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2' 이단 감독 "복수, 판타지보다 현실 고민했죠"[인터뷰]
입력 2023. 04.23. 14:00:00

'모범택시2'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이단 감독이 ‘모범택시2’를 대했던 마음부터 무사히 마무리한 소회를 전했다.

이단 감독은 최근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극본 오상호, 연출 이단·장영석) 종영을 기념해 셀럽미디어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15일 유종의 미를 거둔 ‘모범택시2’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 2년 만에 금의환향한 ‘모범택시2’는 매 회 화제가 되며 또 한 번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큰 사랑을 받은 소감에 이 감독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많은 사랑을 받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제가 대본을 보면서 느꼈던 것을 시청자들과 함께 느낄 때 행복했다”라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분들과 함께 분노하고, 함께 슬퍼하고, 함께 기뻐할 수 있음에 너무나 감사하다. ‘현실에도 김도기 기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글을 볼 때 가장 기뻤고 또 서글펐다. 저 역시 그 마음으로 시즌2를 만들었다”라고 감격했다.

연출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으로 그는 “밸런스를 맞추는 것, 적중률을 높이는 것. 시즌2에서는 도기의 부캐플레이에 집중하게 하면서 그야말로 부캐로서 놀 수 있는 판을 깔아주기 위해서는 시즌1의 무게감은 덜어갈 수밖에 없었다. 모범택시에 사건의뢰를 하는 피해자들의 사연이 심각하게 다뤄질수록 김도기 기사가 신명나게 활약할 수 있는 영역에 제약이 생기기 시작하더라”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 부분이 연출을 하면서 가장 고민이 되었던 지점이다. 시청자들이 전편을 사랑해주셨던 이유 중 하나는 잔혹한 현실의 디테일한 묘사와 사회고발적인 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부분을 놓고 가지 않으면서도 도기의 부캐 플레이를 해치지 않는 방법, 마냥 무겁지 않으면서도 시청자들이 사건 의뢰인들의 사연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다”라고 설명했다.

사건 하나하나에 진정성을 담으면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했다는 이 감독은 “시청자들이 사건 의뢰인들의 사연을 내 이야기라고 느껴야 복수도 통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김도기가 마음 놓고 때릴 수 있을 만큼 빌런에게 공분을 살만한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빌런의 악행이 말초적이고 폭력적이기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붕 뜨거나 너무 판타지적인 복수 방법은 오히려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 통쾌함이 남지 않을 것 같아서 좀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만들 수 있는, 밸런스를 조정하는 회의를 많이 했다”라고 전했다.


이 감독은 각자의 자리에서 맹활약을 펼친 무지개운수 팀 배우들의 노력을 기억했다. 이제훈 에 대해 “보통 배우는 감독의 ‘액션!’ 콜에 연기를 시작해서 ‘컷!’에 연기를 끝내고 본인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제훈 배우는 ‘컷!’과 ‘액션!’ 사이에도 내내 김도기였다. 그만큼 긴장을 놓지 않고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였고, 모범택시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서 책임감과 진지한 자세가 느껴져서 저를 비롯한 스탭들 역시 몰입해서 일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라고 강조했다.

무지개운수 장대표로 분한 김의성에 대해선 “아버지 같은 존재였던 것처럼, 김의성 배우 역시 모범택시2의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대본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주셨고, 어려움을 만나서 헤매고 있을 때, ‘그럼 이렇게 하면 되지~’하시면서 연륜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해결방법을 제시해주시기도 하셨다”라며 “아버지처럼 무지개 운수 식구들을 바라봐주는 모습을 따뜻하게 연기해주셔서 뭉클했다”라고 애정을 표했다.

