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래퍼 나플라는 왜 복수국적을 유지했을까?
- 입력 2023. 02.23. 11:55:01
- [유진모 칼럼]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박은혜 부장검사)는 22일 사회복무요원 출근 기록 등을 조작해 병역면탈을 시도한 혐의로 래퍼 나플라(31, 니콜라스 석배 최)를 구속했다. 가수 라비의 뇌전증 병역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중 그의 레이블 그루블린에 소속된 나플라의 혐의를 발견한 것.
나플라
검찰은 이 과정에서 염 씨와 강 씨가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주며 나플라의 병역면탈 시도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뇌물공여죄 등도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선입견 탓일까? 유독 힙합계에서 말썽이 많아 보인다. 라비도, 나플라도 힙합 뮤지션이다. 나플라는 2018년 Mnet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777'에서 우승하며 유명해졌지만 대마초 흡입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그러고도 얼마 안 지나 병역비리 혐의로 구속되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5살 때 입국해 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닌 뒤 다시 미국으로 떠나 대학을 졸업했다. 그리고 2015년부터 한국과 LA를 오가며 활동해 왔다. 알려졌다시피 그는 미국과 한국의 복수국적자이다.
오는 28일이면 만 31살이 되는 그는 왜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고, 병역비리를 저지르려는 혐의를 받고 있을까? 만 30살 전에 한국 국적을 포기했으면 구속될 이유가 없었다. 그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스티브 승준 유(유승준)를 의식했으리라는 추측은 할 수 있겠다.
유는 1997년 국내에 데뷔한 이후 2000년대 초까지 지금의 나플라와는 비교도 안 될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그는 특히 '건전한 청년'의 이미지로도 유명했다. 평소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자랑스럽게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라고 떠벌리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막상 입대의 디데이를 앞둔 2002년 공연을 핑계로 출국한 뒤 '자랑스럽게' 한국 국적을 내팽개치며 그야말로 대한민국 국민들의 '국민 밉상'으로 등극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의 입국을 불허하고, 국민들 역시 LA 총영사관과 출입국관리소의 태도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다수가 나플라에게 강력한 의심을 품게 될 수밖에 없는 반면교사의 사례이다. 그런데 결과론적으로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혹은 '눈 가리고 아웅.' 또는 '제 도끼에 제 발등 찍기.'일 따름이었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특별하게 돈이 많은 경제인, 유명 정치인, 유명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이 겸손하거나 그런 척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큰 것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겸손하거나 그렇게 행동한다. 거만까지 가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졸부라면 거드름을 피워도 상관없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 일부 동네 범죄자가 얄미워서, 혹은 돈을 탐내서 해코지할 수도 있겠지만 톱스타의 사례처럼 다수가 눈길을 보내지는 않는다.
그런데 나플라는 뒷골목 졸부가 아니다. 유명 연예인이다. 그 역시 남다른 명예와 부를 누리는 만큼 그 외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31살의 국내 젊은이라면 재벌 2세가 아닌 이상 직장에서 치열하게 싸우거나 아직도 취업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그는 편하게 돈을 버는 스타이다.
지금까지 그의 행동으로 유추할 때 그는 군대에 가기 싫었다. 그 쉬운 대체복무마저도 징글징글했다. 그래서 출근을 제대로 하지 않았음에도 출근한 것처럼 조작한 데다 더 나아가 사회복무요원을 중간에 끝내기 위해 병역면탈을 시도했다. 검찰이 보는 혐의는 그런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생각이 짧았다. 유보다 더 어리석었다. 차라리 유처럼 한국 국적을 내던지고 '고향'인 LA로 가서 랩을 하고 살았으면 최소한 병역비리 혐의로 구속은 안 되었다. 그곳에서 살았다면 대마초도 마음대로 피울 수 있었다.
그런 내용을 그가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 왜 그는 한국 국적을 버리지 않고 꼼수를 부리다가 불행과 맞닥뜨렸을까? 굳이 한국에서 활동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라도 LA에서의 지명도와 돈벌이가 한국만큼 풍요롭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아리스토텔레스는 '결국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라고 말했다. 결국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진실을 읽는 힘은 이성이자 지식이다. 오사 빅포르스는 저서에 '지식에는 믿음이, 믿음에는 진실이, 그리고 진실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라고 썼다. 라플라에게서는-현재까지 놓고 볼 때-믿음, 진실, 근거가 없어 보인다.
[유진모 칼럼 / 사진=그루블린, 메킷레인 레코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