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송지우, 팔색조 배우의 새로운 시작 [인터뷰]
입력 2023. 03.29. 07:00:00

송지우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작품마다 모두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는 것은 배우로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 중 하나가 아닐까. 송지우는 '더 글로리'에서 어린 최혜정, '연애대전'에서 황지혜 역할을 맡으며 넷플릭스 시리즈에 연속으로 출연했다. '연애대전'을 본 사람들은 "'더 글로리' 어린 혜정 맞아?"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더 글로리'는 파트2 공개 이후 넷플릭스 TOP 10 웹사이트에서 2주 연속으로 비영어 TV 프로그램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작품의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송지우는 "친구들의 SNS만 봐도 스토리에 '~했어, 연진아'와 같은 표현이 많이 보인다. 이걸 보니 인기가 느껴지더라"며 "나도 시청자로서 응원하면서 봤고, 이 작품에 참여한 일원이 된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송지우는 '더 글로리'에 캐스팅 되기 전에 4번이나 감독님과 만났다고. "처음 1차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땐 고등학생 역할이고, 김은숙 작가님의 작품이라는 정도만 알았다. 1차를 본 후 약 한 달 뒤에 2차를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고, 2차 오디션을 보고 나서도 한 달 정도 후에 다시 연락이 왔다"며 "당시 오디션의 대본은 최혜정의 성인 역할이었다. 대본에 인물에 대한 힌트가 크게 없어서, 스튜어디스인 혜정이 사라와 왜 이렇게 싸우는 건지 궁금하기도 했다"고 약 세 달에 걸쳐 이뤄진 오디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송지우가 연기한 2004년의 최혜정은 박연진(신예은)을 주축으로 한 가해자 무리의 일원. 가해자 무리에 속해있지만 '금수저' 연진, 재준, 사라와는 달랐다. 무리 내에 존재하는 계급을 이겨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물로, 문동은(정지소)을 괴롭히는 행동대장이다.

"혜정은 원래 이렇게까지 나쁜 친구가 아니었는데, 이런 생활에 중독되면서 점점 변질된 것 같다. 그런데 극 중에서 사라가 '너 그때 문동은 아니었음 너였어'라는 대사가 있지 않나. 혜정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남의 불행을 이용한 것 같다. 그들 안에서 자신의 입지를 더 굳히고, 인정을 받으려고 애를 쓴다고 생각됐다."

그래서인지 혜정이라는 인물이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기도 했다고. 그는 "아무래도 혜정의 캐릭터는 해석하는 게 수월하지만은 않았다. 혜정은 매번 수치심을 느끼면서도 계속 그들과 함께 하고 싶어한다"며 "생각해 보면 본인이 당할까 봐 불안한 마음이 큰 것 같다. 혜정이 동은같은 상황에 처한다고 생각했을 때, 주변에 크게 도와줄 인물이 없다. 경찰서 신을 보면 혜정의 엄마는 딸을 혼내지 않고 '배달 밀렸다'고 얘기한다. 엄마도 딸의 잘못에 대해 지적을 하는 인물은 아니지 않았나 생각된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극 중 혜정이 수동적이지 않은 인물이었다면 어땠을까. 송지우는 "혜정이 줏대 있는 성격이었다면, 본인이 괴롭힘을 당해도 여기저기에 도움을 청하고 다녔을 것 같다"며 "혜정이는 생존력이 강해서 어디서든 살아남았을 것 같다"고 답했다.



애드리브 대사를 위해서 촬영 스태프들의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고. 송지우는 "욕을 하면서 명오와 뒤에 애드리브를 채워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2004년에 많이 썼던 욕설이 마땅치 않았다. 아무래도 지금과 그때엔 사용하는 욕설이 조금 다를 것 같아 스태프분들에게 물어보고 연기했다"고 전했다.

'더 글로리'의 성인 역할을 맡은 배우들처럼 아역 배우들도 꽤나 가까운 사이라고 말했다. 송지우는 "성인 역할의 배우분들 만큼 촬영이 자주 있지 않아서 잘 만나진 못했다. 그래서 촬영 중에는 크게 친해질 기회가 없었는데, 오히려 끝나고 더욱 친해졌다. 그래서 단체 톡방도 따로 있다"며 "파트2 공개 이후에도 어린 재준 역할을 맡았던 친구는 '더 글로리' 파트2 온라인 팬 시사회도 신청했다더라. 9, 10화를 미리 보고 재미있다고 우리에게 말해줬다. 이번 파트2가 글로벌 1위에 올랐을 때에도 단톡방에 전달을 해줘서 다같이 좋아했다"며 훈훈한 일화를 전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출신인 송지우는 "고등학교 2학년 때에 언니를 따라 연극을 보러 갔는데, 무대 위 배우들이 정말 멋지고 행복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무대에 서면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해 본격적으로 입시를 시작했다"며 연기를 시작한 계기를 말했다. 이어 "연기의 원동력은 학교에서 배웠던 초심을 잃지 않고, 배웠던 것들을 항상 생각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웠던 것을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잘 못 지킬 때가 많다. 그래서 항상 다시 그때 배웠던 기초를 생각하면 해결이 될 때가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송지우는 '더 글로리'에 대해 "새로운 시작"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짧게 출연했지만, 많은 분들이 봐주신 만큼 저에게 새로운 시작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더 글로리'에 어린 혜정 역할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송지우는 "'금혼령', '더 글로리', 그리고 '연애대전'까지 조금 나쁜 축에 속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제는 미움받지 않는 착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희망했다.

"다양한 색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 작품들에서 나를 보면 사람들이 같은 배우라는 사실을 잘 못 알아채더라. 이처럼 스타일링에 따라 얼굴이 잘 변할 수 있다는 게 나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팔색조 매력의 배우 송지우가 되고 싶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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