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을’ 임시완 “고사했던 작품, 출연 결정 이유는” [인터뷰]
- 입력 2023. 02.21. 08: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현실감 넘치는 연기다. 마치 우리 옆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듯, 캐릭터를 생생하게 그려내 공포심을 전한다. 이번에도 캐릭터 그 자체로 분한 배우 임시완의 이야기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임시완 인터뷰
임시완은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감독 김태준) 공개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현실 밀착형이라 와 닿았어요. 저도 가질만할 공포심이고, 아마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공포감이 클 것 같았죠. 저 역시 그런 게 와 닿았어요. 악질적인 악역이다 보니까 처음에는 ‘사회적으로 너무 나쁘게 표현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있었어요.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란 걱정 때문에 처음엔 작품을 고사했죠. 희원이 형이 저에게 이걸 추천해줬어요. ‘네가 하면 잘 할 것 같으니 한 번 봐’라고. 제가 좋아하는 형님이기도 하고, 읽어보니 반전도 크고, 공감이 되는 공포더라고요. 이걸 할까, 말까 고민하던 중 너무 ‘사회악’이라는 게 걸렸죠. 그때가 가치관을 형성하던 시기였거든요. 어떤 작품을 해야 할까 싶었는데 이게 대본적으로 촘촘했어요. 이런 대본을 받기가 쉽지 않을 텐데 포기하는 게 배우로서 맞는 선택일까, 혹은 이왕이면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걸 선택하는 게 옳은 방향인가 두 개의 가치관이 충돌해서 고민이 많이 됐죠.”
앞서 임시완은 영화 ‘비상선언’에서 선한 이미지의 빌런을 맡으며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수식어를 어은 바. 이번 영화에서 사이코패스를 연기한 그는 준영을 어떻게 해석하려 했을까.
“본인이 하는 행동들에 아티스트적인 기질을 잘못 발휘했다고 접근했어요. 어떤 사람을 해하고, 상대방의 아이덴티티를 훔쳐오는 게 편협하잖아요. 그런데 금전적인 목적은 보이지 않고. 어떤 이유에서 하는 걸까 고민했더니 그런 것들로 인해 본인의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고, 성취감을 얻어낸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것들을 컬렉션 하기 시작해요. 처음 시작과 한 번이 어렵잖아요. 하나를 수집하면 레고도 그렇듯 이것보다 더 좋은 것, 더 큰 것을 사게 되고, 그런 것들을 잘못된 가치관으로 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했어요.”
‘악’을 표현하는데 참고한 캐릭터가 있었냐는 질문에 임시완은 자신이 연기했던 드라마 ‘런 온’의 기선겸을 언급했다.
“‘런 온’의 캐릭터를 참고했어요. ‘스마트폰을’ 촬영 직전에 찍었었는데 준영은 나미를 대할 때 뭔가 공통점이 많은 걸 언급하거든요. 그럴 때 ‘런 온’의 감정을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일부러 그런 생각을 했고요. 기선겸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고, 엄청난 양의 개인정보들이 우리도 모르는 새 스마트폰 속에 쌓여가고 있다. 이 영화는 스마트폰이 가장 가까운 눈과 귀가 되어 나의 모든 것을 감시하고 있다는 섬뜩한 전제하에 전개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현실 공포감을 더한다.
“준영이를 연기할 때 과거 서사는 필요하지 않았어요. 그것에 대해 깊숙이 파고들어가진 않았죠. 준영은 상대방의 아이덴티티를 뺏어오는 것에 있어 기술적이에요. 고급 기술자라 생각했죠. 컬렉팅을 하면서 예술적인 면모와 행위를 통해 스스로 인정받으려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천연덕스럽고, 뭐든 장난 식으로 하고, 본인에게는 재미일 뿐이라는 정서를 가져가려 했어요. 형사들을 처음 마주했을 때도 편집이 되긴 했지만 그것보다 더 갔거든요. 장난기를 더 넣고, 뻔뻔하게 행동해서 이 사람들의 심리를 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 것들을 이용하려고 하는 걸 강조하려 했죠.”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남일 같지 않은 나미의 상황에 자신을 대입하며 더욱 큰 공포와 서스펜스를 느끼게 만든다. 보편적인 일상 속 도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벌어지고 있기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도 쉽게 공감하고, 몰입할 터. 이에 공개 이틀 만인 지난 20일 넷플릭스 영화 부문 2위에 진입하기도.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될 거라 생각해요. 스마트폰이 우리나라만 쓰는 게 아닌, 전 세계적으로 1인 1대 보급이 보편화되어 있잖아요. 스마트폰에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이러한 공포심이 공감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지난해 ‘비상선언’에 이어 드라마 ‘트레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그리고 올해 초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까지. 또 임시완은 오는 9월 영화 ‘1947 보스톤’으로 꾸준히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오랫동안 묵혀놓은 작품을 관객들과 만나게 돼 기뻐요. 팬데믹 시절에 작품을 찍기만 한 것도 있었죠. 그럴 때 좋은 피드백이건, 안 좋은 피드백이건 받아야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살아있음을 느끼는데 작품만 찍는 공장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계속 찍기만 하고, 공개와 개봉이 되지 않는 과정을 처음 겪어보니까 연기자로서 원동력이 안 생기기도 했죠. 드디어 순차적으로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하니까 악평이든 좋은 평가든 대중들의 평가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