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글로리' 정성일, 나이스한 연기 뚝심 [인터뷰]
- 입력 2023. 04.04. 15:47:01
-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저도 고민이 많았다. 딱히 뭘 하고 싶다고 정해 놓지 않았지만, 한 번에 다 변할 필요가 있나. 급하게 틀지 않으려고 한다."
정성일
'나이스한 개XX'로 인기몰이 중인 정성일. 21년째 묵묵히 연기 생활을 이어온 그는 '더 글로리'로 커다란 변곡점을 맞았으나 이전과 같이 자신만의 노선을 걸으며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파트1 공개에 이어 3월 10일 파트2 공개까지 화제를 모은 '더 글로리'는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정성일은 "너무 감사드린다. 이렇게까지 주목받을 줄 몰랐다. '더 글로리'가 잘될 거라는 확신은 있었는데, 저한테까지 많은 관심이 쏟아질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과분한 관심을 주셔서 잘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작품 출연 과정에 대해 그는 "'더 글로리'를 찍기 1년 전쯤에 어렴풋이 사무실을 통해서 이야기를 들었다. '김은숙 작가님의 작품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도로 무슨 역할인지도 전혀 몰랐다"며 "1년 정도 지나서 대본이 나오고 첫 리딩 현장에 갔다. 근데 리딩하고 나서 뭔가 잘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니저와도 이야기하면서 기대하지 말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뭐라고 작가님이 찾으셨는지도 이해가 안 됐는데 나중에 알게 됐다. 작가님이 '비밀의 숲'의 제 모습을 보고 쓰신 거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그렇게 작품에 참여하게 된 정성일은 하도영화 되기 위해 고민이 많았다. 그는 "과할 정도로 연진이에게 애정 표현을 했던 하도영을 떠올렸다. 그런데 작가님은 조금 더 차분하고 정적으로 표현해주면 될 거 같다고 해서 그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레퍼런스를 한국에서 찾으려고 했는데 못 찾겠더라. 그래서 외국 드라마를 보면서 고위층들의 에티튜드를 보면서 참고하려고 했는데 정서가 달라서 많이 헤매기도 했다. 밑바닥부터 제가 만드는 수밖에 없더라"라고 덧붙였다.
누가 봐도 멋있고, 완벽해 보이지만 하도영의 숨겨진 이면 잘 표현한 듯한 '나이스한 개XX'에 대해선 "워딩 자체에 양면성이 있는 거 같다. 그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많이 돌고 돌아 헤매다가 작가님이 써놓으신 대로 했다. 특히 기사에게 와인을 주는 신이 가장 이 인물을 명확하게 표현한 거 같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사람을 하대하는 게 몸에 밴 것"이라며 "사람에 따라서 나이스하기도, 개XX로도 보이는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정성일이 '더 글로리'에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예솔이를 선택한 것이었다. 그가 가장 공감하지 못한 부분은 살인이었는데, 파트2에서 전재준(박성훈)을 끔찍하게 살해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이에 정성일은 "캐릭터로서만 접근하려고 했다. 결정을 내리기까지 극 중에서 동기를 많이 찾으려고 했다"면서도 "하도영이 살인을 저지른 순간부터 이유를 주거나 뭔가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빨리 털어내고 싶었던 것도 있었다. '하도영이 가장 나락에 떨어진다'는 작가님의 말처럼 거기까지만 가지 않았더라면 부성애와 가족을 다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예솔이와 떠나고 나서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도영은 아내인 박연진의 비밀을 알게 된 이후 충격에 빠지기도 하고 분노했다. 그와 동시에 문동은(송혜교)을 향한 미묘한 감정을 겪게 되면서 혼란에 빠지게 된다. 복잡한 감정 속 하도영은 문동은을 향한 태도는 사랑이었을까.
정성일은 "처음에는 호기심이었고 기다려졌다가 이기고 싶었는데, 궁금해지고 숨도 멎고. 정성일이라는 사람이 느꼈다면 '이건 뭘까' 생각해 봤는데 사랑인 거 같다. 그렇게까지 느꼈다는 건 사랑일 것"이라고 정의했다.
복잡한 감정 표현이 그에게도 쉽지 않았다. 정성일은 "아직도 연기가 어렵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거 같다. 대사가 중요하지는 않았던 거 같다. 감정을 가졌을 때 자연스러운 것들이 카메라에 담겼으면 했는데 생각보다 얼굴을 많이 썼더라"라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연극과 뮤지컬로 오랜 시간 무대 위에 섰던 그는 드라마 '배드앤 크레이지', '꽃피면 달 생각하고', '비밀의 숲', '우리들의 블루스' 등 매 작품마다 색다른 연기 변신을 보여주며 빛을 보게 됐다.
정성일은 "너무 감사하다. 가족들도 너무 뿌듯해하고 행복해하는데 그 모습을 보는 것도 너무 좋다. 제 꿈은 유명해지면 고향에 가서 친한 친구들과 포장마차에 가서 '쟤 뭔데 정성일이랑 술 먹어?' 하는. 저로 인해 뿌듯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제 할 수 있게 된 거 같다"며 기뻐했다.
'더 글로리'를 통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정성일은 브라운관을 비롯해 무대 등 다양한 곳에서 연기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미비하지만 조금은 다양하고 많은 분이 연극, 뮤지컬 등 공연을 보러 오실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사하다"며 "어렸을 때는 제가 제일 연기를 잘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함부로 자만하고 건방지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일찍 깨달은 거 같다. 그래서 늘 배우려고 한다. 지금 제가 연예인병, 스타병에 걸릴 나이는 아니지 않나"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조금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지금까지 해왔던 템포대로 잘 선택돼서 갔으면 한다. 인지도가 올라간 만큼 나아갈 방향성도 많아진 거 같다. 일하는 거에 있어서 큰 감사함을 느낀다. 무덤덤한 건지 모르겠지만 부담감은 없다"며 "연기 변신에 대해서는 많이 고민했었다. 공연에서는 다양한 역할을 해봤지만, 앞으로 딱 뭘 하고 싶다 정해놓지는 않았다. 한 번에 변할 필요는 없는 거 같다. 조금의 변화도 있고, 노선이 있을 텐데 급하게 틀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셀럽미디어 허지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