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현 감독 “‘길복순’, 전도연에서 출발한 작품” [인터뷰]
입력 2023. 04.15. 07:00:00

'길복순' 변성현 감독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공개 직후 뜨거운 관심을 받은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 독일, 스페인, 브라질 등 총 82개국 TOP 10 리스트에 오른 바.

그러나 축배를 들기도 잠시. ‘길복순’ 속 장면과 영화를 연출한 변성현 감독이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 장면은 영화 초반에 등장한다. 살인청부 임무를 담은 봉투에는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 ‘서울-코리아’ 등 ‘도시 이름-국가명’이 적혀있는데 ‘순천-전라’만 ‘시-도’로 표기, 일부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일베 화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킬러 등급 별 업무 사이즈 차이를 보여주기 위한 설정으로 어떠한 정치적 의도나 이유는 없다”라고 공식입장을 냈다. 이후 인터뷰에 나선 변성현 감독은 해당 논란을 인식한 듯 조심스러운 태도로 인터뷰에 임했다.

“좋은 일은 어제서야 연락을 받았어요. 안 좋은 일이 먼저 있어서 계속 속상했거든요. 좋은 일을 연락 받고 기분이 신나기 보다는 안도감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정확히 안도감이었죠. 기분이 좋고, 신날 줄 알았는데 안도감이 컸어요.”

변성현 감독은 논란 이후 주연배우인 전도연에게 따로 연락을 했다고.

“도연 선배님이 의연하게 잘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도연 선배님도 아시고 계셔서 길게 얘기를 안 했죠. 오히려 길게 얘기하면 더 미안해 할 것 같으셨는지.”

그리고 글로벌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전도연의 공이 컸다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냥 도연 선배님이 다 하신 것 같아요. 도연 선배님을 비롯한 배우들에게도 감사하죠. 시나리오 자체가 도연 선배님을 보고 출발한 시나리오라 캐릭터화로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의뢰받은 작품은 반드시 완수해 내는 특A급 킬러이자 질풍노도의 시기인 10대 딸 길재영을 키우고 있는 싱글맘이라는 독특한 인물 설정을 가지고 있다.

“계급은 어디서나 있는 등급이니까요. 희성(구교환)은 열등감이 있을 거고, 복순은 자존감이 있을 거예요. 이것을 영화,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썼는데 잘 나가는 배우, 못 나가는 배우, 그쪽 일을 하다보면 모여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든요. 배우들끼리는 그런 이야기를 안 하겠지만 스태프들끼리 있으면 그런 이야길 해요. 이번에 뭐 들어갔는데 얼마 받냐는 이야기들. 서로 놀라고, 부러워하는 것들을 녹여내고 싶었어요. 사람 죽이는 일이지만 사회생활, 다른 일들과 똑같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죠.”

변성현 감독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에 이어 ‘길복순’까지 설경구와 세 번째 작업을 마쳤다. 연달아 세 작품에 함께 호흡을 맞췄기에 우려되는 지점은 없었을까.

“설경구 배우를 워낙 좋아하기도 해요. 그분의 연기를 너무 좋아하죠. 얼마 전에 기사에서 ‘설경구‧변성현 조합 이젠 지친다’는 걸 봤어요. 경구 선배님이 우스갯소리로 앞으로 7개 남았어, 열 작품 같이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경구 선배님과 한 만큼 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서 다음 작품에서 이 나이대 역할이 있다면 경구 선배님에게 제안 드려야지 생각했어요. 하하.”

세 번째 호흡이다 보니 설경구에게는 ‘변성현의 페르소나’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변성현 감독은 설경구와 ‘불한당’ 당시 첫 호흡과 ‘길복순’까지 합을 회상하며 말을 이어갔다.

“‘불한당’ 때 엄청 혼났어요. 제가 후반부 때부터 대들기 시작했죠. ‘킹메이커’ 때는 싸웠는데 ‘길복순’ 때는 저를 안 건들이시더라고요. 제가 워낙 예민해져있기도 했고. ‘불한당’ 때는 싸운 게 아닌, 일방적으로 혼나면서 일을 했어요. ‘킹메이커’ 때는 의견이 많이 부딪혔죠. 이번에는 오히려 선배님이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어요. 도연 선배님의 비중이 더 컸으니까 의견이 안 맞거나 그럴 땐 현장에서 ‘치얼업’ 해주셨죠. 많이 고마웠고, 한편으론 의아했어요. ‘왜 갑자기 나에게 잘해주시지?’”



‘길복순’은 50대 여배우 원톱 액션물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은 바. 변성현 감독은 전도연을 두고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도연 선배님의 전 영화 ‘지푸라기’나 ‘무뢰한’을 보면 어디선가 주변사람들에게 희생당하거나 그런 쪽으로 많은 쓰임을 당하셨어요. 제가 실제로 아는 도연 선배님은 굉장히 다가가기 힘든 존재고, 이쪽 먹이사슬의 가장 최상위층에 있는 사람이니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생활감 있는 느낌보다 만화 속에서 툭 튀어나온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도연 선배님도 갈증이 되게 많으셨더라고요. 제가 첫 인사자리에서 ‘팬이에요’라고 했더니 선배님은 ‘다들 만나면 팬이라고 해요, 시나리오를 안 줘서 그렇지’라고 하셨죠. 농담 삼아 지나가는 말을 하실 때도 전도연이란 배우랑 하면 잘 해내야할 것 같은 부담감이 있었어요. 물론 경구 선배님에게도 그런 부담감이 있었는데 이번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길복순’은 ‘킬 빌’을 레퍼런스로 삼고, ‘존 윅’의 콘셉트를 따온 영화다. 이 외에도 ‘킹스맨’ ‘셜록 홈즈’ 등 액션물의 한 획을 그은 주요 장면들이 떠오른다.

“여자 액션이기에 ‘킬 빌’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서 일부러 성을 ‘길’로 했어요. 저는 새로운 걸 창조하는 사람이 아니라 원래 있던 영화를 조금씩 비트는 걸 좋아하죠. ‘존 윅’에서도 킬러 회사를 만들잖아요. ‘존 윅’과 영화 결은 다르지만 우리는 회사 설정에서 엔터나 배우 쪽을 가져와 비틀어보자고 생각했어요.”

킬러와 싱글맘 사이 딜레마를 보여주는 것에 이어 동성애, 근친 코드도 눈길을 끈다. 특히 설경구와 이솜 관계를 두고 의아함을 나타내는 반응들이 이어지자 변성현 감독은 “근친을 이야기하고 싶은 게 아닌, 이솜의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차민희(이솜)는 잘 마무리 될 수 있는 일에 물을 뿌린 애잖아요. 어린 아이들이 ‘난 커서 아빠랑 결혼할 거야, 오빠랑 결혼할 거야’라고 하는 걸 볼 수 있듯 오빠에 대한 감정이 멈춰있는 걸 ‘바나나우유’ ‘요이땅’에 담아냈어요. 또 가장 해맑게 웃는 모습도 많이 담았죠. 악역이 아닌, 너무 어린 아이 같아서 뺏기기 싫은데 뺏겨버려 모든 걸 망치는 캐릭터라 생각해서 설정했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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