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호 작가, '모범택시' 운행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인터뷰]
입력 2023. 04.21. 11:12:08

\'모범택시2\'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모범택시2’를 집필한 오상호 작가가 방송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오상호 작가는 최근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극본 오상호, 연출 이단·장영석) 종영을 기념해 셀럽미디어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모범택시2’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 지난 15일 마지막 회 시청률 21%(전국가구기준/닐슨코리아 제공)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 유종의 미를 거뒀다.

‘사적 복수 대행’이라는 소재를 그린 ‘모범택시’는 신선한 카타르시스를 전하며 단번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모범택시2’ 역시 시즌1을 잇는 흥행세를 이어갔다. 지난 2년의 집필 기간 동안에도 여전히 사회 전반에 활개 친 각종 범죄에 대중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모범택시2’에서 다룰 에피소드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도 높았다. 오 작가는 앞서 ‘모범택시’를 집필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즌2에서는 조금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매 에피소드를 그려갔다. 이미 국내 다양한 작품을 통해 다뤄져 익숙할 법도 한 범죄오락 장르 가운데서도 ‘모범택시’가 독보적인 존재감을 띄는 이유다.

오 작가는 ‘모범택시’에 대해 “우리시대의 우화라고 생각한다. 현실을 풍자하고 해학을 통해 부조리와 대항하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에 “범죄오락 장르의 미덕을 살리되, 회피하거나 겉돌지는 말자라는 나름의 기준을 정해두었다. 매 에피소드마다 어느 정도까지 찌르고 들어가는 것이 최선일까를 고민했던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모범택시2’에서는 전 시즌보다 더 다채롭게 변신한 김도기(이제훈)의 활약이 공감과 감동을 선사했다. 또한 김도기와 무지개운수 직원들을 통해 그들이 ‘사적복수’를 대행할 수 밖에 없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던진다.

오 작가는 “시즌2의 키워드는 ‘부캐의 향연’ 그리고 ‘기억’이었다. 기억해야 되찾을 수 있는 게 있다는 것을 중심 메시지로 놓고, 우리가 한 켠에 묻어두고 넘어갔던 사건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고민을 담아 시즌2의 에피소드들을 정하고 작업했다”라고 전했다.

시즌제 드라마를 잇는데 원년 출연진들의 고정 출연도 큰 몫을 차지한다. 시즌1에 이어 시즌2에도 무지개운수 멤버들이 그대로 출연하며 몰입도는 물론, 드라마 팬들에게도 더없이 반가웠다.

오 작가 역시 이제훈, 김의성, 표예진, 장혁진, 배유람과의 재회를 뜻 깊게 생각했다. 그는 “다시 만나게 되어서 너무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었다. 작업하는 내내 작업실에 배우들 사진을 붙여놓았는데 볼 때마다 의지가 되었다. 인복이 좀 많은 거 같다”라고 자신했다.


절대적으로 따라준 배우들 덕분에 오 작가도 망설임 없이 작업할 수 있었다고. 오 작가는 “배우들이 무조건적으로 저를 믿어줬다. 대본을 건네면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란 의견도 없었다”라며 “‘대본에 무엇이 있든 나는 그걸 해내는 걸 보여주겠다’고 제훈 씨가 저한테 한 말이다. 표현은 안 했지만 다른 무지개 식구 분들도 마찬가지였던 거 같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가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영광이자, 동시에 부담이 되기도 했었다. 이런 엄청난 믿음을 보내는 분들께 보잘 것 없는 대본을 내밀 수는 없으니까”라며 집필하면서 느꼈던 책임감과 무게감도 털어놨다.

시즌2의 키워드가 ‘부캐의 향연’이었듯이 극 중 김도기 뿐만 아니라 무지개운수 멤버들도 부캐 변신에 합세해 복수 대행에 통쾌함을 더했다.

오 작가는 “이제훈 배우의 고민과 노력이 만들어낸 부캐플레이들은 저에게는 정말 감탄의 연속이었다”라며 “도기 외에도 장노인으로 분한 김의성 배우, 신혼커플로 큰 매력을 발산했던 표예진 배우, 순백교도로 위장한 배유람 배우, 법사도우미로 위장해 맹활약을 펼쳤던 장혁진 배우까지도 부족했던 대본의 빈 부분을 넘치게 채워주셨다”라며 배우들의 열정에 감사함을 표했다.

더불어 그는 무지개운수 팀이 완전체로 등장하는 장면에 애정을 드러냈다. 오 작가는 “항상 감탄했던 순간은 오프닝에 무지개 식구들이 일렬로 나올 때, 시골에서 모든 멤버들이 현장에 투입돼 활약을 시작할 때, 의료사고 에피소드에서 모든 멤버들이 병원에 잠입해 들어올 때. 다섯 멤버들이 하나가 돼서 걸어올 때마다 늘 벅찬 느낌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시즌2에서는 배우 신재하가 온하준 역으로 새롭게 투입돼 두 얼굴의 반전 빌런으로 열연했다. 그는 악랄한 행동도 서슴없이 해내며 김도기와 적대구도를 완성했다. 그러나 방송 말미 온하준의 서사가 드러나면서 ‘모범택시2’를 관통하는 주제인 ‘기억’ 속 아픔에 대한 한자리를 그려냈다.

오 작가는 “온하준은 복잡하고도 단순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싸워서 이기는 것만이 정답이라는 방식으로 길러진 아이, 그 안에 뭔가 소중한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막연한 공허함을 가진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캐릭터를 통해 무지개 택시를 추격하는 의문의 세력, 그리고 시즌2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기억해야 되찾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의미를 집합적으로 담아내고자 했다”라며 “신재하 배우가 가진 선악을 오가는 얼굴과 눈빛이 온하준을 완성시켰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시즌제 드라마는 많지 않을뿐더러, 최근 연속해서 두 시즌 모두 흥행한 사례도 드물다. 종영과 동시에 ‘모범택시’ 시즌3 소취를 바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시즌3 제작이 확정된 바. 오 작가는 “무지개 운수 다섯 명이 없는 모범택시는 상상하기 힘들다. 반대로 이 다섯 명이 함께라면 더없이 즐거운 작업이 되겠다. 무지개 운수 식구들이 다시 가자고 하면 저는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할 거 같다”라고 기대했다.

끝으로 오 작가는 매 회 ‘모범택시’ 마지막 장면에 삽입되는 자막을 읊으며 여운을 안겼다. 법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들이 있는 한 모범택시는 존재해야한다고 역설했다.

“‘법대로 해’라는 말이 가해자들의 무기로 쓰이고, 피해자들에게 협박 수단으로 쓰이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모범택시의 운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죽지 말고 전화하세요. 우리는 당신의 억울함을 듣고 싶습니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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