간, 주간 유료티켓판매수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개막 이후 단 18회의 공연 만에 점유율 84%, 관객 수 3만명이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예매사이트 평점은 7점대다. 다른 대형 뮤지컬이 평균 평점 9점대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아쉬운 성적이다.
'베토벤; Beethoven Secret'은 오는 3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상연된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EMK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