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쩐' 문채원,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서다[인터뷰]
입력 2023. 03.01. 07:00:00

문채원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살다 보면 편안하고 익숙한 길이 아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순간이 온다. 두렵고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분 좋은 설렘도 함께 온다. 배우 문채원에게 첫 장르물인 '법쩐'은 그런 작품이었다. '법쩐'을 마친 후에는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던 자신의 새로운 모습이 이제는 마냥 낯설게 느껴지지 않게 됐다.

지난달 11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법쩐'은 ‘법’과 ‘쩐’의 카르텔에 맞서 싸우는 ‘돈 장사꾼’ 은용(이선균)과 ‘법률 기술자’ 준경(문채원)의 통쾌한 복수극이다. 최종회(12회) 11.1%(전국 가구, 닐슨 코리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문채원은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과정도 좋았는데 결과까지 좋으니까 아무래도 더 보람차다. 많은 분들이 재미있다고 해주시더라. 덕분에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문채원은 극 중 전직 검사이자 법무관 육군 소령 박준경을 연기했다. 박준경은 사법고시와 연수원 수석 2관왕을 달성하고 대형 로펌의 러브콜도 마다한 채 검사의 길을 택한 인물. 형사부 검사로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던 준경은 어머니가 의문에 가득 찬 죽음을 맞자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군에 입대해 법무관이 되어 차가운 복수를 준비한다.

첫 장르물에 도전한 문채원에게 박준경은 낯선 얼굴이었다. 그는 "박준경을 처음 접했을 때 고민이 됐다. 드라마 '악의 꽃'에서 형사 역할을 해보긴 했지만 그 작품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더 주가 된 작품이었다. 직업적인 부분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박준경은 7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한 인물이지 않나. 그런 분위기를 잘 내야 하는 데 똑같은 걸 해본 적이 없으니까 어렵더라"라고 털어놨다.

이어 "박준경은 일관성이 있는 인물이다. 현실에서 만나기는 드문 유형의 사람이라 생각했다. 박준경처럼 일관성 있기는 사실 힘들지 않나. 그래서 평소에 일관성이 있는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해 왔다. 잠깐이나마 연구를 해서 연기를 해볼 수 있는 거니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일관성을 잡는 게 포인트였다. 어찌 보면 박준경은 모범생이고 재미없고 건조하다. 그렇다고 누가 미워할 만한 사람은 아니다. 정의로운 사람이다. 그런 부분을 끝까지 잘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쉽지 않은 장르와 처음으로 시도하는 캐릭터였던 만큼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고심도 깊었다. 문채원은 "누구한테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사실 주저하기도 했다.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더라. 그런데 회사 식구들, 감독님, 제작사 대표님 등 주변에서 용기를 많이 주셨다. 조금 더 마음을 열었다. 지금은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법쩐'을 잘 마쳤기 때문에 문턱이 더 낮아졌다. 물론 ('법쩐'을 촬영하면서) '숙제'를 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재밌었다. 할 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그렇더라"라고 털어놨다.



자신을 믿고 맡겨준 이원태 감독을 향한 감사 인사도 전했다. 문채원은 "감사하게도 감독님이 배우에게 많이 맡겨주셨다. 배우가 가장 많이 고민해서 현장에 왔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이다. 마인드가 열려있는 분이셨고, 정말 유쾌하신 분이셨다"라고 말했다.

13년 전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 모녀로 함께 호흡했던 배우 김미숙과 '법쩐'에서 모녀로 재회한 것도 문채원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는 "박준경의 이야기는 엄마와의 관계에서부터 시작하지 않나. 그 서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준경과 엄마의 관계를 설명하는 장면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많지 않은 장면들이었지만 그 신들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운이 좋게도 13년 전에 모녀로 만났던 김미숙 선생님과 이번에도 모녀로 만나게 됐다. 덕분에 더 집중해서 몰입할 수 있었다. 호흡이 좋았기 때문에 몇 안 되는 장면이었지만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올해 데뷔 15주년을 맞아 어려운 숙제 하나를 푼 문채원.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너무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지는 않으려고 한다. 고민은 동료배우들과 마찬가지로 깊게 하지만 바쁜 행보로 안정감을 잃지는 않고 싶다. 거듭 도전하기 위해서는 건강과 안정감을 챙기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문채원은 "올해는 팬들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보려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 확정된 건 없다. 계획만 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만날 자리가 거의 없지 않았나. 올해 초는 아니더라도 그런 자리를 만들어보려고 노력 중이다.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다고 하는데 주신 사랑에 비해서는 표현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연기 활동 외에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자리가 없으니까. 개인적으로도 그런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아이오케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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