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지노' 김주령, 다시 출발선에 서서 [인터뷰]
- 입력 2023. 03.29. 08: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저에게 '카지노'는 제대로 된 시작점입니다. 이제서야 출발선에 섰어요. 앞으로를 더 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주령
배우 김주령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냐는 물음에 이 같이 답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셀럽미디어와 만난 김주령은 "'오징어게임'은 배우가 아닌 다른 길로 가려고 했을 때 저를 잡아 준 작품이다. '카지노'는 대중들과 업계 관계자들에게 '저는 이런 배우다'라고 제대로 소개해 준 작품이 아닐까 싶다. 아직 과정 중에 있다. 그 과정을 이제는 잘 즐기면서 천천히 제 속도에 맞춰 가고 싶다. 지금은 그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신인의 마음,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김주령은 "''카지노'는 오징어게임' 오픈 후 처음으로 제안 받은 작품이었다. 대본을 읽고 감독님을 만나러 갔다. 감독님이 만나자마자 '같이 합시다'라고 하시더라. 대본이 정말 재밌었고, 무엇보다 강윤성 감독님, 최민식 선배님과 함께하고 싶었다. 저에게는 너무 좋은 기회였다. 바로 하겠다고 했다"라고 캐스팅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카지노'는 3개월간의 필리핀 현지 로케이션으로 촬영이 이뤄졌다. 해외에서 'K-콘텐츠'의 힘을 느꼈다는 김주령은 "'카지노' 촬영 때문에 필리핀에 갔을 때 '오징어게임'의 인기를 체감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도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더라. 한국에서는 잘 못 느꼈는데 필리핀에 방문했을 때 '많이 보셨구나', '인기가 대단하구나'를 알게 됐다"라고 전했다.
몇 개월간 숙소 생활을 함께하면서 배우들과도 돈독하게 지냈다고. 그는 "필리핀에서 배우들과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다. 언제 어디서나 함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 합이 작품에 고스란히 묻어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원래는 혼자 (대본 분석을) 하는 스타일인데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모든 배우들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컸고 즐기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괜찮은 아이디어도 많았고, 그런 부분에서 도움도 많이 받았다"라고 이야기했다.
강윤성 감독이 이끈 현장 분위기도 전했다. 김주령은 "사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정말 많은 캐릭터들이 나오더라. 이 많은 캐릭터이 어떻게 구현될까 싶더라. 감독님은 현장에서 자유롭게 배우들을 풀어주셨다. 즉흥적인 스타일이시다. 현장에서 수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덕분에 창의적인 장면이 탄생하기도 했다. 이 프로덕션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주령이 연기한 진영희는 민 회장(김홍파) 살인사건의 불을 지피게 되는 핵심 인물이다. '카지노' 시즌 1에서 등장만으로도 임팩트 있는 인상을 심겨준 그의 존재감은 시즌2에서 더욱 빛났다.
"감독님께서 저에게 주문하셨던 건 평범한 교민 아줌마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진짜 거기에 존재하는 인물처럼 보이려고 했다. 평범한 여자이기 때문에 그런 큰 일에 휘말리면서 더 망가지는 거였다. 시청자들이 보시기에 '평범했던 여자가 왜 그런 선택을 했지? 뜬금없다'라고 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진영희의 선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극에 녹아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부분에 가장 신경 쓰면서 연기했다. 다행히 시청자분들이 잘 봐주신 것 같다."
김주령은 전작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운 채 '진영희' 그 자체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영어 대사도 능숙하게 소화하고 비주얼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며 극에 스며들었다. 이번 작품의 큰 숙제였던 영어 대사에 대해 그는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부담이 안 될 수는 없더라"라고 털어놨다.
"준비를 많이 했지만 교민의 억양까지는 캐치해서 준비하진 못했다. 디테일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상대 배우와 영어 대사를 주고받을 때 완벽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눈빛이나 표정, 호흡, 에너지에 더 집중하게 되는 새로움이 있더라. 다음에 만약에 이런 기회가 있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꼭 기회를 만들고 싶다."
신인의 마음으로 다시 출발선에 선 김주령의 다음 목표는 유의미한 '다작(多作)'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다.
"이제 시작하는 배우가 무슨 장르, 역할을 따지겠나. '오징어게임'이 잘 된 작품이긴 하지만 저는 대중에게 아직 낯선 배우라고 생각한다. 생경한 배우다. 아직 배울 게 많고 더 나아가야 한다. 갈길이 멀다. 스케줄이 되고, 제 몸이 소화할 수 있다면 웬만하면 다 하고 싶다. 물론 다작을 하더라도 제대로 해내는 게 중요하지 않겠나. 다작을 하려면 '체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선배님들이 '체력이 연기력이다'라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 요즘 체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