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타스캔들' 정경호, 큰 틀 안에서 다르게 나아가는 방법[인터뷰]
- 입력 2023. 03.16. 08: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또 까칠하고 예민한 캐릭터요? 예전에는 틀을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두렵고 고민도 많았고요. 그런데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식의 연기를 하더라고요. 표현방식이 더 자연스럽고 유연해졌어요. 지금으로서는 이런 캐릭터를 잠시 쉬고 쉽긴 해요. 하지만 또 좋은 사람들과 하는 좋은 작품이면 하게 될 것 같아요."
정경호
'일타스캔들'은 사교육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 남행선(전도연)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 최치열(정경호)의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다. '1조 원의 사나이'로 불리는 수학 일타 강사 최치열은 그간 수많은 작품에서 정경호가 보여준 특유의 까칠하고 예민한 캐릭터들의 연장선이 있는 인물이다. 정경호는 여기에 실제 성격을 녹여낸 듯한 '스위트함'과 '위트'를 더해 새로운 '인생캐릭터'를 경신해 냈다.
'일타스캔들'은 4%대(전국 유료가구 기준, 닐슨)로 출발해 17.0%를 돌파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정경호는 "1월에 새해를 알리며 시작을 했다. 시청자 분들께 따뜻한 이야기가 되면 좋겠다고 모든 스태프들과 다짐을 하며 찍었다. 다행히 사랑도 받고 관심도 받고 좋은 반응이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시청자 분들에게도 좋은 기억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일타스캔들' 인기를 체감했다는 정경호는 "드라마 시작한 뒤 연락이 많이 왔었다. 오래간만에 연락이 오는 사람들도 있었고, 몇 년 만에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친척들도 오랜만에 연락을 주시는 것을 보니, 많은 분들이 보시는구나 감사하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정경호에게 '일타 강사'는 생소한 직업이었다. 정경호는 최치열이라는 캐릭터를 준비한 과정에 대해 "'일타'라는 것에 대해서도 몰랐고 수학도 너무나도 몰랐던 부분이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사실 막막했다. 방송에서 수학 풀이하는 신이 10여 개 나왔다. 자문 선생님(안가람)을 만나 선생님이 수업하는 것도 보고 영상도 봤다. 수학 공식 같은 경우 어처구니없이 모르니까 다 외우면 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판서 연기'는 심혈을 기울여서 준비했다고 전했다. 그는 "칠판을 쓰는 것, '판서'가 너무 어려웠다. 정말 새로운 세계더라.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저렴한 칠판을 구입해 일타 선생님(안가람)이 문제를 써놓고 가시면 난 계속 덧칠을 하고 그랬다. 그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준비했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최치열을 통해 '일타 강사'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정경호는 "'일타 강사'들을 보면 연예인의 삶과 비슷하다는 걸 느꼈다. 최치열이 수업이 끝나면 바로 후기를 찾아보지 않나. 실제 일타 강사님들도 수업이 끝나면 후기를 찾아보더라. 게시물에 몇백 배가 순식간에 달린다고 하더라"라고 이야기했다.
최치열만의 매력을 더한 부분에 대해 "특별하게 썼던 건 감독님, 작가님이 조금 더 옷을 세련되게 입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런 부분에 조금 신경을 쓰긴 했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최치열의 시그니처 '발차기'와 관련한 비화도 전했다. 그는 "대본에 학생들을 주목시키기 위해 발차기를 한다고 적혀있더라. 원래 더 높이 올라간다(웃음). 정장 바지라서 다리가 많이 안 올라가더라. 일타 강사님들마다 학생들을 주목하는 방법이 다 다르더라. 최치열은 발차기와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또 말투와 억양에 조금 신경을 썼다. 특히 숫자 '2'를 발음할 때 신경을 썼다"라고 말했다.
정경호는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전도연과의 멜로 호흡에 대해 '가문의 영광'이라고 말할 정도로 깊은 존경심을 드러낸 바 있다. 드라마 종영 후에도 그는 여전히 "전도연 선배님과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저한테는 너무나 큰 기회였다"고 했다.
"감히 전도연 선배님을 이야기하는 데 내가 뭐라고 말을 하겠나. 당연히 좋았다. 제일 많이 느꼈던 부분은 선배님은 정말 '거짓말을 하지 않으시구나'였다. 카메라 앞에서는 늘 셀레 어하셨고, 또 긴장도 하시더라. 선배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남행선이었다. 그런 모습들이 정말 좋았다. 선배님과의 작업은 정말 영광의 순간들이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선배와 투샷이 잡혔을 때 배우로 뿐만 아니라 정경호로도 정말 좋았다. 행복했다. 영광스러운 기억들 뿐이다."
1983년생으로 지난해 40대에 접어든 정경호. 그는 "요즘 현장에 가면 선배 소리도 많이 듣는다. 애매한 중간의 나이가 됐다.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20년이지만 조금은 갖고 있는 게 많아야 하는 시기이지 않나. 쉼 없이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개인적인 변화를 주려고 노력해 왔던 것 같다. 이제는 스스로도 개인적으로 다져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30대 때에는 '내가 잘하지 못하면 좋아하는 연기를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40대에는 기대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 사람이 뭘 하면 어떨까?' 궁금하게 만드는 사람. 50대에는 또 어떨지 모르겠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오름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