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 조성하, 언젠간 또 요긴나게 써먹을 '지질이'[인터뷰]
입력 2023. 03.13. 15:57:18

조성하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대행사' 속 배우 조성하의 악역은 새로웠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빌런'이 아닌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전투를 펼치는 경쟁자로 악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조성하.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그는 "생각지도 못한 캐릭터가 생겼다. 앞으로 어떻게 이 캐릭터를 요긴나게 활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조성하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JTBC 주말 드라마 '대행사'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달 26일 막을 내린 '대행사'는 VC그룹 최초로 여성 임원이 된 고아인(이보영)이 최초를 넘어 최고의 위치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린 우아하게 처절한 광고대행사 오피스 드라마. 극 중 조성하는 VC기획 기획본부장 최창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조성하가 맡은 최창수는 국내 일류 대학을 나와 일류 광고 대행사의 임원이 됐고, 자연스럽게 더 높은 곳을 바라고 욕망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라면 걸림돌이 되는 사람을 이용하고 가차 없이 버리는 권모술수의 달인이다.



주인공 고아인의 대척점에 있는 라이벌 캐릭터를 맡은 조성하는 "고아인, 강한나, 조은정 다른 여성 캐릭터들은 선이 명확하더라. 그런데 최창수는 그렇게 많은 내용이 설명되어 있진 않았다. 주인공 고아인을 더 멋있게 보이기 위해서는 악역이 더 잘해줘야 하지 않겠나. 억척스러운 고아인에 비해서 최창수가 너무 약해 보이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느낌을 강화해서 고아인이라는 역할을 도와줄 것인가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캐릭터를 어떻게 세게 해 볼까 고민을 하면서 시뮬레이션을 계속해봤다. 부딪힘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설정해 나갔다. '야비함', '비열함', '비아냥거림'이 가장 잘 어울리는 목소리 톤을 잡았다. 평소에는 중저음인데 톤을 조금 더 올려서 가벼운 느낌을 주려고 했다"라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설명했다.

최창수는 사내 정치에 능한 인물. 조성하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아내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인물이 정말 있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집사람(아내)이 직장을 다닌다. 물어보니 '이런 인물은 어디 가나 있다'라고 하더라. 최창수 주변에 있는 인물들도 있냐고 하니까 '그런 인물들은 더 많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자신감 있게 해도 되겠구나 생각했다"라며 웃었다.



조성하는 '강약약강'의 표본인 최창수를 '상지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평소에 '지질한 역할을 하지 말자'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상지질이'를 만났다. 최창수를 따르는 권우철(김대곤)도 리더를 잘못 만나서 출세를 못하지 않나. 최창수가 못나서 그런 거다. 이런 지질함을 있어 보이게 보이게 해야 하니까 만만치 않더라. 최창수가 고아인의 '숙제'처럼 존재해야 하는 데 허술함이 있더라. 개인적으로는 '톰과 제리'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또 그 케미가 잘 살면 유니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재미를 만들고자 했다. 최대한 빈틈없이 보이게 하나 뒤를 돌면 허당미가 있는 인물로 보이려고 했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조성하는 지질한 캐릭터에 욕심이 생겼냐 묻자 "다들 괜찮게 봐주신 것 같다. 감독님도 (제가 연기한) 이 캐릭터가 너무 좋다면서 '밀고 나가라'라고 하시더라. 앞으로 지질대왕 같은 것도 해볼까 싶다"라고 답했다.

최창수의 결말은 어떻게 봤을까. 최창수는 친구 김태완(정승길)과 강한수(조복래)에게 손절을 당한 후 보직 해임 당한다. 짐을 싸서 회사를 나가던 최창수는 고아인에게 다가가 "미안하다. 추한 모습 보여서.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라고 사과한 뒤 "넌 꼭 이겨라"라고 응원을 보낸다.

"작가님이 최창수의 엔딩을 잘 써드리겠다고 말하셨다. 최종회 대본을 받았을 때 갑자기 착한 척을 해야 하니까 낯설긴 했다. 설명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서 아쉽긴 했지만 작가님이 최선을 다해서 최창수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려고 써주신 장면 같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많은 신을 함께 했던 이보영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조성하는 "훌륭한 배우다. 처음 작업을 함께 했다. 작업에 임하는 자세는 물론 주변에 스태프들과 배우들을 대하는 태도가 정말 나이스하더라. 끝나고 간간히 '치맥(치킨+맥주)'도 권할 줄 아는 여유로움이 있는 배우다. 소통을 위해 힘쓰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대행사'는 4%대 시청률로 출발해, 마지막 회에서는 16.044%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 닐슨) 조성하는 가족들과 함께 '대행사'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본방사수를 하며 드라마의 인기를 체감했다고 전했다.

"가족끼리 거실에 앉아서 '대행사'를 다 함께 봤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함께 본 건 처음이다. 너무 좋았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가족들에게 인정받으면서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정말 좋았다. 가족들이 '너무 좋았다'라고 좋은 평을 해줬다. '이제 좀 배우를 하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더 좋은 작품으로 가족들과 (이렇게)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조성하는 "'대행사'는 저에게 귀중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값진 만남을 선물해 준 작품이다. 모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부드럽게 융합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 작품의 큰 복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 시청자 분들이 큰 사랑을 주셔서 정말 좋았고 감사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준비해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끝인사를 남겼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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