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글로리' 김건우, 퀘스트를 깨 나가는 즐거움[인터뷰]
- 입력 2023. 03.30. 07: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즐겁게 연기하면서 즐겁게 사는 게 제 목표예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즐겁게 연기하고 싶어요."
김건우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즐거움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배우 김건우에게 마침내 '영광의 순간'이 찾아왔다.
'더 글로리'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는 김건우는 "살면서 이렇게 주목받아본 건 처음이다. 부끄럽고 감사하다. 이전 작품에서도 극 중 이름을 불러주실 때가 많았다. 몇 년간 '쌈마이웨이'의 김탁수로 불리기도 했다. 지금은 제 실명을 아시는 분들이 많이 늘었다. '이 정도로까지 사랑받을 수 있을까?'라고 의문이 들 정도로 너무나 큰 사랑을 받았다. 정말 감사하다. 다음 작품에서도 열심히 하겠다.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겠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건우는 '더 글로리'에서 학폭(학교 폭력) 가해자 5명 중 한 명인 손명오 역을 맡아 열연했다. 파트 1에서 손명오는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다. 파트 2에서는 손명오의 사망 사건을 중심으로 학폭 피해자인 문동은(송혜교)의 복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김건우는 "파트 1이 끝나고 나서 많은 분들이 '손명오를 죽인 게 누구냐?'라는 질문을 많이 하셨다. 시종일관 파트 2에서 확인하라고 말했다. 가족, 친구들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파트 2가 공개되기 전 유튜버 중 한 분이 정확하게 예측하신 분들이 있더라. '더 글로리' 관계자인 줄 알았다(웃음). 정말 깜짝 놀랐다"라고 털어놨다.
김건우는 '더 글로리' 연출자 안길호 감독과 tvN 드라마 '청춘기록' 이후 다시 한번 재회하게 됐다. 그는 "안길호 감독님이 그런 부분에 연연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시는 분이다. 오디션을 볼 때 오히려 안길호 감독님과 함께 했던 작품이 있어서 안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에게는 제가 신선하지 않을 수 있지 않나. 근데 저를 뽑으셨더라. 이유를 여쭤보니 '그냥 네가 내는 느낌이 손명오와 잘 어울렸어'라고 말해주셨다. 감사했다"라고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김건우가 '더 글로리'에 합류했을 당시에는 이미 주여정(이도현), 하도영(정성일), 전재준(박성훈) 등의 주요 출연자들의 출연이 확정된 이후였다고. 그는 "처음부터 저는 명오 역이었다.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다른 역할들은 이미 배우들이 정해져 있던 상황이었더라. 막차를 탔다. 제가 알기로는 많은 분들이 '명오' 역할로 오디션을 봤다. 저는 끝물에 봤다"라고 했다.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표본인 비열한 '양아치' 손명오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땠을까. 김건우는 '생활밀착형 양아치'라는 키워드를 잡고 캐릭터를 차근차근 만들어갔다.
"명오는 살아있는 생물 느낌이 났으면 했다. 연기적으로 잘 만들어진 게 아니라, 어디엔가 있는 양아치 느낌을 주고 싶었다. 걸음걸이, 소주 먹는 신, 사탕 깨무는 신, 앉아있는 자세 등을 중점으로 연구했다. 또, 미국 이종격투기선수 네이트 디아즈를 참고하기도 했다. 그의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외형적으로는 아이디어를 낸 부분은 없었다. 타투부터 묶는 머리, 스크래치 한 줄 모두 디테일하게 짜주셨다.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다만 제가 노력했던 부분은 트레이너 선생님과 함께 '양아치스러운' 몸을 만들었다. 3kg 정도 살을 뺐다."
김건우는 "명오는 (가해자) 중에서 서열이 가장 낮다. 빈 수레가 요란한 느낌으로 더 당당하게 연기했다. 가진 게 없기 때문에 더 당당한 척하고 더 잘 사는 척하고 센 척을 했다. 그런 부분을 연기할 때 가장 신경 썼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김건우는 데뷔작인 KBS2 '쌈마이웨이'부터 MBC '나쁜 형사', tvN '청춘기록'에 이어 '더 글로리'를 통해 다시 한번 강렬한 악역 연기로 대중에게 주목받게 됐다
"악역도 한 드라마 안에서 중요한 캐릭터 아니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매력을 느끼고 좋아하는 빌런 캐릭터라면 언제든지 다시 할 준비가 돼 있다. 악역 이미지가 굳어질 거라는 우려나 두려움은 전혀 없다."
'더 글로리'는 김건우에게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 그는 오랜 기간 선택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저 버틸 수밖에 없었다.
김건우는 "'더 글로리'를 만나기 전까지 연기를 오래 쉬었다. 오디션은 계속 봤는데, 최종까지 올라가서 여러 차례 떨어졌다. 선택을 받지 못한 순간들이 많았다. '그만해야 되나?'라는 생각도 들더라. 그러던 와중에 '더 글로리'를 만났다. 다시 한번 연기 열정을 피우게 됐다.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 감사한 마음이 커서 정말 열심히 했다"라고 털어놨다.
슬럼프에도 연기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묻자 "저에게 연기가 전부인 것 같다. 가장 사랑하는 일이다. 더 배우고 싶고 알아가고 싶은 영역이다. 매 작품 부족함을 느끼고 갈증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좋은 인연을 만난 것도 '더 글로리'가 김건우에게 남긴 특별한 선물이다. 그는 작품이 끝난 후에도 일명 '동은오적'으로 불리는 임지연(박연진 역), 박성훈(전재준 역), 김히어라(이사라 역), 차주영(최혜정 역)과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촬영하는 기간 동안 정말 많이 만났다. 촬영이 없는 날에도 자주 봤다. 술도 함께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굉장히 친해졌다. '혹시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너무 속상해하지 말자'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그런데 결과까지 좋고 많은 사랑을 받게 돼서 지금 관계가 더 좋아졌다(웃음). 단체 톡방에서 여전히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더 글로리'의 주역인 송혜교를 향한 존경심도 표했다. 그는 "정말 감사한 선배다. 배우에겐 자신에게 중요한 장면들이 있지 않나. 그럴 때는 욕심도 나게 마련이고 상대가 내가 준비한 것에 맞춰 주길 원하는 부분도 있지 않나. 송혜교 선배는 전혀 그런 게 없었다. 각자 연기보다 하나의 좋은 신을 만들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시더라. 선배라는 의미를 넘어서, 진짜 어른 같았다. 배우고 싶은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김건우의 차기작은 뮤지컬이다. 그는 오는 5월 13일부터 뮤지컬 '빠라빵집'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더 가깝게 호흡한다. 그는 "빠른 시일 내에 무대에 가고 싶었다. 카메라 앞과 무대에서의 연기는 느낌이 너무 다르다. 병행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무대에 대한 동경이 워낙 컸는데 저에게 좋은 기회가 왔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건우는 "'더 글로리'는 제목 그대로 저에게 '영광'이다. 한편으로는 또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깨야할 퀘스트다. 몇 년 동안 '김탁수'로 불렸던 것처럼 한동안은 손명오로 불리지 않겠나. 다음 작품과 캐릭터를 통해서 또 깰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좋은 동기 부여가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블러썸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