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 문가영 "매 순간 진심으로 사랑했다" [인터뷰①]
입력 2023. 02.22. 09:00:00

문가영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문가영이 수영을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을 언급했다.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극본 이서현 이현정, 연출 조영민)는 각기 다른 이해(利害)를 가진 이들이 서로를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이해(理解)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멜로드라마. 이혁진 작가의 동명소설 ‘사랑의 이해’를 원작으로 한다.

문가영은 극 중 사랑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며 하상수(유연석)와 정종현(정가람)과 미묘한 로맨스에 얽힌 KCU은행 영포점 예금창구 4년 차 주임 안수영으로 분했다.

수영의 삶은 여유 부릴 틈이 없었다.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직장생활부터 복잡한 가정사로 인한 남모를 상처까지 그는 모든 걸 홀로 견뎌내야 했다. 그런 수영의 일상에 두 남자가 들어오면서 그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됐다. 하지만 수영에게 쉴 틈을 주다가도 숨통을 조이게 하는 상수, 종현과의 로맨스는 달콤 쌉싸름했다. 문가영은 처음부터 사랑을 대하는 수영에 차이를 분명히 두고자 했다.

“초반에는 당연히 상수에 의미를 뒀다. 1, 2부에 과거 회상 때부터 상수를 좋아했던 게 맞았으니까 어느 한 타이밍이 어그러지고 내가 필요한 순간에 있어준 사람의 호감도가 불쑥 나온 게 사랑이 아니라곤 말 못하지 않나. 상수와 종현이는 사랑의 짝대기가 선명했지만 수영이는 그걸 감추고 모르게끔 하는 인물이다 보니 보시는 분들도 답답하셨을 것 같다. 종현이냐 상수냐 그걸 흐릿하게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떤 누군가에 대한 감정상태가 100이면 너무 좋지만 나도 나를 모를 때가 있지 않나. 그래서 오히려 누구에게 비중을 쏠리게 하는 것보다 상수와 있을 때 느낌과 종현이와 있을 때 확연히 다른 느낌을 두려고 했다.”

사랑에 직진하는 상수, 종현과 달리 수영의 감정은 다소 모호하게 묘사되기도 했다. 사귀는 사이가 됐지만 깊은 감정까지는 나누지 않는 종현과 수영의 사랑은 극이 거듭될수록 시들어갔다. 문가영은 수영이 종현과 함께한 순간의 감정과 그로 인한 선택도 모두 사랑이라고 봤다.

“사랑하고 연민이 그렇게 다른가. 그렇게 이분법으로 정해야 하나 싶다. 사랑이라는 감정 안에 연민도 들어있고 사랑의 형태가 연민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물론 종현이와 관계도 사랑이라 생각한다. 사랑이 아닌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 몇 년이 흐르고 좋아했던 마음이 생각나는 것 같기도 하다. 그 당시 내게 너무 필요하고 위로가 돼주는 대상이 운명이라 생각해서 선택했는데 정리되지 않은 마음에서 나타날 때도 있고. 모든 네 명의 캐릭터가 매 순간 진심으로 사랑했다.”

상수, 종현과 있을 때 다른 느낌의 수영을 연기했다는 문가영은 그의 배경 서사부터 이해했다. 수영이 종현에게 사랑을 느낀 계기와 상수와의 사랑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던 말 못한 사정이 있었다. 그가 사랑을 원하면서도 사랑만을 원한 것은 아니었던 이유까지 충분히 설명된다.

