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지노’ 이동휘 “살기 위해 당긴 방아쇠, 현실적인 결말” [인터뷰]
- 입력 2023. 03.27. 15:25:28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본 인터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카지노' 이동휘 인터뷰
“기억에 남는 반응이요? 죄다 욕이라서. 하하. ‘정팔이 형 왜 그랬어, 그러면 안 되지’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더라고요. 정말 욕을 많이 먹고 있어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파격적인 이야기로 끝맺음 된 ‘카지노’. 충격적인 스토리로 막을 내리자 그 중심에 선 배우 이동휘가 결말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카지노’ 시즌1은 우여곡절 끝에 카지노의 왕이 된 한 남자가 일련의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은 후 생존과 목숨을 걸고 게임에 복귀하는 강렬한 이야기가 담겼다. 시즌2에서는 카지노의 전설이었던 차무식이 위기를 맞이한 후 코리안데스크 오승훈의 집요한 추적에 맞서 인생의 마지막 베팅을 시작하는 이야기로 진행됐다. 지난 22일 16회를 끝으로 시즌2가 마무리되자 일부 시청자들은 시즌3를 기대하기도.
“시즌3에 대해 어떤 이야기도 오간 게 없어요. 최민식 선배님이 농담으로 ‘나는 죽었으니 알아서 해라’ 말씀하실 때도 ‘전혀 알아서 못할 것 같아요’라고 말씀드렸죠. 그렇게 끝난 결말에 대해 전혀 예측할 수 없었어요. 당초 첫 대본을 받았을 때 15부까지 나오고, 16부는 못 본 상태였거든요. 결말을 어떻게 끝낼까 말씀할 때도 민식 선배님은 ‘차무식은 최측근에 의해 허무하게 느낄 만큼 한 순간에 사라졌으면 좋겠다’라고 하셨는데 실제로 그런 엔딩일 줄은 몰랐죠.”
이동휘는 극중 차무식의 오른팔에서 벗어나 점차 숨겨왔던 욕망을 드러내는 양정팔 역을 연기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양정팔은 여러 차례 차무식을 배신하는 모습을 보여줘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한 바.
“정팔이 빈정 상해하는 행동들은 대본에 명시되어 있었어요. 어느 정도 공감이 가야 연기를 하는데 정팔이의 경우, 절반 이상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들이었죠. 일반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돈을 빌리면 갚아야하고, 빌린 것에 대한 채무를 인지하고 있는데 정팔은 일반적인 사람, 일반적인 행동을 하지 않죠. 대본상에서도 말도 안 되는 생각을 가진 인물이라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고민이었어요. 그래서 횡령하고, 잠수를 탄 사람들의 기사를 많이 찾아봤어요. 실제 범죄자들의 기사를 스크랩하면서 이들의 심리는 뭘까 분석하기도 했죠.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주변에도 있었어요. 주위에 손절한 사람 중 가짜로 우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눈치 보면서 울거나, 전혀 슬퍼 보이지 않는. 그렇게 정팔을 연기했죠.”
배신을 일삼던 정팔은 마지막까지 무식의 뒤통수를 쳤다. 마지막을 향해 갈수록 도박에 빠지고, 돈을 빼돌리는 등 행보를 보이더니 자신을 몇 번이나 봐주고, 살려준 차무식을 향해 총구를 겨눠 시청자들을 경악케 한 것.
“마지막까지 무식을 누가 죽일 것인가 회의를 여러 차례 했어요. 공통적으로 최측근에게 당해야 말로가 애잔하고, 쓸쓸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죠. ‘운칠기삼’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을 해결해가는 사람을 보며 ‘어떻게 그러지?’ 생각이 들잖아요. 그런 면에서 현실적인 결말이라고 생각해요. 허무한 결말을 맞이하는 게 차무식의 선택으로 벌어졌다고 생각하죠. 정팔은 상구가 죽는 걸 보면서 확실히 느꼈을 거예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생존 그 자체에만 집중하다 보니 차에 들어갔을 때 단순한 생각이 들었던 거죠. 살기 위해 방아쇠를 당기게 된 계기가 조금은 현실적이지 않았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양정팔은 ‘카지노’ 시즌2의 마지막을 장식한 인물이다. 차무식이 사망한 후 양정팔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카지노를 차리고, 비열한 표정과 함께 필리핀으로 돌아온다.
“마지막 정팔의 얼굴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완전 피폐해진 얼굴로 등장하고 싶었거든요. 무식을 죽인 죄책감 때문에 그런 인물로 그려지면 어떠냐고 의견을 냈는데 결론적으로 정팔이는 정말 끈질긴 인물이었던 거죠. 어떤 큰 세력에 붙었다는 생각을 하고, 돌아온 설정을 하면서 브릿지 역할을 하게끔 여지를 뒀어요. 시즌3에 그런 얘기를 상상한다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이동휘는 정팔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 함께 호흡을 맞춘 최민식을 향해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선배님과 저에게 큰 숙제 같았어요. 대본상에 명시되어있지 않은 일들이 점프되어 있었거든요. 분량적인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벽에 부딪혀 무산됐어요. 선배님과 제가 내린 결론은 ‘연기자로서 해내자, 연기를 통해 표현해보자’였어요. 어떻게 보면 도전이 시작된 거죠. 선배님은 완벽히 완수하셨다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부족하지 않았나 싶고요. 선배님은 엄청난 준비가 되신 분이셨어요. 그런 면을 선배님을 통해 배우게 됐죠. 저도 누가 되지 않을 정도로 준비해야겠구나란 숙제가 많았어요. 더 많은 노력과 공부를 하게 만드는, 큰 자극이 되는 좋은 경험이었죠. 선배님은 완벽한 마에스트로 느낌이었어요. ‘카지노’는 최민식 선배님이 다하셨죠. 완벽하게 조율하고, 지휘하고, 설정 속에 맞는 연기를 하시더라고요. 인물을 만날 때마다 연기가 달라지는 굴곡을 보면서 대체 어느 정도로 계산되어 있으신 걸까. 정말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완벽한 지휘를 한 게 아닌가. 다시 한 번 놀라게 됐죠. 처세의 달인이자, 어떤 배우를 만났을 때도 코어가 분명히 있어 경이롭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카지노’ 시즌2는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공개 첫 주 기준 최대 시청 시간 기록을 세우며 시즌1보다 더 높은 흥행 화력을 과시하기도.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이동휘는 K콘텐츠의 위상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프랑스에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편집숍이 있어요. 거의 한국인이 대부분인데 프랑스 직원분이 저를 알아보면서 할인을 해주시더라고요. 놀랐어요. 글로벌 콘텐츠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분은 프랑스분인데 저에게 ‘유재석’을 얘기하시더라고요. ‘놀면 뭐하니’를 보신 것 같았어요. K콘텐츠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있어요. 또 작년까지만 길을 다니면 ‘응팔에 동룡이 왔네, 도롱뇽 왔네’ 누구는 ‘도마뱀이다!’라고 하셨는데 최근 들어선 ‘정팔이 형 왔다’라고 하셨어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신기했죠. 오랜 시간 도롱뇽으로 불렸는데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자체가 생소하기도 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