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거리를 깨닫는 사랑법 '롱디'[씨네리뷰]
- 입력 2023. 05.10. 07:00:00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마음의 거리로 사랑의 정도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는 커플들은 행여나 사랑이 변할까봐 걱정한다. 장거리 커플에 대한 편견을 십분 활용해 저릿한 현실과 동시에 애틋함을 담은 ‘롱디’(임재완 감독)가 물음표를 던진다. 정말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질까?
'롱디'
팬과 뮤지션의 관계로 만나 연인으로 발전한 도하(장동윤)와 태인(박유나)은 5년 째 열애 중이다. 다섯 번의 사계절을 보내며 영원히 행복할 것만 같던 두 사람은 뜻밖에 상황에 마주한다. 도하가 취업한 사이, 음악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던 태인이 결국 고향인 거제로 내려가기로 결정한 것. 서른을 앞두고, 도하와 태인은 어쩔 수 없이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메신저와 영상통화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도하와 태인은 차츰 장거리 연애에도 적응해간다. 자주 만나지 못하는 공백과 연락 간격도 자연스레 이해하며 5년차 커플다운 안정적인 연애를 이어가던 어느 날, 태인과의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도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벌이고 만다.
태인과 도하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급기야 태인은 이별을 통보하는데.
‘롱디’는 도하와 태인의 5년의 열애사를 아낌없이 보여주며 시작한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와 ‘서치’ 제작진이 공동 제작한 ‘롱디’는 스크린 기기 속 화면만으로 구성된 ‘스크린라이프’ 기법을 국내 최초로 시도한 바. 도하와 태인의 추억들이 담긴 사진과 영상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관객들로 하여금 남의 연애를 엿보는 묘미를 전한다.
다만 ‘서치’에서 가져온 형식을 그대로 따라 보여준 탓일까. ‘롱디’에선 스크린라이프 기법의 매력이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전자기기가 추적 수단으로 이용해 몰입도를 높였던 ‘서치’에 비해, ‘롱디’에서는 도하와 태인의 추억을 열람하거나 연락하는 도구로만 비춰져 다소 밋밋하게 느껴진다. 극 후반에 도하가 태인의 행적을 찾는 용도로 잠시 등장하지만 큰 인상을 남기진 않는다.
도하와 태인의 관계가 급격히 변화를 맞게 되는 결정타로는 제임스 한(고건한)이 등장한다. 그러나 제임스 한의 선 넘은 장난은 도하를 위기에 몰아세우며 성가실 뿐이다. 다른 인물의 개입 없이 도하와 태인 두 사랑의 관계에만 깊이 있게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롱디’는 사랑을 하고 있는 남녀의 모습을 다면적으로 풀어내며 몽글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도하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장면 곳곳에서는 흑역사, 연애 실패담 등 지우고 싶은 기억들을 불현듯 떠오르게 만든다. 연애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겪으면서도 사랑을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장동윤의 생활 연기가 빛을 발한다. 박유나는 연애든 음악이든 대쪽같은 성격을 지닌 태인을 스스럼없이 연기하며 숨겨왔던 가창력도 보여준다.
청춘들의 달콤한 사랑을 담은 로맨스 영화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만큼이나 새롭게 달라지는 요즘 연애 방식을 가장 잘 읽을 수 있다. ‘롱디’는 스마트폰과 SNS 활용도가 높아진 MZ세대의 연애담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 2~30대 관객들에게는 공감을, SNS에 친숙하지 않은 부모님 관객들에게는 신선함을 선사한다. 오늘(1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은 101분.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