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 이보영, 할수록 어렵지만 해내는 것 [인터뷰]
입력 2023. 02.28. 09:00:00

이보영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독하고 강렬한 연기로 변신하면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이보영. 그가 첫 오피스물을 성공리에 마쳤다.

‘대행사’(극본 송수한, 연출 이창민)는 VC그룹 최초로 여성 임원이 된 고아인이 최초를 넘어 최고의 위치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린 우아하게 처절한 광고대행사 오피스 드라마. 이보영은 극 중 PT 성공률, TVCF 평가점수 등 광고계의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모든 지표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원탑’ 고아인으로 열연을 펼쳤다.

2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이보영은 ‘대행사’를 통해 또 한 번 새로운 ‘인생캐’를 경신했다. 그간 다양한 직업들을 소화한 듯했지만 의외로 이보영이 오피스물 속 직장인으로 변신한 것은 ‘대행사’가 처음이었다. 도전적이기도 한 장르였지만 항상 그래왔듯이 이보영은 재밌어서 출연을 결심했다.

“대본을 재미있게 봤다. 재밌고 제가 꽂히는 게 있다. 연기하고 싶은 신이 있다거나 재밌으면 한다. 제가 재밌어야 보시는 분들도 재밌는 건 맞더라. 제가 좋은 게 우선인 것 같다. 아무리 재밌다 해도 제가 아니면 안 되더라. 물론 조직생활을 해보지 않고 회사를 다녀보진 않았지만 속으로 생각하는 걸 입으로 내뱉고 질러보는 캐릭터가 재밌었다. 때려 치고 싶을 때 아인이가 하는 것들을 보고 보시는 분들도 공감하고 재미있지 않을까 했다.”

데뷔 이래 처음 도전한 오피스물이었던 만큼 이보영은 ‘대행사’에도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주로 소수의 배우들과 연기호흡을 맞추던 기존의 환경에 벗어나 이보영은 함께 연기하는 재미를 경험했다.

“재밌었던 건 캐릭터가 말을 시원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오피스물을 처음 찍었다. 회상신을 찍을 때도 찰나지만 늘 사람들이 있어야하니까 세트 안에 다 모여서 배우들이 일하고 있고 정말 많은 배우들이 함께 찍었다. 그러면서 저도 함께 찍는 즐거움이 컸다. 대부분 연기를 하면 한 두 명에서만 했는데 많은 분들과 같이 작업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컸고 끝나고 다 같이 맥주 한잔 마시는 것도 재밌었다. 너무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현장이 재밌었다.”

고아인은 오로지 성과와 돈, 성공에 목숨을 걸고 실력으로부터 나오는 위풍당당한 기세로 회사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하지만 팀원들과 화합하면서 고아인은 누구보다 ‘내 사람’을 챙기고 마음 따뜻한 사람으로 점차 변화해갔다.

“아인이가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더라. 오른팔 같은 후배와 조언을 구할 선배와 아픔을 알아주는 친구도 있고 아인이가 어느 순간 사람과 함께하는 법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은정이가 들어와서 한 팀이라 하면서 그전에는 사람을 소모적으로만 생각했다면 내 사람이라고 챙기게 되고 혼자 사는 게 아니라는 걸 아인이가 깨닫게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공감은 안 됐지만 좋은 사람이 되어 제대로 살아가는 과정, 아인이가 성장하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엔딩에는 아인이가 잘 성장한 걸로 끝나서 엔딩이 마음에 들었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이보영은 ‘대행사’의 원탑 주연으로서 드라마를 이끌어가야 했다. 고아인의 모습이 단독으로 담긴 메인포스터만으로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는 이보영이다.

“일을 한지 오래됐다 보니까 이해를 받을 수 있는 나이는 아니더라. ‘이 정도면 잘했어’라고 이해받을 때가 지났다. 방송 전에 부담은 있는데 예전에는 그 책임지는 부담이 분산됐다면 이제는 오로지 내 몫이 됐구나 싶다.”

신입사원에서 임원 자리에 오르기까지 오로지 실력으로 고군분투해온 아인을 보면서 이보영은 신인 배우였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인이에게 공감은 못했지만 제 신인 시절도 생각났다. 아인이가 회사생활하면서 무언가 잘하기 위해서는 몇 년은 버텨봐야 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아인이가 버티듯이 나도 잘 버텼구나. 잘 버텨왔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이보영도 한때는 현장을 겁내던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좌절과 외로움도 겪어보고 그러한 경험들을 견디며 노력한 지금의 이보영은 고아인과도 꽤 닮아있었다.

“신인 땐 카메라 앞에 처음 서기도 하고 집에서 연습을 잘해가도 수십 명이 보는 앞에 서 연기가 잘 안 되지 않나. 못하면 욕먹고 그럼 촬영이 지연되고 분위기는 싸해지고 눈치보고 그런 게 반복되면 현장가기가 무서워진다. 그런 상황에선 연기가 잘 될 리가 없는데 내 길이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이 일을 좋아하더라. 현장 가는 것도 즐겁고 제가 살아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무언가 작업한 결과물 자체와 제가 만든 캐릭터를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실 때 일을 좋아하게 되더라. 감사하면서 일하고 있다.”


회사에 있을 때는 독기 어린 눈빛으로 일을 진두지휘하지만 혼자 있을 때면 약과 술에 의존하는 고아인은 고독한 인물이기도 했다. 울분에 차거나 분노하는 등 휘몰아치는 감정 연기도 동원했는데 배우 이보영과 엄마 이보영으로서의 간극을 메우는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아기를 낳고 바뀐 것 같다. 저도 예민한 부분이 있고 촬영이 끝나도 캐릭터를 떠나보내지 않고 안고 있는 기분이 좋았는데 아기가 있으면 그 캐릭터를 안고 집에 가있을 수가 없더라. 그런 것에 대한 분리가 어느 순간 잘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흔들리지 않았다. 아이들 덕에 건강한 것 같다.”

고아인의 대사 중에 ‘사람은 좋아하는 일 말고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라고 정곡을 찌르는 말이 있다. 사람이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도 없고,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못 찾은 사람도 있다. 다만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더 끌리고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이보영 역시 좋아하는 연기를 앞으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잘하고 싶다. (연기는)하면 할수록 어렵다. 고아인을 보면서도 ‘그냥 나 같은데 여기서 어떻게 더 변화를 주고 다르게 보일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했다. 이번에도 찍으면서 많이 배웠던 작품이었다. 어떤 분은 잘했다고 하지만 못했다는 말도 듣고 주관적인 부분이다 보니 정말 어렵지만 더 잘하고 싶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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