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최민식 “폼 나는 결말 보다 허무하게 끝내고 싶었죠”[인터뷰]
입력 2023. 04.03. 14:06:38

'카지노' 최민식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액션 연기요? 아직까지는 피가 끓어요. 하하.”

25년 만에 드라마 복귀, 그리고 첫 OTT 진출작. 배우 최민식에게 ‘카지노’(감독 강윤성)는 도전 그 이상의 의미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는 돈도 빽도 없이 필리핀에서 카지노와 전설이 된 남자 차무식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인생의 벼랑 끝 목숨 건 최후의 베팅을 시작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차무식 역을 맡은 최민식은 1997년 방영된 ‘사랑과 이별’ 이후 25년 만에 드라마 출연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우리도 한 3~4시간 되는 영화를 해보자고. 외국의 ‘원스 어폰 어 타임’ ‘벤허’ 등을 보면서 ‘명작’이라고 하는데 왜 우리는 그런 여유를 갖지 못하냐. 이해는 돼요. 러닝타임이 주는 압박감이 있잖아요. 우리도 나름대로 영화로써 전 세계에 존재감을 알렸으니 긴 호흡을 가지고 가는 드라마를 만들면 좋지 않겠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한 인물의 서사, 긴 이야기에 끌렸죠. 처음에는 영화 ‘인턴’을 리메이크하려고 했어요. 여배우는 신민아 씨가 캐스팅됐고, 대본에 대해서도 이야길 나눴죠. 그런데 갑자기 워너브러더스가 한국에서 사업을 철수한다더라고요. 그때 정리했던 대본이 ‘카지노’였어요. 쭉 읽었는데 그땐 초고 수준이었죠.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의도가 보였어요. 하나하나 꼼꼼히 만들어보면 괜찮은 한국형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싶었죠.”



‘카지노’는 시즌1과 2로 나뉜다. 지난해 12월 21일 시즌1 공개에 이어 지난 3월 22일 오픈된 시즌2는 카지노의 전설이었던 차무식이 위기를 맞이한 후 코리안데스크 오승훈(손석구)의 집요한 추적에 맞서 인생의 마지막 베팅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차무식은 오른팔이었던 양정팔(이동휘)에 의해 죽음을 맞이, 예상치 못한 결말로 마무리됐다.

“‘화무십일홍’이란 대사가 처음에 나오잖아요. 그걸 캐치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강 감독에게 얘기해서 만든 장면이 있어요. 상구와 정팔이를 불러 만찬을 준비하잖아요. 거기서 꽃을 하나 꽂아요. 미술팀에게 혹시 주변에 시들한 꽃이 있으면 준비해달라고 했어요. 처음과 끝이 나름대로 관통되는 의도를 담아낸 거죠. 느와르, 장르적 특성에 맞게 간다고 나중에 (차무식이) 살아나는 게 기시감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느닷없지만 느닷없는 게 좋았어요. 꽃송이가 바람, 비 등 외부의 힘에 의해 떨어질 때도 있지만 꽃송이 자체가 자기의 삶이 너무 버거워서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낙화하는 것이요. 꽃잎이 ‘툭’하고 떨어져버리는 그런 차무식의 종말을 그리고 싶었어요. 멋 부린 게 아닌.”

차무식은 양정팔에게 여러 번의 기회를 준다. 그럼에도 차무식은 최측근에게 허무하게 죽임을 당한다. 이러한 결말을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었다.

“그게 더 짠할 것 같았어요. 차무식에게 양정팔은 말 안 듣는 자식, 막내 동생 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놈이 나를 죽여야 할 것 같았어요. 그래야 더 인생이 허무해지고, 욕망을 쫓던 인물이 허무하게 죽는 걸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강 감독도 표현해준 거죠. 장르를 따라가는 멋진 엔딩이 많잖아요. 폼 나게 끝을 낼 수 있는데 이 장황한 이야기를 끝내고, 이 드라마의 메시지가 무엇이냐 했을 때 ‘화무십일홍’이잖아요. 그걸 정직하게 표현하는 게 어떨까 싶었어요. 느닷없이 애정한 놈에게 총 맞아 죽는 것. 정팔이가 총을 쏜 이유가 그렇게 믿은 놈에게 배신을 당한 걸 알잖아요. 돈을 차에 실어 같이 가면 분명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것이고, 그렇기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최민식은 차무식 그 자체로 분했다. 그는 차무식을 돈을 향해 직진하면서도 때로는 인간적인 캐릭터로 그려냈다. 악역으로 단정 지어 연기하지 않고, 선과 악의 경계에 있는 인물로 표현한 것.

“한 엄마의 아들이자, 한 여자의 남편인 일상성을 차무식에게 꼭 주고 싶었어요. 히어로가 아니잖아요. 아무리 빌런이라 하더라도 ‘베트맨’에 나오는 조커가 아니거든요. 누구나 평범한 사람이지만 누구를 만나,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흘러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당신들도 예외 없이 인생의 나락으로 빠질 수 있고, 더 좋아질 수 있고. 그걸 차무식의 인생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도박, 카지노 등 소위 말해 마초들의 로망이 가득한 드라마지만 이걸 통해 뭘 보여줄 거냐했을 때 이렇게 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닌, 불나방들이 모여 다 타죽는 이야기라는 것이죠. 그래서 ‘화무십일홍’이라는 대사가 나와요. 욕망을 쫓아 허덕이다가 갑자기 셔터가 내려지는. 그래서 차무식도 허망한 것이고, 시청자도 허망한 것이죠. ‘형 그렇게 죽은 거야?’라는 문자를 엄청 받고 있어요. 하하.”

일부 시청자들은 차무식을 응원하기도.

“그게 의도하는 바였어요. 분명 하는 짓은 나쁜놈인데 멀쩡한 기업체 사장을 꼬셔서 간이고, 쓸개고 다 빼먹잖아요. 모욕감도 주는 분명한 나쁜놈이죠. 그러나 세상에 100% 나쁜놈은 없을 거예요. 누구에는 좋은 형이자 선배일 수 있는 거죠. 자기가 생존해 나가는데 있어 ‘카지노 왕국’을 건설하고, 권력을 누리기 위해선 누군가의 피를 마셔가며 몰락을 즐기면서 살아야 했어요. 그런 양면성이 차무식의 생명이었죠.”



차무식을 ‘평범한 인물’로 정의한 최민식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택했다. 극도의 자연스러움으로 연기한 그는 마치 연기를 하지 않는 것처럼, 실제 있을 법한 인물로 그려냈다.

“록이냐, 포크냐, 장르에 따라 변주하는 거예요. 저희는 몸이 악기거든요. 작품과 캐릭터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인 거죠. 제가 평소에 쓰는 말투 등을 차무식과 ‘카지노’에 벗어나지 않는 선에 삽입해서 표현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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