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원, ‘스마트폰을’과 감독을 향한 신뢰·믿음 [인터뷰]
- 입력 2023. 03.07. 16:24:11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이 영화를 한 이유는 보통 형사는 사건을 추적한 후 잡는다가 대부분인데 ‘스마트폰을’은 ‘범인이 아들이다’라는 오해를 하는 부분이 되게 매력적이었어요. 그래서 하게 됐죠.”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김희원 인터뷰
전형적인 캐릭터에서 탈피했다. 이것이 바로 배우 김희원이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감독 김태준)를 선택한 이유다.
“연기할 때 형사라는 생각보다 권위주의 아버지, 고지식한 아버지, 그 생각을 더 많이 했어요. 치밀하게 뭔가를 분석하고, 조사하고, 찾기 보다는. 아버지로서 아들을 쫓아가는 부분들이 재밌었어요.”
지만이 쫓는 준영은 스마트폰을 주운 후 나미에게 접근하는 인물. 이 역할은 임시완이 맡았다. 김희원은 임시완에게 해당 역할을 제안하기도. 앞서 두 사람은 ‘불한당’을 통해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임시완이라는 친구가 되게 성실하게 연기를 잘해 평상시에 좋은 후배라고 생각했어요. 준영은 휴대폰에 프로그램을 심으니 똑똑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컴퓨터도 잘 하고. 똑똑하게 보이는 범죄자에 어울리겠다 싶었어요. 시완이가 딱 똑똑해 보이잖아요. 그래서 임시완이 이걸 하면 잘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시완이랑은 사실 친구처럼 지내요. 정말 편안하죠. 같이 연기할 때 굳이 이야기를 할 필요 없으니까 호흡이 잘 맞아요.”
그러나 대본을 주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오랜만에 만났어요. 배우가 배우에게 대본을 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줘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 했죠. 저는 같이하면 너무 좋겠는데 정식으로는 감독, 회사를 통해 하니까. 감독님도 꼭 하고 싶으니 제 인맥을 이용한 것 같아요. 하하. 어떡하지 고민하다가 편안하게 얘기 중에 건넸어요. 쑥스럽더라고요. 선배가 대본을 주는 거니까 거절할 수 있고, 저 때문에 미안해서 하는 걸 수도 있으니. ‘그런 것 생각하지 말고 봐’라고 했어요. 처음엔 스케줄이 안 맞아서 못한다고 했는데 그 작품이 밀리게 됐더라고요. 그래서 할 수 있게 됐다고 연락이 왔어요.”
이 영화는 김태준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동명의 인기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일본에서 먼저 영화로 만들어졌다. 한국판으로 리메이크된 이 영화를 위해 김태준 감독은 일반 영화에서는 흔히 쓰지 않는 렌즈와 장비들을 적극 활용, 스마트폰의 다양한 면을 담아냈다.
“김태준 감독님은 정말 자기 일을 열심히 하세요. 영화를 하려다가 연기돼서 1년 정도 기다렸죠. 전화통화를 몇 번 했는데 영화가 되든, 안 되든 콘티를 그리고 있다더라고요. 그 콘티가 나중엔 사전처럼 됐어요. 이 영화를 너무 성실하게 준비하는 게 신뢰가 갔죠. 많이 준비를 하다 보니 현장에서도 흔들림이 없었어요. 신인감독 티가 덜 났죠. 보통 신인감독이면 현장에서 헤매는 게 있는데 이 분은 준비한 대로 해서 그런 게 없었어요.”
김희원은 신인인 김태준 감독에게 어떤 신뢰와 믿음이 갔던 것일까.
“보통 스릴러 영화가 사건이 있고, 난관에 빠졌다가 해결하잖아요. 이 영화는 스마트폰으로 일어나는 일이 너무 현실성 있게 다가왔어요. 형사가 나오는데 아들이라고 오해하는 부분도 신선했고요. 신선한 부분이 꽤 많이 있더라고요.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내가 상대방이 되잖아요. 스마트폰을 100% 조종할 수 있다는 게 섬뜩했어요. ‘시나리오가 좋은데 왜 투자가 안 되지? 무조건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어 일단 기다렸죠.”
김희원은 여러 아이디어를 캐릭터에 덧입혔다. 그렇게 탄생된 지만 역을 통해 김희원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였다.
“되도록 한 표정으로 계속 하고 싶었어요. 웃지 않고 싶었죠. 그래서 한 번도 안 웃었어요. 인상을 많이 안 써도 감정변화 없이 계속 짜증나 있는 상태면 좋겠더라고요. 연기할 때 자기도 모르게 나오려고 하는 게 안 나오도록 했죠. 고지식하고, 권위주의 등 그런 것에 방점을 두다 보니 무슨 속을 가졌는지 모르겠고. 그런 게 더 어울리겠다 싶어서 일부러 그렇게 했죠.”
김희원은 2007년 영화 ‘1번가의 기적’으로 데뷔해 2010년 ‘아저씨’에서 “이거 방탄유리야 XXX야”라는 대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이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 김희원은 한 해도 빠짐없이 작품에 출연하며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연기할 때 괴롭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하고, 하기 싫기도 한데 연기라는 게 없었으면 ‘내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명일 때 일이 많이 없잖아요. 그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해요. 다른 작품이 잡혀있지 않으면 마음 편히 못 쉬죠. 프리랜서들이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 강박관념도 있고. 그러다 보니 현장에 있는 게 즐겁고, 사람들과 일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현장에 있다는 게 행복한 일이구나.”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