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 감독 “불친절한 설명 반성…다이진 서사는 열어둔 것” [인터뷰]
입력 2023. 04.28. 14:42:52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지난번에 (한국에) 왔을 때 300만 명을 돌파하면 다시 오겠다고 약속 드렸어요. 300만 돌파 후 순식간에 400만 명이 돌파하고, 지금 500만 명을 목전에 두고 있죠. 왜 많은 분들이 제 작품을 봐주시는 건지 신기하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해요.”

앞선 내한간담회에서 “300만 돌파 시 다시 한국을 찾겠다”라고 약속한 신카이 감독이 약속을 지키러 재내한했다.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은 개봉 후 3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는 기록을 세운 것은 물론, 총 누적 관객 수 498만 4064명(4월 27일 기준)을 돌파, 2023년 개봉작 중 흥행 1위로 오르며 열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 열띤 성원에 보답하고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제주까지 방문해 다양한 관객들과 만나고자 한다.

이에 앞서 지난 27일 서울 용산구 노보텔 스위트 앰배서더 서울 용산에서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내한 기념 인터뷰가 진행됐다. 빠듯한 일정 탓에 비록 인터뷰가 두 타임 밖에 열리지 않았지만 감독을 만나기 위해 많은 국내 취재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50분 남짓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재내한 한 소감부터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었다. 이하 일문일답.



Q: 5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데 흥행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신카이 마코토 감독:
한 가지는 한국에서 수입‧배급 해주신 미디어캐슬에서 ‘너의 이름은’의 관객 수를 넘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해주셨다. 그리고 ‘슬램덩크’ 덕분이란 생각도 든다. ‘슬램덩크’가 대히트 후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주시고 있다. 그 후 봐주신 게 ‘스즈메’이기에 작품을 선택해주신 게 아닐까 싶다. 어쩌면 이 영화 이야기가 가진 자체, 재해를 입고 상처를 입은 소녀가 회복해가는 이야기가 한국의 젊은 분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준 게 아닌가. 그런데 결정적인 이유는 전 잘 모르겠다. 한국 기자님들 중 ‘혹시 이 이유가 아닐까?’ 하는 게 있다면 좋은 말씀 부탁드린다.

Q: ‘스즈메의 문단속’이 국내에서 개봉된 애니메이션 중 1위를 차지했다. 일본에서 반응은 어떤가.

신카이 마코토 감독:
한국 관객분들은 정말 다정하다고 느꼈다. 봉준호 감독님의 작품에 비하면 저의 작품은 매우 불안정하다. 등장인물도 매우 불안정하고 퀄리티도 많이 불안정하다. 그런 영화를 보시고 메시지를 얻고, 마음속으로 받아주시는 걸 보면서 정말 다정하다는 생각을 소박하게 하고 있다.

Q: 실제 사건인 동일본 지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애니메이션 장르로 더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

신카이 마코토 감독: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고자 했을 때 이미지한 건 옛날이야기, 혹은 신화 같은 것이었으면 했다. 인간은 아주 예전부터 일어난 일에 대해 그림 그리거나 이야기를 만들어서 다음 세대에 전달했다. 애니메이션도 이야기를 하기 위한 미디어이기에 사회에서 일어난 큰 재해가 이야기로 전달될 수 있게 만들었다. 옛날이야기 같은 감각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임했다. 실제로 일어났던 재해를 이야기로 만들어서 엔터테인먼트화 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12년 뒤 만들어졌다. 반대로 4~5년 밖에 지나지 않은 재해는 얼마 지나지 않은 일이라 힘들다고 생각한다. 12년이 좋은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Q: 영화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시아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요소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신카이 마코토 감독:
미국과 유럽에서도 상영이 시작됐다. 과거 제 작품이 동원한 관객 수보다 훨씬 높으나 미국이나 유럽에선 아시아만큼 큰 히트를 치고 있진 않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일본 애니, 특히 제가 만든 손 그림이나 핸드 드로잉 애니메이션은 (미국의) 시민권을 얻지 못했다. 일반인이 많이 보러갈 정도로 널리 퍼져있진 않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잘 된 애니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다. 닌텐도에서 나온 거지만 애니메이션 영화다. 유럽, 미국은 ‘스즈메의 문단속’과는 다른 단위로 히트 중이다. 중국에서는 ‘스즈메’가 더 위긴 하지만. 앞으로 한국에서 이 영화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매우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Q: 일본, 한국 등 해외에서도 ‘미야자키 하야오 다음은 신카이 마코토’라는 평이 나오고 있는데.

신카이 마코토 감독:
일단 제가 일본 애니 전체를 대표하는 입장은 아니다. 개인적인 입장을 말씀드리자면 일본 애니메이션은 국내도 그렇고 해외에서도 예전보다 훨씬 널리 퍼지고 있는 시기라는 생각이다. 내리막길보단 성장하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 든다. ‘너의 이름은.’과 ‘스즈메’가 관객 수를 많이 넓힌 건 맞지만 일본 IP작품, 주간소년점프에서 발생한 여러 만화가 굉장히 널리 퍼지고 힘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일본에 소년점프를 만드는 출판사가 있다. 그 원작을 애니메이션 회사가 만든다. 그리고 일본 배급사, 해외 배급사가 있다. 그런 회사들에게 이 영화를 배급하기 위해 일본 배급사들이 10~15년 정도 계속 노력해왔다. 널리 알리려는 노력이 지금에서야 결실 맺는다고 생각한다. 코로나가 종식되는 타이밍에 그들이 원하는 게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실현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좋은 뉴스만 있는 건 아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손 그림으로 그리다 보니까 한 장씩, 한 장씩 사람이 그리고 있다. ‘시대에 뒤처지는 일’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걸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방식을 업데이트하는 건 일본 애니의 과제이자 문제로 남아있다. 긍정적인 부분 상황이 오고 있는 건 맞다.



