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디' 고건한 "연기, 열정 잃지 말자는 생각 뿐이예요"[인터뷰]
- 입력 2023. 05.14. 08:00:00
-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고건한이 쾌할한 캐릭터로 연기 변신을 꾀했다. 등장만으로도 극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환기시키며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냈다.
고건한
‘롱디’(감독 임재완)는 서른을 앞두고 장거리 연애를 시작한 5년차 동갑 커플 도하와 태인의 언택트 러브 스토리. 고건한은 극 중 짓궂은 장난으로 도하(장동윤)를 난감한 상황에 빠트리는 제임스 한으로 분했다.
“재미가 있을 거라 생각해서 현장에서 설레는 기분이 없지 않아있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캐릭터들이 유쾌한 것도 많고 재밌었는데 제임스 한은 더 가보는 느낌. 더 자유롭게 해볼 수 있는 느낌이었다. 촬영방식도 마찬가지고 영화가 가지고 있는 특성도 마찬가지고 배우로서 더 멀리 가볼 수 있는 여건이 됐다.”
‘롱디’는 스크린 기기 속 화면만으로 구성된 ‘스크린라이프’ 기법으로 제작된 바. 이에 혼자서 해내야하는 장면들도 적지 않았던 만큼 고건한에게도 촬영 현장은 다소 낯설었다.
“솔직히 어려웠던 건 사실이다. 아이폰으로 촬영하고 상대방의 대사들도 어느 정도 숙지가 된 상태여야 했고 사람들 반응도 실시간으로 알 수 없어서 텍스트에서 어느 정도 상상을 했다. 상대배우랑 주고받으면서 중간에 조절되는 부분이 생기는데 이번에 제임스 한은 저 혼자 독백하듯이 하다 보니 헷갈릴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감독님께서 잡아주시고 스스로 연습하면서 신경썼던 것 같다. 상당히 어려웠지만 기존의 방식과도 달라서 재미도 있었다.”
고건한은 제임스 한을 연기하면서 개인 방송을 진행하고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꽤 능숙하게 소화했다. 이는 직접 인터넷 방송을 찾아보며 비제이들의 입담과 제스처, 말투 등을 참고하며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해내려고 한 고건한의 세심한 노력의 결과였다.
“유튜브나 아프리카TV 같은 걸 본적이 없었다. 이번에 유튜버나 개인 방송하시는 분들 영상을 많이 보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개인 방송하시는 분들 중에 텐션높은 사람들의 바이브 를 많이 참고했다. 제 텐션 자체가 높지 않고 차분한 편인데 그래서 제임스 한 같이 재밌고 유쾌한 역할을 했을 때 잠재력이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제임스 한은 도하를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만들고, 여자친구 태인과의 다툼을 유발시킨 장본인으로 영화에서 빌런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고건한은 관객들이 제임스 한의 귀여운 면모를 찾아봐주길 소망했다.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울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귀엽다. 상대방에 대한 영향을 받고 리액션에 강한 사람 같다. 내면적으로 결핍도 있고 타인의 반응에 민감한 친구라 귀엽게 봐주시면 좋겠다.”
2011년 연극 ‘안티고네’로 본격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고건한은 올해 데뷔 12년차 배우다. 그는 해를 거듭할수록 깊어지는 연기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연기활동을 이어가면서 잃고 싶지 않은 바람을 언급했다.
“본질적인 생각이라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말로 표현하자면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잃어버리기 쉬운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면 열정만이라도 잃지 말자는 생각이 있다. ‘옛날에 내가 가진 마음은 뭘까.’ 이런 것을 늘 생각하면서도 결국 힘든 일이 닥치면 까먹게 되고 세월이 지나면 옅어지기 마련이더라. 최소한 이 일을 하면서 열정만은 잃지 말자가 중요하고 이 일이 감사한 일이라 여겨진다. 많은 사람한테 어떤 걸 줄 수 있어서 그것만은 잊지 말고 열정을 갖고 하자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더불어 고건한은 연기를 쉼없이 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으로 가족을 꼽았다. 가족은 고건한에게 가까이서든 멀리서든 늘 힘이 돼주는 존재이다.
“나이가 변할 때마다 달라지는 것 같은데 요즘은 가족의 힘을 많이 받는다. 지금 서른여섯에 서는 가족이 큰 원동력이 되는 시기인 것 같다. 뒤에서 지켜보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고 건강하시니까 가능한 일이고 저는 무언의 힘들이 좋다. 직접적으로 주는 힘도 좋지만 어디선가 느껴지는 힘이 느껴지면 오히려 더 힘을 받는다.”
고건한은 ‘롱디’는 꼭 극장에서 관람해야하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에너지를 ‘롱디’와 함께 체험하기를 바랐다.
“극장을 가는 게 드문 일이 돼버린 것 같다. 저는 최근에 시간이 비거나 쉴 때 혼자 극장가는 날이 많았는데 갔다 오면 굉장히 위안을 얻는다. 불이 꺼지고 두 시간 정도 영화를 보는 시간이 나를 보는 시간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극장이 주는 힘을 느꼈으면 좋겠고 ‘롱디’는 즐겁고 가볍고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라 좋은 사람과 같이 보면 더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어서 극장에서 보셨으면 좋겠다.”
고건한에게 ‘롱디’는 청춘 같은 영화다. 촬영을 마친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다시 꺼내보면 행복한 기억들이 되살아난다고. 그 순간의 경험들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는 고건한이다.
“‘롱디’는 저한테 어떻게 보면 큰 영화다. 잘 됐으면 좋겠고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서 다시 봐도 유쾌하고 즐겁고 어떤 부분에서는 강렬한 부분으로 남을 것 같다. 촬영기간은 짧았지만 그만큼 그 안에서 뜨거움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청춘의 한 자락에 있는 느낌일 것 같다.”
고건한은 장동윤, 박유나와 함께 무대 인사를 다니며 관객들과 만나는 시간도 갖게 됐다. 영화 개봉 전 만난 고건한은 무대인사 일정을 앞두고 설렘과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팬이라는 개념이 저한테는 구체적이지 않아서 은연중에 설렘이 있다. 꾸준히 저의 연기를 봐주신 분이 있고 응원해주시고 제 일을 바라봐주고 있다는 점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실질적으로 만나게 된다면 설렐 것 같고 기회가 된다면 감사하다는 말을 전달해드리고 싶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