“종현이한테선 남동생 모습을 보는 게 컸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동생을 잃었는데 비슷한 나이대의 종현이 어떤 꿈을 향해 나가는 게 버겁고 힘들지 않나. 꿈을 포기하는게 본인 의지가 아니라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는데 깊은 공감을 해서 종현이에게는 훨씬 너그러웠던 것 같다. 오히려 상수한테 그 반대가 될 수 있다. 두 남자가 배경이 다르기도 하지만 수영이는 설렘을 느끼는 순간 불안함을 먼저 느끼는 친구다. 상수는 설렘을 먼저 느끼지만 수영은 설렘을 자각한 순간 불안한 거다. 본인이 살면서 사랑뿐만 아니라 직업, 가족일도 무언가 설레고 기대하다가 안 되었을 때 느끼는 실망감과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알아서 상수한테 더 많은 잣대를 들이대고 박하게 했던 것도 그런 자격지심 안에서 나왔던 것 같다.”

결국 이들과의 관계에 지친 수영은 모든 끈을 끊어내기 위해 파격적인 선택을 한다. 수영이 상수, 종현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소경필(문태유)과의 스캔들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남녀관계에는 정답이 없듯이 문가영은 수영이 내린 결정도 존중했다.

“많은 분들이 정답을 원하더라. 제가 말을 아꼈던 건 제가 설명하면 정답이 돼버리는데 이 드라마는 정답을 위한 드라마가 아니다. 경필이와의 선택에 대해 좋은 선택과 나쁜 선택은 존재하진 않지만 수영이한테 있어선 늘 이러한 선택을 했을 본인 안에서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해서 한 것이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생각해본 적은 있다. 나를 아프게 한 관계나 애매한 모든 걸 한번쯤은 전선 자르듯이 저질러버리고 싶은데 실행에 못 옮기는 게 현실이지 않나. 상수에게 못 돌아가고 싶다고 한 좋은 선택은 아니지만 다른 방식으로 풀었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멜로물의 결말은 늘 해피엔딩이다. 혹은 남녀주인공의 사랑이 확실하게 끝맺길 희망한다. 반면 ‘사랑의 이해’는 상수와 수영의 관계 변화에 대한 여지를 남기며 섣부른 결실보다는 견고한 사랑을 암시했다. 사랑을 먼저하고 뒤늦게야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연애와 다르게 상수와 수영은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각자의 길을 멀리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결말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뉘는 가운데 문가영은 깊은 분석 보다는 가볍게 받아들여주길 바랐다.

“잘 풀리는 줄 알았는데 왜 다시 엇갈리는가에 대해 의견이 많았던 것도 안다. 16부 대사에 나온 것처럼 수영이는 그 시간 동안 상수에게서 바랐던 사랑을 그가 보여준 많은 행동에서 받았지만 그렇게 어렵게 잘 되려고 향했던 게 수영이 눈에는 좋은 결말로 보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자기 결핍을 잘 알고 상처가 많은 것도 아는 친구라 4년이란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밝은 모습이 나온 거 같다. 그때 수영이는 자신이 준비가 안 된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드라마에선 일관성 있지만 실제로 우리 삶은 일관성이 없다. 특히 연애는 제멋대로고 지극히 개인적이니까 큰 의미를 내포하지 않아도 된다. 세세한 감정을 이야기하지 않고 용납이 안 된다면 본인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점검하는 것처럼.”

드라마 제목으로도 다양한 반응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사랑의 노이해’, ‘가난의 이해’ 등 재미난 작명센스들도 인상적이었다. 제목처럼 문가영은 사랑을 이해하게 됐을까. 그는 누구보다 스스로의 마음을 잘 살필 수 있을 때야 비로소 누군가를 사랑할 여유도 있을 거라고 믿었다.

“사랑은 제일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정리를 하자면 안수영처럼 사랑이 어려운 건 이해한다. 내가 날 잘 몰라서 내가 잘 알게 되는 순간에 사랑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조금은 수월해지지 않을까. 수영이한테 4년의 시간은 나를 알아가고 치유하는 시간이라 4년 후 상수를 만났을 때 좀 더 밝은 모습이었던 것처럼 사랑은 나를 잘 가꾸고 들여다보고 공부를 하면 쉬워지지 않을까라는 환상이 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키이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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