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원, 명품 시계 착용한 왕자님인가?
입력 2023. 03.03. 16:32:15

정동원

[유진모 칼럼] "아이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라고 노래부르던 정동원이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입학식에 3500~5000만 원짜리 명품 시계를 착용하고 참석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강남 청담자이에서 자취를 시작했다고 알렸다. 청담자이는 71㎡ 기준 19억 원 안팎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정동원의 소속사는 입학식을 앞두고 "입학식은 식장 및 학교 내부 출입이 절대 불가능하며, 교문 밖에서 질서를 지켜서 해 주시는 응원은 가능합니다. 학교는 가수 님의 사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졸업식과 마찬가지로 왕자 님 호칭과 연두색 의복 착용 등은 절대 불가함을 알려 드립니다."라는 공지 사항을 전했다.

한 눈치 빠른 매체는 정동원의 손목에 장착된 시계에 대해 '파텍 필립, 바쉐론 콘스탄틴과 함께 3대 명품 시계로 꼽히는 오데마피게 브랜드의 로열 오크 셀프 와인딩 모델이다.'라고 적시했다. 출시 가격은 3500만 원이지만 품귀 현상이 심해 리셀 가격이 5000만 원 이상을 호가한다고. 정동원의 행사 개런티는 건당 2500만 원이라고 알려졌다.정동원은 최근 방송 등에서 여러 차례 재력을 과시해 왔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 등으로 더욱더 많이 벌었다고도 알렸다. '있는 것을 있다.'라고 당당하게 알리는 게 잘못은 아니다. 잘하는 노래를 불러 모은 돈이니 한 점 부끄러울 일도 없다. 그런데 그는 오는 19일에 16살이 되는, 아직 어린 청소년이다. 고교 1년생이다.

나이가 어리다고 돈을 많이 벌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나이가 어려도 정당하게 벌었다면 그게 손가락질 받을 일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자랑스러워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왠지 아슬아슬해 보인다. 나이와 연관이 없지 않다. 만약 그가 40대, 50대였다면 지금처럼 대놓고 자랑했을까?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는 '아이돌 사관학교'라는 별칭처럼 대부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최소한 찢어지게 가난하지는 않은 학생들로 구성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학생, 그것도 신입생이 수천만 원짜리 명품 시계를 차고 등교하는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평가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교사들은 자기 연봉을 손목에 차고 흔들어 대는 그를 어떻게 볼 것인가?

황영웅이 거센 비난의 여론을 이겨 내지 못하고 결국 MBN '불타는 트롯맨' 2차 결승전에 기권했을 때 그의 극성 팬들은 오히려 비판을 보냈던 대중을 향해 반발을 보였다. 그러자 다수의 매체가 '가수의 수준이 그 팬의 수준'이라는 정문일침의 지적을 한 바 있다. 정동원의 소속사는 팬들에게 '학교에서는 왕자 님 호칭을 삼가해 달라.'라고 주문했다. 가수 님이라고도 했다.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왕자 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할까? 우리나라에서는 1910년 황제, 왕, 왕자 등의 호칭이 사라졌고, 일제 강점기 중에도 우리 선조 중 일부 친일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마음 속으로 일본 천황을 황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 정서상 부모들은 자식들을 왕자 님이나 공주 님이라고 부른 적이 있었다.

지금은 장롱 속 깊은 곳의 먼지 쌓인 서랍 속에서나 통용될 호칭이다. 연예인의 수준이 팬의 수준을 만들기도, 팬의 수준이 해당 연예인의 수준을 만들기도 한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꾸준히 기부 활동을 펼쳐 왔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의 팬들도 계속 기부 소식을 알린다.

연예계에는 정동원쯤은 우습게 여길 부자들이 많다. 굴지의 재벌 기업 오너들은 어떤가! 그런데 그들은 절대 재력 자랑을 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럴수록 고개를 숙인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 회장이 현대자동차의 SUV 팰리세이드를 직접 운전하고 나타나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더욱더 놀라웠던 점은 중고차 쇼핑몰에서 구매했다는 것.

그가 돈이 없어 롤스 로이스나 벤틀리를 못 타는 게 아니다. 중고 팰리세이드가 진심이든, 가식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삼성그룹 회장이 중고 국산 SUV를 직접 운전하고 다닌다는 게 팩트이다. 배려이고, 솔선수범이며, 겸손이다.

톱스타도 대부분 마찬가지이다. 적지 않은 스타들이 업무용으로 국산 밴을 사용한다. 자신의 몸에 두른 의상과 액세서리가 명품이라고 굳이 자랑하지 않는다. 사실 40대 이상의 스타 중 명품에 집착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왜? 자신의 존재 자체가 명품이기에 굳이 다른 명품으로 몸ㅇ르 꾸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누가복음은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라고 했다. 유사 이래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고 똑똑한 철학자로 추앙 받는 소크라테스는 "내가 아는 단 한 가지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잠언 중에 '뒬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라는 게 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46살, 56살이 되면 알 것이다. 왜 요즘 대중은 연예 스타에게 겸손을 요구하는가? 정치는 잘해야 본전이지만 연예는 못해도 본전이기 때문이다.

[유진모 칼럼 / 정동원 인스타그램, 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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