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운트’ 진선규, 진심을 향해 한 방 [인터뷰]
- 입력 2023. 03.02. 11:55:59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이 한마디로 모든 걸 설명한다. ‘중꺾마’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 바로 진선규의 이야기다.
'카운트' 진선규 인터뷰
진선규는 영화 ‘카운트’(감독 권혁재)에서 마이웨이 직진 쌤 시헌 역으로 분해 높은 싱크로를 보인 바. ‘카운트’는 금메달리스트 출신,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마이웨이 선생 시헌이 오합지졸 핵아싸 제자들을 만나 세상을 향해 유쾌한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앞서 진선규는 영화 시사회 후 간담회에서 첫 단독 주연 소감을 전하던 중 눈물을 보인 바.
이 영화는 1988년 서울 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 박시헌 선수의 일화를 모티브로 다양한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더해 창작된 영화다. 경기는 박시헌 선수의 상대인 미국의 로이 존스 주니어가 우세했고, 모두가 미국의 승리를 점쳤지만 결과는 예상을 뒤집고 박시헌 선수의 판정승이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 1997년 IOC는 한국 측으로부터 어떤 심판 매수도 없었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으나 올림픽 당시 편파 판정 논란이 일면서 선수 생활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고교 시절 은사의 도움으로 모교인 경남 진해중앙고 체육 교사로 부임한 박시헌 선수는 복싱팀을 창단해 제자들을 키우는데 열정을 쏟았고, 2001년 국가대표팀에 합류해 부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코치를 시작으로 2011년 대한민국 국가대표 코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감독을 거쳐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복싱 국가대표 총감독을 역임했다.
“이 이야기는 전혀 몰랐어요. 제 기억에 88올림픽은 굴렁쇠 소년만 생각났거든요. 그거 말고는 저에게 큰 기억이 없었어요. 이 작품을 받고, 진해에 이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에 놀랐어요. ‘진해에 이런 사람? 이야기가 있다고?’ 하면서요. 동료애, 가족애, 꿈을 이뤄가는 분이 계신 것에 공감하고, 놀랐죠. 그게 시헌이 아니라 진선규라 해도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나리오를 좋아했어요. 다시 한 번 진짜 저에게 이슈가 돼서 주인공이 들어온 게 정말 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죠.”
‘카운트’는 비운의 금메달리스트라는 과거를 뒤로하고, 교사이자 감독으로서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도전했던 박시헌 선수의 일화에서 착안, 새롭게 창조해낸 영화적 재미와 실화의 감동을 전한다.
“선생님께서는 좋은 이야기도 아니고, (영화로 제작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밖에 나가서 이 이야기가 보이는 걸 두려워하셨죠. 자신에게 좋은 게 아닌, 아픈 일이니까요. 시나리오에 나온 그대로 똑같은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판정 때) 자기의 손이 올라가는 순간 의아했다고. 선수들은 다 진 걸 알고, 자신이 은메달이었으면 사랑하는 복싱을 가지고 행복하게 무언가를 꿈을 꾸면서 살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계셨어요. 그 말이 저에게 가장 크게 다가왔죠. 올림픽에 가서 진짜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시는 것들이 저에게는 인간 진선규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계속 인생이 실패는 아니니까요. 외형적으로는 선생님을 모사해야지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마음가짐, 선생님이 어떤 생각으로 이겨내고, 무너졌던 걸 다시 일으켜 세웠는지 영화 속 마음으로 담겼으면 했죠.”
2004년 연극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로 처음 데뷔한 진선규는 2017년 영화 ‘범죄도시’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극한직업’ ‘승리호’ 등을 거쳐 조연으로 자리매김한 그는 ‘카운트’로 데뷔 19년 만에 첫 주연을 맡게 됐다. ‘카운트’는 진선규에게 많은 의미를 가져다 준 영화가 될 터.
“제가 태어난 곳에 이야기를 적은 분량의 역할이 아닌, 주인공으로 한다는 자체가 큰 의미에요. 예전으로 따지면 감투를 쓰고, 말을 타고, 도포를 입고, 금의환향 한다는 느낌이었죠. 저의 인생, 배우 인생에 있어 주연, 서사를 이끌어가는 큰 인물이자 포스터에 제 얼굴이 대문짝으로 나온 게 처음 겪는 과정이에요. 어깨가 무겁긴 하지만 이 부분이 잘 되어서 주연 영화를 할 수 있게 되고, 서사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할 때 지금보다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시작점이 될 것 같아요. 여러모로 중요한 작품이죠. ‘범죄도시’가 또 다른 인생의 스타트를 끊었다면 여기서부터 성장하는 과정이라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 됐어요.”
‘카운트’로 첫 단독 주연의 꿈을 이루었다. 지금부터, 앞으로 이루고 싶은 진선규의 꿈은 무엇일까.
“제가 추진력이 있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 면에 있어 아직 부족하죠. 부끄러워서 잘 못하는 편이거든요. 그런 것은 아주 부족하고, 발전시켜야할 모습이에요. 단역이었을 때 연극 무대에서 주인공을 할 때도 그렇지만 작은 역할이라도 잘 하자 싶었거든요. ‘나는 영화를 찍고, 주인공이 되어도 단 역 한 분 한 분 만나서 인사를 하고, 식사를 할 수 있으면 해야지’ 싶더라고요. 영화 속에서 저를 보면 부족한 게 많아 보이는데 그런 저를 잘 하게 만드시는 분들이죠. 제가 아무리 열연해도 영화는 전체 협업이 이뤄지는 것이에요. 제가 부족하더라도 채워져 간다면 너무 좋더라고요. 주인공을 했을 때 하고 싶은 걸 정확하게 해본 순간이었어요.”
진선규는 이날 자신을 취재하러 온 수많은 기자들에게 목소리를 조금 더 들려주고자 일어서서 인터뷰를 진행,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의 진심이 인터뷰 현장 곳곳에 전달되는 듯 진풍경을 이뤘다. 진선규의 올 한해는 시작이 좋다. 느낌 또한 좋다. 기분 좋은 첫 시작을 알린 진선규에게 2023년은 남다른 한 해가 될 듯하다.
“식상하지만 저는 변한 게 하나도 없어요. 20년 전 저에게 이야기를 한다면 요즘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하잖아요. ‘그래 네가 하는 것 지금처럼 하면 돼, 즐겁게 잘 해나가고 있어’ 그렇게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잘 하고 있다고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EN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