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운드’ 장항준 감독의 뚝심, 그리고 소망 [인터뷰]
입력 2023. 04.14. 14:51:42

'리바운드' 장항준 감독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60대에도 영화 현장에 있는 것. 그게 제 소망이죠.”

‘신이 내린 꿀 팔자’ ‘윤종신이 임보(임시보호)하고, 김은희가 입양했다’는 밈(meme)의 주인공 장항준 감독이 오랜만에 본업으로 돌아왔다. 2017년 영화 ‘기억의 밤’ 이후 6년 만이다.

‘리바운드’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쉼 없이 달려간 8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 감동 실화다.

영화의 출발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 ‘범죄도시’의 제작사 BA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는 우연히 뉴스에서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이야기를 접하고, 영화화를 결심한다. 장원석 대표와 손잡은 장항준 감독은 오랜 시간 공들인 끝에 지난 5일 ‘리바운드’를 꺼내놓았다.

“경기 장면이 많은 영화에요. 경기장에 있다는 느낌을 받으려면 카메라가 밑에 내려 가야하고, 끊으면 안 됐어요. 미국 농구 영화를 보면 엄청 끊거든요. 상대편의 위치, 막는 척을 하는 건 티가 나기에 촬영 감독님과 컷을 분절시키는 건 웬만하면 하지말자고 했어요. 합을 계속 짜보니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속카메라를 걸어놓고, 플레이를 시켰죠. 약속 된 거지만 안 된 것이기도 했어요. 순간순간 위치와 속도가 달라지니까. 제일 안전하게 하려면 60%의 속도로 해야 하지만 생동감이 없거든요. 배우들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배우들이 ‘리바운드’였죠. 안재홍, 정진운 빼고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배우들이었거든요. 거의 다 이 영화가 데뷔작이고, 무대 인사를 다녀본 적도 없었어요. 데뷔작에서 좋은 역할을 맡았다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노력했을 거예요. 경기를 순서대로 찍었는데 자세히 보시면 살이 쪽쪽 빠지는 게 보여요. 부산, 안동에서 숙식을 하며 촬영하니까 그들은 더욱 끈끈해졌고요. 이런 게 화면에 자연스럽게 묻어난 것 같아요.”



장항준 감독은 2002년 영화 ‘라이터를 켜라’로 데뷔한 이후 2003년 ‘불어라 봄바람’과 2011년 드라마 ‘싸인’을 연출하며 개성 있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드라마의 제왕’ 각본, ‘끝까지 간다’의 각색을 맡기도 했다. 최근에는 예능,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맛깔난 입담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작품이 소중해져요. 영화감독이 오래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거든요. 언제 은퇴할지도 모르고. 방송을 그렇게 좋아서 한 건 아니에요. 웃겨야하는 부담스러움도 있었죠. 제가 예능작가 출신이다 보니까 그들의 마음을 잘 알아요. 웃기고, 재밌게 해야 하는 걸. 저도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이미지가) 소비되는 걸 잘 알아요. 옛날에는 방송에 나와도 소비되지 않았거든요. 채널이 많이 없고, 유튜브도 없었고. 지금은 한 번 나가면 유튜브에서도 계속 돌아가니까 이미지 소비가 극심한 편이에요. 어떤 연예인이 라이징 하면 방송사에서 다 달려들잖아요. 그리고 매번 같은 이야기를 하고. 저도 제가 그렇게 쓰이는 걸 알고 있어요. 많이 찾아주셔서 감사한데 출연은 자제하려 해요.”

‘리바운드’에는 실화가 주는 감동은 물론, 적재적소에 터지는 웃음도 장항준 감독 특유의 유머가 담겨있다. 장항준 감독의 코미디는 ‘철들지 않은 어른의 감성’이 특징이다.

“편하게 살려고 위장하지 않는 것? 괜찮은 척, 생각이 깊은 척, 그런 것들은 다 귀찮아요. 어렸을 때 누구도 저에게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그것에 익숙해져 있거든요. 저는 다 못했어요. 골고루 다 못하는 애는 흔치 않거든요. 줄넘기라도 잘하던지, 춤이라도 잘 추든지. 그런데 전 다 못했어요. 귀엽기만 했지. 어른들은 귀여워하면서 속으로 ‘쯧쯧’하는 느낌이었어요. 하하. 그런데 세상이 바뀐 거죠.”

농구 코트 위를 함께 뛰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과 압도적인 몰입 등 스포츠 영화가 주는 재미가 녹아있다. 두 눈을 사로잡는 선수들의 플레이와 두 손을 마주 잡게 하는 긴박감까지, 농구를 잘 아는 관객부터 잘 알지 못하는 관객까지 두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스포츠해설가로 활약 중인 박재민과 조현일 해설위원이 극중 해설 중계진 역할로 참여해 생동감을 더하기도.



“누끼만 딸 수 있는데 대부분 장면은 실제로 했어요. 그걸 먼저 보여드리고, 다음에 동선만 뛰어가게 만들었죠. 현장성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보통 그런 걸 ‘누끼딴다’라고 하는데 영화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그런 거였어요. 두 분이 해설을 할 때 실제로 앞에서 왔다갔다했죠. 관객들도 농구장에 있는 것 같다, 직관하는 느낌이 들었다더라고요. 카메라, 인물 위치도 농구장에 카메라가 들어갔구나 느끼도록 했어요. 관객들이 경기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빨려들게 만든 것 같아요.”

우리는 인생에서 수많은 목표를 세우지만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실패를 맞이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기회를 잡으려 애쓴다. 이는 농구 경기에서 슈팅한 공이 골인되지 않고,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오는 공을 다시 잡으려는 ‘리바운드’와 비슷하다. 실수와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어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기도 한다.

장항준 감독은 모든 순간이 ‘리바운드’였다고 밝혔다. 영화의 동명 주인공이자 실제 모델인 농구선수 천기범이 음주운전으로 은퇴 선언을 했다가 일본 팀으로 이적해 논란이 된 바. 장항준 감독은 “수장이 흔들리면 안 되지 않나”라며 굳은 심지의 소신을 밝혔다.

“영화를 하다 보면 많은 이들이 벌어져요.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없는 일이 있거든요. 이 영화는 꿈을 잃어버린 25살짜리 청년과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소외된 6명의 소년들이 여행을 떠나는 일이에요. 감당할 수 있든, 없든 저는 이 작품의 수장이니까 흔들리면 안 됐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미디어랩시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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