시즌1보다 성숙해진 고은의 모습을 보여준 표예진에 이 감독은 “고은이 해커이고 콜밴 안에서 주로 활동하기 때문에 혼자 모니터만 보면서 연기를 해서 답답할 수도 있었을텐데, 자칫 밋밋해질 수도 있는 신들을 예진배우가 잘 살려주어서 고마움이 크다. 각자 따로 연기했는데도 붙이고 보면 호흡이 착착 맞아서, 고은과 무지개 운수 식구들의 호흡에 감탄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빌런과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고은이의 감정이 시청자들과 같은 박자이므로 고은의 눈빛이, 고은의 숨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예진배우가 정말 잘 연기해주었다. 예진 배우 연기 덕분에 시청자 여러분들이 고은이와 같이 화내주고, 눈물 흘려주셨던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실제로 보면 체구도 작아서 가냘프고, 깍듯이 예의바른데 고은이 연기를 할 때마다 대범해지고, 또 대본에 적힌 지문보다 더 과감하게 연기할 때가 있어서 놀라웠다. 얄미운 연기를 해도 미워할 수 없는, 모두를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매력을 지닌 배우다. 빌런들을 정신 못 차리게 하는 부캐연기와 액션까지 너무 잘 해내셔서, 그녀가 어디까지 더 갈 수 있을지 앞으로가 더 궁금해지는 배우다”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장혁진과 배유람은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도 감초 역할로 극의 재미를 불어넣었다. 이 감독은 “모범택시 시리즈가 보통의 히어로물과는 다른 톤을 만들어주는 분들은 다름 아닌 최주임, 박주임 님이라고 생각한다. 다크 히어로의 활약 가운데 쉼표처럼 시청자들이 숨 쉴 틈을 주고, 또 함께 활약하기도 하면서 시청자들이 흥겨운 마음으로 따라갈 수 있게 만들어주시죠. 어찌 보면 기능적이고 짧은 신들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연구해오시고 현장에서 다채롭게 펼쳐주셔서 다들 많은 감동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어떤 분장이든 어떤 의상이든 찰떡같이 소화해주셔서 너무 즐겁게 고민하고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대본에 쓰여진 것 이상으로 두 분이 현장에서 잘 만들어주신 신들이 정말 많다. ‘어떻게 이렇게 잘 살리실 수 있어요’라고 장혁진 배우에게 물었더니, ‘우린 이거 없으면 안 돼. 진짜 열심히 해야 돼’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라며 “말씀처럼 진짜 열심히 해주셨다. 그런데도 막상 연기할 때는 힘을 너무 주지 않고 편하게 해주셔서, 코믹한 신들이 더욱 잘 살았다고 생각한다. 어디서 치고 빠질 지를 분명하게 알고 있는, 똑똑한 배우들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범택시’ 시즌2에서는 사이비 종교, 버닝썬 등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건들이 재조명된 시기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에피소드들의 방송시기가 겹치면서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 감독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신이다’라는 다큐를 울면서 보았다. 너무 가볍게 사이비 종교 주제를 접근한 것은 아닐까 고민도 되었다. 하지만 사이비 종교의 교주들이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패턴을 작가님께서 정확하게 포착하시고 쓰셨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에피소드의 주제 선정은 이 감독이 합류하기 전에 이미 완료가 돼있었다고. 복수 방법 역시 오상호 작가님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이 감독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테제를 기발하고 허를 찌르는 복수 방법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오상호 작가님이 유일하지 않을까. 사이비를 사이비로 물리치기, 클럽의 빌런들이 부와 외모지상주의를 기준으로 나눈 계급에 맞서 나이 계급으로 무너뜨리기, 이런 것들은 오상호 작가님만의 오리지널리티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연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에피소드로 이 감독은 7, 8부 사이비 종교집단의 이야기를 언급했다. 그는 “처음에 사이비 교주와 박수무당 도기라는 주제를 들었을 때는 ‘곡성’ 같은 분위기의 대본일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펑키호러’ 장르로 써주셨다. 너무 가벼운 접근이 아닐까, 많은 걱정을 했었고, 밸런스를 잘 잡는 게 이 에피소드의 키라고 생각했다”라며 “이제훈 배우에게도 이런 고민을 나누었고 이제훈 배우 역시 최대한 무겁게 연기를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의상 역시 익숙한 오방색의 무복이 아니라 그동안 본 적이 없는 독특하면서도 무게있는 분위기로 디자인 해주셨다. 이 옷은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적이 없는 전무후무한 디자인이라는 생각한다”라고 귀띔했다.


또한 김도기(이제훈)가 옥주만 엄마 연기를 하며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언급했다. 이 감독은 “이제훈 배우가 신들린 열연을 했을 때, ‘어쩌면 잘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도기의 복수가 보다 엄중해보이도록 편집 기사님께서도 많은 아이디어를 내셨고, 음악감독님께서도 기존 스코어를 국악버전으로 작곡해주셔서 가볍게 놀 곳은 가볍고 무겁게 가야할 곳은 무겁게 밸런스를 잡으려고 노력했다. 처음 국악버전 스코어를 들었을 때 너무 웃겨서 음악감독님 작업실에서 쓰러질 뻔 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회상했다.

더불어 해당 회차는 이 감독이 각성하게 된 계기도 되었다. 그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 에피소드부터 더 뜨거워졌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작가님께서 잡아준 톤이 맞구나, 작가님이 여기까지 생각하시고 쓰셨구나, 하고 깨닫게 된 에피소드였다. 방송 당시의 타이밍까지 좋았다. 작가님은 물론이고 배우, 의상, 편집, 음악 등 모든 제작팀이 다들 신들린 채로 만든 에피소드가 아닐까 한다”라고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모범택시2’를 연출하면서 오랜 기억들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그는 “저에게는 일찍 세상을 등진 친구들이 많다. 내내 그들을 생각하면서 이 드라마에 참여했다. 그들도 모범택시 스티커를 볼 수 있었다면, 김도기 기사가 그들을 구해줄 수 있었다면, 누구라도 그들에게 김도기 기사가 되어주었다면, 그 녀석들은 지금 나와 함께 2023년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들의 멈춰진 시계를 다시 돌릴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드라마를 만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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