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호스트 정윤정 논란, '인기는 인지도 아닌 호감도'
입력 2023. 03.20. 11:40:22
[유진모 칼럼] 생방송 중 욕설을 내뱉어 논란이 된 쇼호스트 정윤정(47)이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정윤정은 지난 1월 28일 현대홈쇼핑 생방송 중 판매하던 화장품이 매진됐음에도 이후 편성이 여행 상품인 탓에 조기 종료가 불가능해지자 "여행 상품은요, 딱 정해진 시간만큼만 방송을 하거든요. 이씨, 왜 또 여행이야. XX, 나 놀러 가려고 그랬는데."라며 욕설을 내뱉었다.제작진이 정정 발언을 요구했지만 그녀는 "방송 부적절 언어, 뭐 했죠? 까먹었어. 방송하다 보면 제가 가끔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해서. 죄송하지만 예능처럼 봐 주세요. 홈쇼핑도 예능 시대가 오면 안 되나."라며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였다.이에 시청자들의 사과 요구가 빗발쳤지만 그녀는 오히려 SNS에서 누리꾼과 설전을 벌였다. "방송이 편하냐"는 댓글에 그녀는 "절 굉장히 싫어하시는군요. 그럼요, 인스타 제 방송 절대 보지 마세요. 화나면 스트레스 생겨 님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라고 비아냥거린 것.

그야말로 안하무인이었다. 이에 비판이 더욱 거세지자 결국 그녀는 SNS를 비공개로 전환해 게시물 댓글 창을 막았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장윤정의 발언이 상품 소개 및 판매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37조 제2항을 위반한다고 판단, '의견진술'을 하도록 결정했다.

방심위는 이 안건에 대해 "상품 소개 및 판매 방송은 국민의 바른 언어 생활을 해치는 비속어‧은어‧저속한 조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라며 심의 위원들이 전원 '의견진술'을 결정했다고 알렸다. '의견진술'은 방심위가 제재를 내리기 전 소명 기회를 주는 과정으로 홈쇼핑사는 다음 회의에 출석해 위원들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
그럼에도 꿈쩍 않던 정윤정이 17일 갑자기 SNS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방송 중 부적절한 표현, 정확히는 욕설을 사용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로 인해 상처받으셨을, 부족한 저에게 늘 애정과 관심을 주셨던 소중한 고객 여러분들과, 많은 불편과 피해를 감수하셔야 했던 모든 방송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라며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롯데, 현대, CJ 등 홈쇼핑 3사가 정윤정이 출연할 예정이었던 방송의 편성을 모두 보류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현대홈쇼핑은 2주간 정윤정의 방송을 다른 방송으로 대체한다고 밝히며 “여론이 좋지 않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의 방송이라 그에 합당한 처우라고 생각한다.”라고 공식 입장을 냈다.

CJ온스타일과 롯데홈쇼핑도 그녀의 방송을 편성에서 배제했다. 매주 화요일 그녀가 출연하던 CJ온스타일 ‘정쇼’는 일반 방송으로 대체된다. 그야말로 오비이락인가, 아니면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현실 직시의 개안을 한 것인가 헷갈린다.

애초에 그녀가 제작진의 욕설 정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시청자의 비난에 비아냥거림으로 맞불을 놓은 것은 아무리 봐도 교만, 최소한 자만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물론 그녀는 사달이 나기 전까지만 해도 유난희의 바통을 이은 뛰어난 쇼호스트였다. 그러니 자신감이 넘쳤던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녀는 큰 착각을 했다. 중국에는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라는 교훈이 있다. 어느 사회, 어느 조직이든 세대교체는 수시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유난희가 휩쓸다시피 하던 쇼호스트 흐름을 정윤정이 꿰찼듯. 연예계를 보면 가장 쉽다.

만약 인류가 늙지 않고 자기 수명을 다하다 죽고, 그러면 어느 곳에선가 성장한 새 인류가 불쑥 나타난다면 정윤정의 자만심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매일 새 생명이 탄생하고 있으며, 매일 신인이 각 분야에 진출한다. 정신 없이 내달리다 보면 어느새 후배들이 턱밑에까지 추격해 왔고, 이제 슬슬 내려갈 준비를 해야 할 때이다. 그게 인생이다.

그런데 정윤정은 만개한 꽃이 영원히 지지 않을 줄 알았던 것 같다. 게다가 그녀는 인기라는 것도 착각했다. 이전까지 그녀가 홈쇼핑 업계에서 유명하고 인기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인기는 인지도 기준이 아니라 호감도 기준이다. 음주 운전, 마약 투약 등으로 하루아침에 비호감으로 낙인 찍힌 톱스타들이 인지도가 약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다.

호감도의 하락 탓이다. 정신과 의사 엔리케 로하스 "교만은 자신에 대한 억제되지 않은 열정이다."라고 말했다. 나르키소스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교만이 부적절한 애정을 낳는 바람에 수장됐다. 나르시시즘에 겸손의 결핍이라는 함정이 있다는 증거이다.

쟁쟁한 소피스트(논변술학자)들을 벌벌 떨게 만든 소크라테스는 "내가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게 내가 아는 유일한 지식이다."라고 말했다. 아직도 추앙받는 그가 설마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 말을 했을 리 없다. 그만큼 세상은 넓고, 그 속의 먼지 같은 존재인 나는 아무리 잘난 체해 보아야 미미하다는 의미이다.

정윤정은 "홈쇼핑도 예능 시대가 오면 안 되나?"라고 제작진에 어필하며 자신의 잘못된 언어와 태도에 애써 당위성을 부여하려 했다. 메이저 플랫폼을 기준으로 아무리 막 나가는 예능이더라도 욕설이 오가는 프로그램은 아직 없다. 물론 방심위가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생기기 힘들 것이다.

그녀는 사과 글에서 "정확히는 욕설을 사용한 사실을 인정하다."라고 했다. 이에 미루어 애초부터 자신의 잘못을 몰라서 제작진에게 모른 척하고, 누리꾼과 설전을 벌인 게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혁명적인 정신분석학 박사 토마스 사즈는 정신병은 사회적 통제를 위해 만든 용어일 뿐 정신에 병이 없다고 했다. 정신병이라 칭하는 것 역시 육체적 질병이라는 것.

이 엄청난 유물론은 찬반양론을 불러 일으켰고, 비교적 진보적인 사상을 지닌 사람들과 유물론자들은(당연히) 찬성하는 쪽이다.

[유진모 칼럼 / 사진=정윤정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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