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지연, 내 생애 가장 용기 있는 결정 '더 글로리'[인터뷰]
- 입력 2023. 03.23. 07: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더 글로리'는 저에게 큰 도전이었어요. '악역을 하고 싶다'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쉽지 않았거든요. 큰 용기가 필요했어요. 이 작품을 통해서 알게 됐죠. '내가 용기가 있는 사람이구나', '부딪힐 수 있는 배우구나' 라고요. 용기를 낸 저에게 스스로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임지연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해 12월 파트1에 이어 지난 10일 파트2가 공개됐다.
임지연은 '더 글로리'에서 학교폭력 주동자 박연진 역을 맡아 활약했다. 박연진을 통해 데뷔 이래 처음으로 악역을 맡은 임지연은 "처음으로 맡은 악역이었는데 제대로 된 캐릭터를 만났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회사 식구들, 동료 배우들 등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아이디어를 받으려고 노력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박연진을 만들려고 했다. 그렇게 찾아낸 게 지금의 박연진이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나만 할 수 있는 빌런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극 중 박연진은 피해자인 문동은(송혜교)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인물이다. 자신이 저지른 악행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악행을 거듭한다. 임지연은 "보시는 분들이 한순간도 연진이를 용납하거나 이해하는 순간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기를 하는 입장이지만 (연진이를) 용납할 수 없었다. 작가님에게도 '세상 사람들이 다 나(연진이)를 미워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보셨다면 성공한 게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임지연은 '더 글로리'의 최고 빌런 박연진의 몰락 과정을 자신만의 색으로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특히, 후반부 박연진의 감옥 일기예보 장면은 '더 글로리'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임지연은 해당 장면을 통해 좌절에 빠져 있는 모습부터 악행을 그대로 돌려받으며 괴로워하고, 그 와중에도 웃으며 일기예보를 할 수밖에 없는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연진이의 마지막 장면은 몇 달 동안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난다. 연진이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벌이 아닐까 싶다. 평생을 '내가 왜 억울해야 하지?'라고 생각하면서 그대로 감옥에서 썩어가는 거니까. 그런데 연진이의 결말을 보면서 사실 많이 울었다. 연진으로 반년 이상 살다 보니까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무너지더라. 복잡 미묘했다.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악역 연기만의 재미도 느꼈다는 임지연은 "욕을 스스럼없이 하기도 하고, 담배도 진짜 끝까지 피우더라. 이렇게까지 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남편을 대할 때, 친구를 대할 때, 회사 동료들을 대할 때 다 다르지 않나. 굉장히 입체적인 캐릭터였다. 표현할 수 있는 소스들이 많았다. 그런 부분이 연기하면서 매력적이었다"라고 했다.
임지연은 박연진의 아역을 맡은 배우 신예은과의 높은 싱크로율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신예은 배우뿐만 아니라 모든 아역을 맡은 배우들이 정말 잘해주셨다. 덕분에 잘 받아서 할 수 있었다. 신예은 배우와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톤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따라가려고 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대로 하면 되겠다 싶더라. 다행히 비슷한 결로 잘 이어졌다. 다시 만나게 된다면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유독 대립하는 신이 많았던 문동은 역의 송혜교와의 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임지연은 "송혜교 선배에게는 너무 감사했다. '하고 싶은 게 다해'라고 말해주더라. 첫 촬영부터 쉽지 않았는데 뭐든 할 수 있도록 열어주셨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번에 함께 하면서 선배에게 많은 걸 배웠다. 선배님은 묵직하게 현장을 이끌어가셨다. 촬영 안팎에서의 애티튜드를 배웠다"라고 전했다.
임지연의 차기작은 tvN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이다. 차기작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그는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은 사실 크게 있진 않다. '연진이를 넘어서는 걸 보여줘야 해'라는 부담은 없다. 하던 대로 주어진 작품과 역할을 충실히 하다 보면 또 이렇게 좋은 작품이 오지 않을까. 설렘이 더 크다"라고 털어놨다.
"'더 글로리'를 통해서 '내가 연기를 하면서 얻고자 하는 게 명예가 아니구나'라는 걸 느끼게 됐다. '나 자신을 위해서 연기를 하는구나' '내가 만족하기 위해서 하는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 사실 모든 작품들, 캐릭터들이 저에게는 절실했다. 쉬지 않고 일했다. 많이 혼나기도 했고 혼자 많이 울었다. 연진이를 통해 많이 사랑받았지만 또 분명히 좌절하는 순간이 오지 않겠나. 여전히 현장에 가는 게 불안하고 무섭다. 하지만 한 작품, 한 작품 성취감이 있었다. 그래서 배우의 일을 계속 하는 것 같다. 이러다 연기가 어려워서 무너질 수도 있고 캐스팅 기회가 오지 않는 순간도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할머니가 돼서도 그러고 있지 않겠나(웃음)."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