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멍뭉이’ 유연석 “파양 그린 영화 아냐, 유기견 문제 봐주셨으면” [인터뷰]
- 입력 2023. 03.03. 15:41:03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 관객들의 몫이지만 그 와중에 한 분이라도 더 유기견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생각의 변화가 생기고, 용기를 내서 변화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멍뭉이' 유연석 인터뷰
영화 ‘멍뭉이’(감독 김주환)는 집사 인생 조기 로그아웃 위기에 처한 민수와 인생 자체가 위기인 진국, 두 형제가 사랑하는 반려견 루니의 완벽한 집사를 찾기 위해 면접을 시작하고, 뜻밖의 ‘견’명적인 만남을 이어가는 영화다. 유연석은 극중 11년 집사 인생에서 최대 고비를 맞이하는 민수 역을 맡았다.
“제가 찍은 것을 보고 나서 기자간담회에서 주책 맞게 운적은 처음이에요. 옆 관에서 보고, 5분 정도 늦게 끝났거든요. 마지막 신을 보며 울다가 바로 (간담회에) 왔어요. 감정이 추스르지 않은 순간에서 인터뷰를 시작했죠. ‘어떻게 봤냐’고 하시니까 영화를 보면서 어떤 감동도 있고, 순간적으로 예전에 강아지를 키우며 있었던 추억들이 스치며 감정이 북받쳤어요.”
유연석은 ‘멍뭉이’ 촬영 후 유기견을 입양해 견주가 됐다고 밝힌 바. 어린 시절 부모님댁에서 강아지를 키웠던 경험이 있었던 그가 다시 강아지를 키우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를 끝나고 몇 달을 지냈어요. 아가들이 생각나더라고요. SNS에 입양 가능한 아가들, 보호소에 올라오는 이미지를 틈틈이 보고 있었어요. 몇 달 뒤, 지금 입양한 아이를 접하게 됐죠. 그 후로도 계속 고민을 하고, 단체에 연락을 해 (입양까지의) 시간들이 필요했어요. 입양 신청서를 내고, 답변을 기다리는 시간들이었죠. 영화를 찍은 후 1년 뒤 데려왔던 것 같아요.”
영화는 반려견의 새 주인을 찾으려는 여정을 담고 있다. 이야기 자체가 누군가에게 불편한 시선으로 비춰질 우려에 대해 유연석은 “민수의 여정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느냐를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중간에 여러 에피소드들, 민수의 성숙하지 못한 선택의 순간들이 있을 수 있어요. 그게 과거의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고민을 하게 되죠. 그런 순간들이 있지만 결국 그 여정들을 통해 본인 스스로도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가족 의미를 생각하고, 반려견이 가족이면 포기 않고 함께 살아가는 의미를 주는 틀에서 기승전결이 있다고 생각하죠. 하나의 에피소드에 집중하지 말고, 이 영화가 주려는 메시지에 같이 그 여정을 따라 봐주셨으면 해요.”
민수는 진국과 함께 루니를 ‘맡아줄’ 새 보호자를 찾아 나선다. ‘맡긴다’의 의미가 결국 ‘파양’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냐고 묻자 유연석은 자신의 생각을 풀어갔다.
“1500만 반려인들이 있잖아요. 다양한 이유로 처음 아가를 데려왔을 때 행복과 설렘, 반대로 딜레마의 순간들이 현실적으로 있어요. 포기하는 순간들이 다수 있을 수 있어요. 1500만 인구 중에 수없이 딜레마의 순간에 포기되고, 버려지는 아이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파양’이라는 건 관계와 인연을 끊는다고 생각해요. 민수는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죠. 루니를 잘 보살펴줄 진짜 가족이 아니면 절대 보내지 않을 거야 다짐하고, 그 여정이 시작돼요. 중요한 건 딜레마 순간을 보여주고, 민수가 어떤 선택을 하고, 성장하고, 변해가는 과정 속에서 가족 같은 루나를 포기하지 않고 찾아가는 노력을 봐주셨으면 해요. 그래서 ‘파양’이라는 단어가 맞지 않다고 생각하죠.”
영화는 현실에 처한 입양, 유기, 파양 등을 보여준다.
“대형견이 입양이 안 된다는 걸 알았어요. 구조해도 정작 맡길 곳조차 없다더라고요. 그 정도로 파양하고, 맡길 곳이 없는 현실을 조금 느낄 수 있었어요. 어릴 적부터 저희 집에도 계속 강아지를 키웠어요. 주변에서 새끼를 많이 낳으면 어머니가 데려오신 적도 있고, 떠돌아다니는 개를 데려와서 키운 적도 있죠. 현재는 파양된 믹스견을 키우고 있고요. 그런 식으로 아이들을 맞이해 키우다 보니 관심이 갔던 것 같아요. 제가 배우로서 할 수 있는 활동은 무엇일까 막연히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그러던 찰나에 이 작품을 만나게 됐죠. 이번 작품을 통해서 한 분이라도 더 유기견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생각의 변화가 생기고, 용기를 내서 변화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유연석은 ‘멍뭉이’를 반려인이 아닌, 비반려인에게도 적극 추천했다.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가는 온전히 관객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가 왜 이런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불편한 현실들을 보여주고 있고, 왜 민수가 저런 선택을 하고, 이 사람들이 이 예산의 영화를 굳이 만들려고 하는지 작은 메시지와 진심을 알아봐주셨으면 해요. 훈련사분들, 또 다른 반려인들은 어떻게 해석할지 모르겠지만 모든 분들에게 무언가를 설득시키고, 이해시키고, 가르치려는 건 아니에요. 교육영상도 아니고. 영화를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를 곡해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제가 바라고, 감독님이 바란 건 득을 따지며 계산한 영화가 아닌, 강아지들이 처한 환경, 그리고 가족들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셨으면 하죠. 굳이 반려인이 아니더라도 가족들, 아이들, 혹은 연인들과 보면 영화 자체만으로 굉장히 귀엽고, 공감가고, 힐링 되는 포인트가 많아요. 이 영화를 통해 얻게 된 메시지들이 있을 텐데 그런 것들을 아이들, 주변 사람들에게 가르치듯 이야기하는 것 보다 영화 한 편을 통해 부담스럽지 않게 메시지를 던져주죠. 반려인이든 아니든 함께 살던 사람, 동물이 떠나간 빈자리를 봤을 때 어떤 감정들은 모두가 공감하는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키다리이엔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