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헌 감독 “‘드림’, 보통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야기 되길” [인터뷰]
- 입력 2023. 05.11. 16:09:49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영화 ‘드림’(감독 이병헌)이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달 26일 개봉된 이 영화는 외화 경쟁작 사이에서 누적 관객 수 100만을 넘어선 것. 개봉 3주차에도 무대인사를 확정하며 특급 팬사랑을 전하고 있다.
'드림' 이병헌 감독 인터뷰
‘드림’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와 열정 없는 PD 소민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626만 관객을 동원한 ‘극한직업’과 마니아를 형성한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이병헌 감독의 4년 만의 신작으로 2010년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모티브로 창작된 영화다.
홈리스 월드컵은 축구를 통해 홈리스의 자립 의지와 부정적 사회 인식을 개선하는 세계 유일의 국제 축구 대회로 실제 수많은 홈리스들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한국은 2010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에 첫 출전했다.
“TV에서 홈리스 월드컵이 소개됐어요. 영화에서 그린 것과 같았죠. 영화를 보고 어느 감정을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감동을 받았어요. ‘내가 너무 몰랐구나’를 느꼈죠. 아예 몰랐던 거라 미안함도 있었어요. 나는 분명 이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재미와 감동을 느껴서 소개하고 싶었어요. 그 생각에서 선택하게 됐죠.”
이병헌 감독은 홈리스 월드컵의 한국 공식 주관사인 빅이슈코리아를 통해 홈리스들을 취재하고, 2015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에 동행해 한국팀의 전 일정을 함께 소화하는 등 오랜 준비 기간을 가졌다. 기획부터 사전 조사, 각본 작업을 거쳐 촬영이 끝나기까지 약 8년의 시간이 걸린 것. 특히 ‘드림’은 지난 2015년 개봉된 ‘스물’보다 먼저 시나리오 작업을 해놓은 작품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해야 할 것 같았어요. 흔들릴 때도 있었죠. 그 생각의 변화는 지금까지 없어요. 그만큼 의미가 있었죠. 포기할 수 없는 선을 넘어버린 것 같았어요. 고집이든, 아집이든 이 영화를 해서 어떤 손해가 있든 감수해 끝을 봐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전 세계에서 개최되는 홈리스 월드컵 현장을 구현하기 위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드림’의 홈리스 풋볼 월드컵 장면은 약 한 달간 총 15회차에 걸쳐 촬영됐다. 그에 따른 고충도 컸다고.
“한 달 내내 비가 왔어요. 일주일에 한두 번밖에 촬영하러 나간 적도 있었죠. 코로나 때문에도 힘들었어요. 아무도 잘못한 게 없는데 예산은 늘어나고, 촬영이 중단되니까 여유가 없어지기도 했죠. 그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신만 남게 됐어요. 가장 중요한 신을 열악한 환경에서 찍어야 했죠. 어떻게든 해보자도 아니고, 일단 간 거예요. 다 못 찍을 것 같은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고민했어요. 현장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도 있고, 수정할 때도 있었죠. 솔직히 말씀 드리면 죽을 때도 생각날 것 같아요. ‘그때 부다페스트에서….’라고 하면서 죽을 것 같아요. 감독으로서 아쉬움, 유독 아쉬움이 남아요. 어려웠던 상황이라.”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겠다. 홈리스들이 ‘사회’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응원하는 휴머니즘에 초점이 맞춰져있기 때문. 그렇기에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도 호불호가 갈렸다.
“뒷이야기가 정해져 있었어요. 저의 것으로 기교를 만들어 끼워 넣으면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죠. 초반에는 ‘이병헌 작품’이라는 걸 안 들키길 바랐어요. 그런데 그건 조금 어렵더라고요. 전형성을 가지고 가되 재밌게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익숙한 것들이 젊은 세대들에게는 식상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온 가족이 봤을 땐 편안한 영화가 되길 바랐죠. 전형성에 대해 겁먹지 않고 작업했어요. 익숙함을 재밌게 만들어보자 싶었죠.”
이병헌 감독이 ‘드림’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뚜렷하다. 실패했다고 포기하지 않고, 저마다의 ‘드림’을 향해 달려가길. 그리고 결과보다 과정 그 자체를 소중하게 여기길. 이병헌 감독은 “보통의 모든 사람들이 필요한 이야기라고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꿈처럼 있다”라고 소망했다.
“엄마, 아빠뿐만 아니라 할머니와 같이 가서 봐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편한 영화가 됐으면 해요, 오히려 요즘 시기에는 새롭지 않을까 싶어요. ‘드림’의 관객 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보통의 모든 사람들이 필요한 이야기라고 느꼈으면 너무 감사한 일일 것 같아요. 그런 바람이 꿈처럼 있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