Q: 실제 일어난 재난을 영화로 만들 때 신경 쓴 점은? 마케팅에서 주의한 점은 무엇인가.

신카이 마코토 감독:
여러 생각을 많이 했다. 12년 전에 일어난 일이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상처가 남은 분들이 많다.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피난 상태인 분들이 수천 명이다. 이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직접적인 묘사는 많이 보여 주지말자고 생각했다. 쓰나미가 마을 덮친 순간은 묘사하지 않고, 지진이 일어난 당시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그리지 않겠다고 영화를 만드는 순간부터 생각했다. 돌아가신 분들을 재회하는 이야기로 만들지 말자고도 정했다. 돌아가신 분들과 만나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이번에는 절대 만들지 말자고 했다. 현실 속에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로 작은 장치들을 고민해서 만들었다. 일본 영화관에서는 주의사항이 쓰여 있다. 지진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분들이 봤다가 상처를 입을 수 있기에 지진 경보가 있다는 걸 미리 주의를 드리는 작업을 했다.

Q: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소들의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신카이 마코토 감독:
스즈메가 일본 전국을 여행하는 이야기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동일본 대지진은 동쪽에서 일어났지만 일본 전체, 사회에까지도 큰 영향을 미쳤다. 도호쿠 지방에서 쓰나미가 일어나고 지진이 온 후 많은 사람들이 도쿄로 가고, 큐슈까지 간 사람들이 많다. 일본의 끝이라 할 수 있는 큐슈부터 도호쿠 지방까지 가는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스즈메가 여행을 하면서 들리게 되는 동네는 과거에 큰 재해가 있었던 동네들이다. 에히메 지역은 큰 비가 내려 홍수가 났던 곳이며 고베는 한신아와지 지진이 일어났던 곳이다. 도쿄도 1993년에 큰 지진이 있었다. 큰 재해가 있던 곳에 스즈메가 들린다는 설정을 했다. 스즈메의 동네는 가공의 마을이다. 실제로 있진 않지만 가공으로 만든 동네와 실제 존재하는 동네를 섞었다. 스즈메의 마을을 가공의 마을로 한 이유는 영화 개봉 뒤 일본에서는 ‘성지순례’라고, 배경이 된 곳에 찾아가는 분들이 많다. 실제 장소를 했을 때 긍정적으로 쓰이는 면도 있지만 민폐가 되는 경우도 있다. 갑자기 관광객들이 많이 오게 됐을 때 (관광객들을) 환영하지 않는 분들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너의 이름은.’을 만들었을 때도 그런 일이 있었다. 그래서 그걸 피하고자 가공의 마을로 만들지만 지역은 큐슈로 설정했다.



Q.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에 이어 여고생을 히어로로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

신카이 마코토 감독:
여고생이 많이 나오는 걸 좋게 보는 분들도 있고, 비판적으로 보시는 분들도 있다. 젊은 세대를 주로 주인공으로 그린 이유는 애니가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10대 시절은 학교, 집 아닌 다른 세계를 원하고 추구한다. 그게 제3의 장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 주인공들을 그려내고 있다. 제가 앞으로 만들게 될 작품에서 주인공은 성인이 될 수도 있고, 아저씨, 아줌마, 어쩌면 10대가 될 수 있다. 아직 고민하고 있다. 작가는 본인이 성숙해가면 내용도 성숙해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많이 고민 중이다.

제가 서울에 올 때 대한한공을 타고 왔다.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 주의사항을 안내하는 비디오가 나오지 않나. K팝 아이돌이 나와서 하더라. 이렇게 젊은이가 얘기하는 걸 보니 ‘젊은이밖에 없나봐’라는 생각 들었다. 저는 젊은 세대가 아니라 불편한 면도 있었다. ‘나 같은 아저씨가 타도되나?’ 싶더라. 그러나 K팝과 K팝문화를 보면 즐겁고, 용기도 얻는다. 한국 문화 자체도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힘을 쏟지 않나.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서로 문화 안에서 안고 있는 큰 과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Q: 불친절한 서사라는 혹평도 있는데.

신카이 마코토 감독:
‘스즈메의 문단속’에 대한 반성점이 많다. 전작인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 때도 설명이 부족하다는 분들이 많았다. 매번 이야길 듣다 보니 새로 만든 영화는 그런 이야기를 듣지 말아야지 했지만 반성하게 된다. 영화 완성 후 ‘이렇게 하면 나았을 텐데,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2시간이라는 영화 속에 얼마나 많은 설명을 넣는 게 옳을지 굉장히 고민이다. 모든 것을 다 전달하겠다면 시간이 모자라다. 어떤 면에 있어선 일부러 관객이 생각하도록 설명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게 관객들이 보고 여러 생각을 하고,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다이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스즈메가 소타의 집에 들렀을 때 굉장히 오래된 책을 본다. 그 책은 정말 어려운 일본의 ‘고어(古語)’로 쓰여 있다. 일본 관객들이 보더라도 읽지 못할 거다. 이번엔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있긴 하다. 다음 작품에선 그런 부분을 개선하려고 한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미디어캐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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