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옹이 탈세 혐의, 만화만 그려서 그렇다는 해명 혹은 핑계
- 입력 2023. 02.13. 13:53:16
- [유진모 칼럼] 웹툰 '여신강림'의 야옹이(31, 본명 김나영) 작가가 탈세 혐의로 세무 조사 대상에 오른 사실을 시인한 가운데 웹툰 '프리드로우'의 작가인 남편 전선욱(35)이 그녀를 두둔하고 나서 거듭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지난 9일 국세청은 "웹툰 작가가 법인 명의로 슈퍼 카 여러 대를 쓰고 법인 신용카드로 명품을 사들였다. 실제 일하지 않은 자신의 가족에게 월급을 지급해 법인 자금을 유출하기도 했다."라면서 84명의 유명 유튜버와 웹툰 작가에 대해 세무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이후 한 매체에선 이 내용과 함께 야옹이 작가가 과거 SNS에 자랑했던 슈퍼 카 인증 사진을 자료로 사용해 보도했다. 야옹이 작가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됐으나 누리꾼들은 한눈에 그녀를 알아봤다. 게다가 야옹이 작가는 이 사진들을 삭제하며 오히려 의혹에 힘을 실었다.
야옹이 작가
차량 문제는 법인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다는 것인지, 법인 카드로 사적인 차량을 구입한 적 없다는 뜻인지 불분명하다. 국어 수준이 낮은 것인지, 아니면 상당히 높아 말재간을 부린 것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그럼에도 '잘못 처리한 일부 항목에 대해서 세금이 부과되었다.'라고 인정한 내용 역시 불확실하다. 구렁이 담 넘어가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까지 한다.
결정적인 패착은 전 작가의 '아무것도 모르고 만화만 그려 온 삶을 살았기에.'라는 변명이다. 별 생각 없이 지나치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고개를 주억거릴 수도 있겠지만 한 템포 쉬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변명, 아니 망발이다. 그 취지는 학교 졸업 후 오로지 만화만 그리느라 제대로 사회 경험을 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납세 의무에 둔감했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그게 해명일까? 만약 전 작가의 발언이 이치와 현실에 맞는다면 세무 전문가를 제외한 이 세상 모든 전문직 사람들은 납세에 한두 번쯤 잘못을 저질러야 정상이다. 납세의 의무를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4대 의무는 초등학교 때 배운다. 수입이 생기거나 사람 사이에 돈이 오가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은 코흘리개 시절부터 배우는 기초 상식이다.
얼마 전 배우 장근석의 어머니는 그동안 밀린 세금을 납부했다. 그렇다면 그녀는 "평생 남편 뒷바라지하고, 자식 키우는 주부 역할을 하느라 몰랐다."라고 변명해야 한다. 이모저모로 언론에 밉상이 된 도끼조차도 세금 체납에 대해 "평생 음악만 하느라."라는 변명은 하지 않았다.
야옹이 작가는 사과문에서 전문 회계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들 부부가 공개한 입장문만 놓고 본다면 전 작가보다 야옹이 작가가 문제점을 살짝 더 잘 파악하고 있다고 보인다. 1인 법인을 설립한 것은 세금 문제와 연관이 없지 않다. 전문 회계사까지 고용할 정도면 자신이 처한 처지를 잘 깨닫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때로는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일 때도 있다.
그동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유명 유튜버와 웹툰 작가에 대한 세금 징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해 왔다. 물론 세금의 형평성 논란은 한두 분야의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직도 숙제가 산더미 같기는 하다. 어찌 됐든 디지털 시대를 맞아 새로운 고소득층으로 떠오른 인기 유튜버와 웹툰-웹 소설 작가의 납세에 대한 감시의 눈초리는 강화되어야 마땅하다.
직업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샐러리맨들은 그런 고소득층보다 훨씬 수입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투명한 급여 명세 때문에 원천징수로써 꼬박꼬박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심지어 연말에 더 낸 세금을 돌려받을 만큼 평소에 더 원천징수당하기도 한다. 돈 잘 버는 개인 사업자가 세금을 더 냈다는 이야기는 아직 보도된 바 없다.
[유진모 칼럼 / 사진=MBC '라디오스타' 제공, 야옹이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