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 이해' 정가람, 늘 그래왔듯 최선의 선택 [인터뷰]
- 입력 2023. 02.17. 09:23:00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정가람이 한 층 무르익은 감정 연기로 전역 후 복귀작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정가람
지난 9일 막을 내린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극본 이서현 이현정, 연출 조영민)는 각기 다른 이해(利害)를 가진 이들이 서로를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이해(理解)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멜로드라마. 이혁진 작가의 동명소설 ‘사랑의 이해’를 원작으로 한다.
‘사랑의 이해’를 통해 정가람은 제대 후 첫 복귀를 알리게 됐다.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종현을 비롯한 네 명의 캐릭터들 각각의 감정이 모두 공감됐다는 정가람은 ‘사랑의 이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대본을 너무 재밌게 읽었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네 명에 얽힌 이야기는 다룰 뿐만 아니라 종현이도 제가 도전적으로 표현해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배우라면 누구나 욕심낼 만한 캐릭터였던 것 같다. 어떤 상황에 나오는 종현이의 감정들이 리얼했다. 드라마처럼 계속 이겨내고 이런 것보다 좌절하고 쓰러지고 망가지는 것들이 누구나 한번쯤 겪을 법한 모습이지 않나. 종현, 상수, 수영 미경이를 보면서 각자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어서 더 재밌게 봤다.”
누구보다 종현에 깊이 몰입한 정가람은 현실적인 청춘의 표상을 입체감 있게 그려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부터 반복되는 좌절과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방황하는 모습까지 정가람은 종현의 다양한 감정선을 소화해야했다. 이에 정가람은 주변도 둘러보고 연기를 시작하면서 20대 초 고생했던 시간을 떠올리기도 했다.
“고시공부를 하면서 힘들어하는 친구나 여러 친구들을 보면서 저도 어릴 때부터 일을 계속했는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청년이었다. 시골에서 올라와서 열심히 하려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고 저도 그렇게 살고 있어서 더 공감이 많이 됐던 것 같다. 미래에 대한 불안하지만 늘 꿈은 갖고 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현실이 긍정적이지 않을 때는 좌절을 겪고 혼자 쥐구멍에 들어가기도 했는데 현실에선 혼자 나와야 하지 않나. 그래서 지금은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종현의 곁에서 응원해주고 격려해주고 힘이 돼주던 수영은 헌신적인 여자친구였다. 정가람은 수영과 같은 존재로 한치의 망설임 없이 부모님을 언급했다. 연기의 꿈을 갖게 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부모님은 정가람의 1호 팬이었다.
“어릴 때는 오디션에서 떨어질 때마다 ‘이게 맞나?’하는 순간도 많아서 혼자 울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부모님이 의지할 수 있게 큰 힘이 돼주셨다. 그래서 부모님한테 잘 해드리고 싶고 항상 건강하게 지내셨으면 한다. 가족 간의 애정이 깊다. 부모님이 늦은 시간인데도 매번 드라마 보시고 잘 봤다고 연락 주신다. 매일 다시 보기로도 본다고 해서 감사하고 정말 응원을 많이 해주신다.”
수영이 일으킨 돌발 행동으로 수영과 종현의 사이는 한순간에 파멸로 치 닫았다. 다만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엔딩에서 종현과 수영은 우연히 마주친다. 어떤 인사나 대화를 나누진 않고 지나치지만 무언가 서로에 대한 추억은 아름답게 간직한 전 연인의 모습이었다. 종현을 바라보며 미소짓는 수영과, 지나가는 수영의 뒷모습을 향해 경례하는 종현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수영이 경찰이 돼서 교통정리를 하는 종현을 멀리서 바라보고 웃는 웃음의 의미가 꼭 어미새가 둥지를 떠난 아기새를 바라보는 느낌이다. 그렇게 가는 수영이한테 경례하는 건 마음에 대한 감사, 종현이 입장에선 인생에서 성장시켜준 은인 같은 사람이니까. 물질적인 도움도 받고 인간으로서 성장했던 감정으로 그렇게 끝나는 게 아름답고 마지막은 정말 드라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이해’는 두 커플의 대조적인 사랑을 담기도 했다. 서로 다른 상황만큼이나 다른 어려움을 겪는 사랑은 또 다른 이해와 인내를 필요로 했다.
“네 명의 사랑 방식이 다른데서 흥미가 넘쳤는데 그 중에서도 저는 미경이에 대한 사랑이 너무 재밌었다. 쉽게 접해보지 못했지만 설득력 있게 다가왔달까.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사랑은 안 되는 게 어렵고 복잡하고. 개인적으로 상수와 미경이의 이야기도 재밌었다. 수영과 종현이는 숨이 막힌다면 상수와 미경이는 여유가 있지만 뜻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오는 애절하고 마음 아픈 게 있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수영과 종현의 로맨스는 더 달달해지기보다 서로에게 지쳐가고 식어간다. 수영과 종현이 나눈 감정이 사랑이 맞았을까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이와 관련해 정가람은 사랑의 여러 종류를 들어 설명했다.
“저는 사랑에 대해서 진중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부모님이 잘 지내시는 모습도 보다보니 어릴 때부터 사랑이라는 것에 긍정적인 편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사랑을 존중한다. 비슷하지 않지만 강아지를 사랑하는 것처럼 수영이가 종현이한테 주는 사랑의 본질이 상수와는 다르지만 사랑이라 부를 순 있지 않을까.”
정가람은 사랑을 이해하게 됐을까. 수영과 종현은 사랑을 시작하고 끝맺으면서까지 무수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그 선택들은 어찌됐건 결과를 만들어냈다. 정가람은 최고의 선택이 아니었어도 결국 그 당시 할 수 있던 최선의 선택들이 모여진 것이 사랑이라고 봤다.
“드라마를 다 보고나면 네 사람의 청춘이 그 때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의 이해’를 하면서 종현이가 이러한 선택을 하고 나중에 수영이가 이런저런 선택을 하고 후회될지언정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모습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그럴 것 같다.”
실제 정가람의 애정관도 안 물어볼 수가 없다. 사랑을 할 때 정가람은 어떤 스타일이냐는 물음에 정가람은 조심스럽게 말하면서도 거침없는 입담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저는 되게 진중한 스타일이다. 양보하고 배려하고 올인한다는 말이 가장 간단명료한 것 같다. 사실 아직 제가 결혼은 못 했으니 냉정하게 말하면 헤어진 건 실패한 게 아닌가. 종현이를 보면서 많이 느꼈다. 돈이 많다고 사랑을 더 잘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내 생활이 있고 내 자신을 잃지 말아야 사랑이라는 것도 할 수 있겠다.”
어느덧 데뷔 10여년차를 훌쩍 넘기고 30대에 접어들었다. 정가람은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가장 자연스러운 30대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20대 때는 하고 싶은 것도 다 해보고 30대가 되면 자리 잡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아직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다만 내가 무언가를 계획한다기 보다 같이 일하는 회사와 미래를 생각하면서 잘 만들어가 보자는 마음이다. 흐르는 대로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있고 어떤 특별한 생각은 없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