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대한 다양한 시선 표현" '성+인물' PD들의 해명 [인터뷰]
입력 2023. 05.02. 17:04:17

'성+인물' 정효민 PD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성+인물'은 공개와 동시에 논란의 중심에 올랐다. 여러 논란들은 출연자의 타 고정 프로그램 하차 요구까지 이어졌고, 제작진들이 이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정효민, 김인식 PD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성+인물: 일본편' 공개를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성+인물'은 신동엽, 성시경이 미지의 세계였던 성(性)과 성인 문화 산업 속 인물을 탐구하는 신개념 토크 버라이어티쇼다.

'성+인물:일본편'에서 신동엽, 성시경은 일본의 성인용품점, 성인 VR방, 성인용품 회사를 직접 찾아가 각종 기구들을 소개하고 고객, 직원들을 인터뷰하는가 하면 AV 배우와 호스트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과는 다른 일본의 특징적인 성 문화를 이야기하는 약 30명의 인물들이 등장했다.

정 PD는 프로그램의 의도에 대해 "우리 프로그램은 성이 자신의 사회적인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세상에 생각보다 많은 직업들이 존재한다. 그 직업에 대해 이야기들을 나누고, 이를 들여다보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성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들어보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고 전했다.

'성+인물'의 MC는 '마녀사냥'에서도 활약했던 신동엽과 성시경이 맡았다. 과거 JTBC '마녀사냥'의 연출 또한 맡았던 정 PD는 "이번 프로그램을 자꾸 '마녀사냥'과 비교를 할 수 밖에 없다. 10년 전 '마녀사냥'을 할 당시에는 성에 대한 이야기를 TV에서 언급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당시에는 MC들이 이를 풀어내는 것 자체에 의미를 뒀다"며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두 MC가 다른 나라에 가서 그곳의 문화를 사람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역할을 주로 수행했다. 해당 부분을 잘 수행해줬고, 두 분 역시 해당 역할에 동의했다"고 이야기했다.



콘텐츠가 공개되고 다양한 논란에 휩싸이며 프로그램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소재와 방향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들이 쏟아졌다. 정 PD는 "이런 논의가 오간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처음 시도한 예능에서 왜 그 부분까지 다루지 않았냐는 반응에는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며 "여행 예능에서는 해당 산업이 가져오는 로컬적인 문제는 다루지 않는 경우가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면 그 내용을 왜 담지 않았냐고 묻는 것은 예능이라는 장르에 적절한 질문인지 고민하게 된다"고 밝혔다.

김 PD는 "예능이라서 그런 부분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한 명의 인물에 더욱 초점을 맞춘 인터뷰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며 "다른 토크쇼는 주로 말하기 위주로 구성됐지만 '성+인물'은 듣기 위주로 흘러간다. 해당 산업을 대표하는 사람이 아닌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이라고 봐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논란이 가장 크게 불거진 부분은 AV산업이었다. 일부 시청자들은 성착취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는 AV산업에 대해 진지한 접근이 없고 이를 미화하는 데에 그쳤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정 PD는 "그 지점에 있어 많은 고민을 했다. AV를 아예 다루지 말까 하는 생각도 당연히 했었다. 하지만 일본 내 성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AV산업은 일본에서의 편의점 산업만큼 규모가 크다. 이를 다루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AV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여다 볼때, 우리가 함부로 이들을 재단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들이 왜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 어떤 직업적인 소신이 있는지, 주변의 시선은 어땠는지 등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무겁지 않게 전달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산업이든 명과 암이 공존한다. 특히 큰 산업일수록 어두운 면은 당연하게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AV산업은 구조가 더욱 논쟁적인 부분이 있고, 그래서 문제가 더욱 강하게 부각된다"며 "공개된 일본 편에서 AV여배우와 남배우가 등장하는 회차를 보면 'AV는 사실 판타지다', '아들에게 나의 직업을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 등의 말을 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등장하는 만큼 '성+인물'이 암을 완전히 배제하고 명만 조명했다는 평가는 조금 아쉽다"고 답했다.



두 PD는 모두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2화인 AV 배우 출연 회차에만 모인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김 PD는 "AV 관련 회차를 보고서는 논란에 대해 생각했지만, 뒤이어 나오는 '텐가'나 20~30대 일반인들이 대화를 나누는 회차까지 보고 나니 프로그램이 성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쓴 리뷰를 봤다. 많은 분들이 초반에 우려했던 부분들이 뒤로 갈수록 강조되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6회차를 모두 보고나면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인물'로 인해 큰 논란이 불거진 것은 MC 신동엽이었다. 신동엽은 진행자로 출연하는 SBS '동물농장', tvN '놀라운 토요일' 등에서 하차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정 PD는 "프로그램에 대해 여러 논란을 릴리즈 이전에도 많이 예상했다. 하지만 MC 신동엽에 대해서 프로그램 하차 이야기가 나올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며 "PD로서 정말 죄송하다. 대만 촬영 중에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미안함을 표했다.

제작진은 일본 편에 이어 최근 대만 편의 촬영을 마쳤다. 김 PD는 "대만 편에서는 LGBT에 대한 이야기를 이야기를 나눈다. 대만에 살고 있는 동성 부부도 만나고, 성 박람회도 방문했다. 일본 편에서 나아가 대만 편까지 나아가면 또 다른 논의가 생길 것이라 생각된다"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성 문화는 어느 정도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알고, 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과 시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얘기했다.

'성+인물:일본편'은 지난달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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