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스캔들' 장영남, 단단하게 버티는 법[인터뷰]
입력 2023. 03.18. 14:30:00

장영남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연극 무대에 서면서 '버티는 힘'이 생겼다. 이 직업을 오래 하려면 버티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버텨야 얻어지는 게 있다. 생채기가 나더라도 버텨야 뭔가를 얻는다. 그렇게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었던 건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게 행복하다'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도 변함이 없다.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똑같다."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승자'라는 말이 있다. 배우 장영남을 버티게 하는 힘은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다. 연기에 대한 꺾이지 않는 마음이 지금도 그를 성장하게 만든다.

지난 5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일타스캔들'(극본 양희승, 연출 유제원)은 입시지옥에 뒤늦게 입문한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 남행선(전도연)과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에서 별이 된 일타강사 최치열(정경호)의 달콤 쌉싸름한 스캔들을 그린 드라마다. 극 중 장영남은 유능한 변호사이자 두 아들을 둔 열혈 입시맘 장서진 역을 연기했다.

최근 진행된 '일타스캔들' 종영 인터뷰에서 장영남은 "큰 사랑을 주셔서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 좋은 땅과 토양, 큰 나무와 함께 열매를 맺을 수 있어 너무 감사드린다. 덕분에 너무 행복했다. 우리 팀 너무 사랑한다. '일타스캔들'은 저에게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시청자 분들께서도 이 작품으로 인해 힐링되셨으면 좋겠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일타스캔들'은 최종회 시청률 17.0%(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장영남에게도 의미 있는 성과. 그는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었다.

"아이가 초등학생인데 교문 앞에 아이를 데리러 간 적이 있다. 교문 앞에 서 있는데, 제 아이와 동갑내기 아이가 저를 툭툭 건들더니 '저희 엄마가 '일타스캔들' 잘 보고 있대요'라고 말하더라(웃음). 연령대를 불문하고 이 작품이 많이 사랑 받고 있구나 생각했다. 그간 드라마를 많이 했는데 이렇게 시청률이 잘 나온 것도 처음이다. 저한테는 고무적인 일이다. 2023년을 '일타스캔들'로 시작했다. 큰 복을 받았다. 정말 좋다."



장영남이 연기한 장서진은 도도하고 지성미가 넘치지만 누구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며, 아들들을 의사로 만들기 위해 집착하는 인물이다. 장영남은 극 중 정보 파악을 위해 동네 엄마들 무리에 끼면서도 선을 긋는가 하면, 어긋난 모성애로 두 아들은 물론 남편과 갈등을 빚는 모습으로 매회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이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가족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으로 뭉클함을 안겼다.

장영남은 "실제로 10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왕초보 엄마다. 아이 학업에 대해서 그렇게 크게 관여하지는 않는다. '1등을 해야 돼'라고 하는 엄마는 아니다. 결이 다르기 때문에 불편한 지점이 있긴 했다. 이 캐릭터를 온전히 표현해내야 하는 게 배우의 몫 아닌가. 시청자들에게 그 캐릭터를 잘 표현하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따로 설명이 되어있지는 않았지만 '장서진'이라는 인물은 지독하게 공부해서 그 자리까지 올라간 인물이 아닐까 싶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부를 한 사람 같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엄마들사이에서 열등감이 가장 많은 인물이 장서진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장서진에게 그런 지적 허영심이 생겼다고 봤다. 캐릭터 키워드로 '차분함', '침착함'을 선택했다. 사실은 누구보다 여유가 없는 사람이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차분하게 보이려고 했다"라고 캐릭터를 만들어나간 과정을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장영남은 캐릭터의 비주얼과 특징을 살리는 다채로운 슈트 스타일링을 선보이며 보는 재미를 더했고, 외적인 모습에 연기의 디테일을 더하며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그는 "'악마판사'때와는 다르게 표현해보려고 했다. 그때는 '강직함', '대쪽 같음'을 키워드로 가져왔다면, '일타스캔들'은 외형적인 부분에서도 '부드러움', '침착함', '차분함'을 키워드로 가져왔다. 워낙 센 캐릭터 터니까 외형적으로는 부드럽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스타일링에 중정을 둔 부분을 밝혔다.



극 중 일어난 '시험지 유출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면 '시험지 유출 사건'은 실제로도 있던 일인데, 그런 걸 드라마를 통해서 내가 주인공이 돼서 내가 표현한다는 게 불편한 점도 있었다"라며 "아직 입시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겪어보지 않아서 잘 몰랐는데 현실에서는 그런 학구열이 장난 아니라고 들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해서 아직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까지 해서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나 싶더라. '인간이 가장 추구해야 하는 행복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털어놨다.

'일타스캔들'은 로맨스, 코미디, 청춘, 스릴러,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가 섞인 작품. 장서진은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를 이끌어가는 캐릭터 중 한 명이었다. 장영남은 "사실 걱정을 많이 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인데 장서진은 옹달샘에 기름 한 방울이 떠 있는 기분이 들더라. 코믹 요소가 없었다.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망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많이 됐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볼거리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무엇보다 제가 이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는 '따듯함'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인간군상들이 나오고 모두가 해피엔딩을 맞는다. 아이들의 성장을 다루기도 하지만 이 드라마는 어른들의 성장 드라마다. '인간의 가치 있는 삶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하게 만든다"라고 이야기했다.

두 아들을 맡은 이태정(이희재), 이채민(이선재)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장영남은 "태정이가 연기한 희재는 어려운 캐릭터다. 첫 등장부터 대사 한마디 없이 표정이나 숨소리로 그 캐릭터를 표현해야 했다. 초반에는 극 중 관계성에 맞게 최대한 거리감을 두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본인 스스로 집중하려고 하는 모습이 기특해 보였다. 자기의 몫을 충분히 해내려고 노력했고, 그 부분을 높이 평가해주고 싶다. 태정은 선재처럼 밝은 아이다. 건강하게 잘 자란 친구 같더라. 자신감이 있고 자존감이 높더라. 태정과 채민 둘 다 열정적이고 예뻤던 친구들이다"라고 칭찬했다.



1995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데뷔한 장영남은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장르를 불문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올해로 데뷔 28주년에 접어든 장영남에게 '연기'는 어떤 의미일까. 아직도 연기에 대한 고민이 깊다는 장영남. 그런 고민들은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연기를 하면 힐링이 된다. 좋은 캐릭터를 만나고 즐겁게 작업을 하고 나면 힐링이 되더라. 어떤 상처를 받더라도 연기를 하면서 힐링을 받는다. 물론 버티기 힘들다. 40대에 최대 고비가 있기도 했다. 연기할 때 자신감이 안 생기고 혼자 울었던 적도 많다. 해결점을 찾기 힘들었다. 그간 연기 했던 것들을 다 까먹은 기분이었다. '번아웃' 같은 게 온 것 같다. 그런 순간이 있었다. 지금 '그런 게 다 사라졌나?' 묻는다면 아직 없어지진 않았다. 함께 손을 잡고 가고 있다. 지금은 '소모됐으면 소모됐지'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 대신 '내가 어떤 부분을 놓쳤을까?' '어디를 더 섬세하게 다가가지 못했을까?'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됐다. 비슷한 캐릭터라도 표현 방법이 다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은 그런 지점을 더 애써서 고민하고 나아가려고 하고 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앤드마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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