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천우희 “준영 응징 결말, 영화 선택한 이유” [인터뷰]
입력 2023. 03.09. 15:00:41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천우희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현실에 발을 붙였다. 매번 강렬한 역할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 천우희가 이번에는 우리 옆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듯 생생한 캐릭터로 그려냈다.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감독 김태준)을 통해서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평범한 회사원이 자신의 모든 개인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일상 전체를 위협받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현실 밀착 스릴러다. 천우희는 극중 스마트폰을 떨어뜨린 후 일상이 흔들리는 나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시나리오를 재밌게 읽었어요. 그래서 더 이 작품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죠. 제가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들은 굉장히 독특하거나 현실에 있지 않을 법한 상황이 많았잖아요. 평범한 직장인이 휴대폰을 떨어뜨리고, 상황이 일어난 걸 연기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죠. 영화를 안내하며 인도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눈에 띄기보다 전체 흐름을 같이 하는 역할을 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는 지난달 17일 공개 후 단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에서 3위를 차지했고, 한국을 비롯해 대만, 베트남 등 국가에서는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또 브라질, 멕시코, 포르투갈, 홍콩 그리고 싱가포르 등 총 34개국 국가‧지역에서 TOP 10 리스트에 등극하며 글로벌 시청자들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냈다.

“현실 공포인 게 누구나 휴대폰을 쓰고 있고, 잃어버릴 뻔한 경험이 있잖아요. 잃어버렸을 때 불편함, 불쾌감, 불안감들이 (영화에) 잘 녹아들어있는 것 같더라고요. 스릴러적으로 표현을 잘 접목 시켰어요. 게다가 3명의 인물 구도도 너무 마음에 들었죠.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들이 흥미로웠어요. 물론 처음부터 OTT를 생각하고, 만든 작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누구든지 어느 세계의 사람이 보더라도 만족스럽지 않을까 싶어요.”



스마트폰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할 정도로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스타트업 회사의 마케터 나미는 실수로 폰을 잃어버리고, 그때부터 스마트폰 해킹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훔쳐 살고 있는 준영(임시완)의 타깃이 된다. 계속해서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느낀 나미는 자신의 일상을 되찾기 위해 반격을 시작한다. 이 과정은 현실과 맞닿아 있어 보는 이들의 몰입을 높이기도.

“지금 시기와 잘 맞아 떨어져 작품을 읽을 때 편안했어요. 연기할 때도 나미가 제 또래잖아요. 나미의 성격, 캐릭터 자체가 저와 비슷한 부분이 많았죠. 어떤 이 일을 해결해가는 방법이나 독립적인 성격이 조금 있는데 그 부분이 많이 맞닿아있었어요. 감독님이 캐스팅하기 위해 미팅할 때 보여준 부분들이 저에 관한 것들을 많이 수집하셨더라고요. 제가 가지고 있는 포인트를 접목해서 쓰고 싶다는 걸 느꼈어요. 이 작품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몰입을 높이는 건 체험이더라고요. 그래서 그 부분을 살리려고 했어요. 놓인 상황과 인물들 간의 관계만 잘 생각하면 충분히 이입될 것 같았죠.”

그렇다면 천우희가 생각하는 나미와의 싱크로를 어느 정도일까.

“자잘하게 많았어요. 인스타에 별 거 아닌 걸 올렸을 때도 감독님이 다 보고 계셨고, 제가 좋아하는 것도 알고 있었죠. 저의 유튜브도 보고, 나미스러운 모습을 많은 관찰에 의해 만들어내셨더라고요. 캐릭터 구축을 해나가는데 있어 배우가 해야 하는 게 있는데 본인이 관찰하면서 있는 그대로, 저 자체를 가지고 오고 싶었다고 하셨죠. 좋은 눈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적격인 캐스팅을 하는 것도 연출자의 중요한 몫이거든요. 어떤 분은 저를 세게 보지만, 나약하게 보는 분도 있어요. 제가 외유내강인데 이 인물과 잘 맞았죠.”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현실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와 섬뜩함으로 범죄의 대상이 내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감을 자아낸다. 사건에 휘말리는 나미는 극 중반부터 현실을 발을 딛는 인물. 초중반 연기의 결이 달랐던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하려 했을까.

“힘 조절, 분배를 잘하지 않으면 작품을 끌고 가는데 있어 보는 자로 하여금 몰입이 안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행위자가 나와 있잖아요. 나미를 응원하면서 긴장감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건 소개하면서, 안내자이기에 다른 길로 안내하는 게 제 몫이었죠. 최대한 생활연기를 하려고 했어요. 감정적인 연기를 얼마나 응축하고 있다가 보여줄 것인가, 나미는 여전사가 아니기 때문에 초반부터 강렬한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힘 분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만들어 가는데 있어 꽤나 재미있었어요.”

나미는 자신의 스마트폰이 해킹당하고, 범죄의 대상이 자신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적극적으로 대처에 나선다. 결말에서는 준영이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게 아닌, 총을 쏴 죽음을 맞이하게 한다. 나미의 주체성을 대변함과 동시에 강인한 성격을 보여준다.

“그 정도 악의를 가지고, 지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법적인 처벌을 받아도 나올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과 저 역시 결말에 대해 ‘굳이 저렇게까지 응징해야하나?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이 작품이 마음에 들고, 선택한 이유는 결말이었어요. 나미가 극중에서 ‘저를 평생 지킬 수 있어요? 아니잖아요’라고 하는 말은 결국 스스로가 지켜야하고, 이 일을 마무리 질 수밖에 없는 사람은 나미라고 생각했어요. 확실한 처벌, 응징할 사람은 나미 밖에 없는 거죠. 작품을 보면 마지막에 ‘구원은 자기 스스로, 자신으로부터’라고 써있어요. 이 끝맺음은 무조건 나미가 져야한다는 거라 감독님과 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죠. 법적 처벌을 받고 끝낼 수 있겠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해소감이 들었을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리뷰를 보니까 ‘나미는 정당방위냐, 처벌을 받냐’라고 하시던데 그건 끝나고 나서의 이야기거든요. 이야기가 달려오고, 마무리 짓는 건 나미의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는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날로 높아지는 현실을 반영한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일이라 피부로 와 닿는 공포감이다.

“(스마트폰은) 웬만한 사람들에게 제2의 자아잖아요.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편리성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게 있으니. 충분히 악의를 가지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조심은 하지만 아직도 의존도가 높아요. 손에서 못 놓고 있죠. 메모하고, 대본을 읽고, 배달도 시키고, 모든 걸 다하고 있으니까. 현대사회에 사는데 이 편리성을 포기할 수 있을까? 그건 좀 어려운 것 같더라고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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