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걸스-모모랜드 해체, 걸 그룹의 유통기한
입력 2023. 03.02. 11:27:52

브레이브걸스, 모모걸스

[유진모 칼럼] 걸 그룹 모모랜드와 브레이브걸스가 해체되었다. 모모랜드는 MLD엔터테인먼트와, 브레이브걸스는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 계약 기간이 각각 만료됨에 따라 모두 팀을 떠나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모모랜드는 K-팝계의 징크스 중의 하나인 '걸 그룹 7년 유통기한'의 덫에 걸렸고, 브레이브걸스는 이른바 '역주행 신화'에도 불구하고 12년의 장기 활동을 마감했다.

과연 걸 그룹은 롱런에 한계가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브레이브걸스. 그들의 소속사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는 그야말로 K-팝을 대표하는 프로듀서러서 신사동호랭이와 양대 산맥을 형성한다고 할 수 있는 용감한형제가 수장이다. '그가 만든 가장 훌륭한 곡을 브레이브걸스에 먼저 주면 롱런이 쉬울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중이 제 머리 깎기 힘들 듯 현실은 그렇게 쉽지 못하다.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는 유명한 대형 연예 기획사이다. 용감한형제는 돈을 많이 벌었고, 저작권료도 꽤 많이 받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 그럴듯한 사옥을 지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 회사의 소속 연예인이 다크비와 힙콩즈가 전부이다. 오히려 프로듀서들이 더 많다. 회사 캐치프레이저대로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프로듀서들도 양산하고 관리하는 종합적 기획사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반대로 그만큼 가수 양성과 관리 등에 취약할 수 있다는 동전의 이면이기도 하다. 가수와 프로듀서는 근본적으로 대중음악인이라는 뿌리는 같지만 그 캐릭터와 활동 내용, 그리고 정서에 있어서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유명 가수 겸 프로듀서였던 조PD가 현역을 떠나 프로듀서 겸 경영인으로서만 활동 방향을 수정한 게 좋은 사례이다.

가수는 스타가 되고 싶어 하지만 프로듀서는 좋은 음악, 많이 팔리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 한다. 중언부언 늘어놓을 필요 없이 브레이브엔터는 하이브, SM, JY, JYP보다 가수를 관리하는 모든 분야에 있어서 평균 능력이 약하다.

MLD엔터테인먼트에는 보이 그룹 TFN, 걸 그룹 라필루스, 코카앤버터 등이 소속되어 있다. 가수에 관한 한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보다 '사이즈'가 좀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왜 모모랜드를 '포기'한 걸까? 보다시피 아이돌 그룹 위주로 살림을 꾸리다 보니 돈이 많이 들어간다. 게다가 소속 그룹들이 나름대로 정상급이기는 하지만 BTS나 엑소처럼 최정상급은 아니다.



이런 집안 사정을 제외하고는 두 팀의 롱런하기 힘든 이유는 거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걸 그룹(Girl group)이다. 대부분의 걸 그룹은 10대 후반~20대 초반에 데뷔한다. 걸 그룹이라는 대명사격 용어나 '삼촌 팬'이라는 유행어에서 보듯 걸 그룹은 소녀 이미지를 판매함으로써 남성과 여성 팬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 준다.

그러나 서른 살이 넘으면 더 이상 '걸'이라고 우기기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삼촌 팬'들도 나이가 들어 이제 40대를 넘어 50대 심지어는 60대가 되었다. 롤리타 신드롬도 식고, 형광봉의 조도와 광도도 희미해졌다. 노후 준비도 해야 된다. 걸 그룹을 보고 대리 만족을 느꼈던 '이모 팬'들도 마찬가지.

게다가 걸 그룹의 데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뉴진스가 데뷔할 때 평균 연령이 16.4살이었다. YG엔터테인먼트가 심혈을 기울여 올해 데뷔시키는 베이비몬스터는 15.7살이다. 조만간 초등학생 걸 그룹이라도 나올 판세이다.

물론 방탄소년단이나 빅뱅처럼 작곡-프로듀싱 능력을 갖췄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나이를 먹으면 먹은 만큼 더 성숙한 음악으로 나이를 먹은 예전의 팬들을 그대로 붙잡아 두는 한편 새로운 중장년 팬들 끌어들일 수 있다. 그런다 하더라도 영원하기는 힘들다. 방탄소년단처럼 군대 문제가 아니더라도 전 멤버가 작곡-프로듀싱 능력을 갖추지 않은 이상 더 이상 팀을 위해 일부 멤버가 작곡-프로듀싱 능력을 베풀어 주기는 어렵다.
그런 면에서 트로트와 발라드 가수들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폭발적이지는 못할지언정 긴 생명력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현재 임영웅이 방탄소년단을 뛰어넘는 브랜드 가치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은 트로트가 유행 중이기 때문이라는 바탕도 있지만 그가 폭넓은 연령층과 계층의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이유도 매우 크다.

그는 '미스터 트롯'이 낳은 왕 중의 왕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트로트만 부르는 것은 아니다. 그가 취입한 노래 중 스트리밍이나 조회 수 상위권인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의 오리지널은 블루스 가수 김목경이다. 포크 가수 김광석이 리메이크해 유명해졌고, 임영웅이 불멸의 히트곡으로 만들었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 임영웅은 트로트, 포크, 발라드, 팝 등 가리지 않고 부른다. 잘 부른다. 심지어 댄스곡도 한다. 10대부터 80대 노인까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50대 '이모'는 방탄소년단이 좋기는 하지만 곧 손주 볼 나이에, 혹은 벌써 손주가 생겼는데 형광봉을 흔들며 '오빠'를 외치기에는 낯 뜨겁고 쑥스럽다. 또래 남자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결론적으로 걸 그룹이든 보이 그룹이든 '팀'으로서는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K-팝의 개척자인 이수만은 그걸 잘 알고 있었다. 현재의 유명 음반 기획사들도 다 알고 있다. 왜 YG엔터테인먼트가 블랙핑크의 활동에 '올인'하지 않고 베이비몬스터를 론칭하는지 그 정답은 이미 오래전에 나와 있다. 다만 걸 그룹 당사자들이 자신에게 유통기한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을 뿐이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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