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달' 이시우, 불안전함을 즐길 줄 아는 배우[인터뷰]
입력 2023. 05.19. 16:22:08

이시우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이시우가 때로는 낯설게 때로는 신선하게 다가와 대중의 곁에 스며들었다.

지난 9일 종영한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종이달’(극본 노윤수, 연출 유종선·정원희)은 숨 막히는 일상을 살던 유이화(김서형)가 은행 VIP 고객들의 돈을 횡령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서스펜스 드라마. 이시우는 극 중 유이화와 사랑에 빠지는 영화감독 지망생 윤민재 역으로 분했다.

촬영이 끝나고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서 완성된 ‘종이달’은 매 회 예측 불가 전개와 현실에서 튀어나온 듯한 배우들의 열연으로 단숨에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직접 연기를 한 입장이기에 더 긴장되고 설레었다는 이시우는 매 주 빠짐없이 챙겨봤다.

“촬영은 작년 7월에 시작해서 12월에 마치고 서너 달 방영을 기다렸다. 긴 기다림 끝에 많이 기대하던 작품이 나왔고 이제 끝났는데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고 기분 좋다. 긴장감 있게 봤는데 4화까지는 민망해서 집에서 잘 못 봤고 5화 지나고 부터는 편해져서 가족들이랑 같이 봤다.”

데뷔 이래 첫 주연을 맡은 이시우는 더 고민과 책임의 무게를 느꼈다고. 동정심을 유발하다가 태도를 돌변해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 민재는 다면적인 인물이었다. 그를 표현하기 위해 이시우는 촬영 전 마음가짐부터 달리했다.

“20대 때 내가 언제 또 민재 같은 인물을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욕심이 났다. (캐스팅 소식을 접하고) 얼떨떨했다. 하루 정도 기분 좋다가 그 다음부터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니까 어떻게 풀어나갈지, 나만 잘하면 된다는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극 초반 민재의 삶은 무거운 짐처럼 힘겨웠다. 그는 도움은커녕 모욕적인 언행을 서슴지 않는 할아버지와 빚을 남겨둔 아버지로 인해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은 끝에 민재는 감독으로서 성공하고 근사한 청년으로 성장한다. 이시우는 주변 상황이 달라지면서 은근히 변화하는 민재를 자연스럽게 녹아냈다.

“비에 젖은 유기견 같은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누구한테서도 도움받지 못하고 보호받을 수 없는 인물이라 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1부부터 10부까지 변화하는 모습은 민재가 처해있는 상황이 달라지고 입지가 달라지다보니 입고 다니는 옷, 헤어스타일도 바뀌는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다. 민재가 본인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순수하게 그 순간에 느껴지는 대로 이야기하는 친구로 집중했다.”


이시우는 민재와 이화의 첫 만남부터 이화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순간의 감정들을 밀도있게 그려냈다. 이화를 향해 꿀 떨어지는 눈빛을 장착한 초반과 달리 이화를 바라보는 눈빛과 태도가 점차 변하는 권태로운 모습까지도 세밀히 담은 바. 민재의 감정선을 이해하기 위해 이시우는 오히려 힘을 빼고 몰입하려고 했다. 이에 이시우는 순수하게 온전히 이화를 사랑했던 민재에게도 더 애정을 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고 이해하려고 하면 힘들어지더라. 그래서 정말 순수하게 사랑한다는 생각을 하고 연기했다. 민재가 변화하는 것들도 이해되더라. 순수하기 때문에 변화할 수 있다.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만 인간다움이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둘 다 편하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연기하면서 더 마음이 갔던 건 초반의 민재였다. 배우로서 더 순수하고 모습이 마음에 갔다.”

이시우는 ‘종이달’ 촬영장을 배움의 현장이라고 표현했다. 집중하기 위해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아도 그는 상대 배우이자 선배였던 김서형을 바라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이입할 수 있었다. 덕분에 이시우는 작은 것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였을 때 달라지는 세심한 연기 포인트들을 몸소 체감했다.

“그 순간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다. 집중한다는 게 대단한 게 아니고 무언가 방해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것 같다. 무엇보다 (김서형)선배님 호흡에 잘 따라가다 보니까 조금씩 수월해졌다. 제 신 촬영이 아닐 때 모니터도 많이 보고 공부도 됐다. 재밌는 건 현장에서 직접 봤던 연기랑 카메라에 담겨서 방영됐을 때 연기는 다르더라. 선배님은 카메라에 작은 것 하나까지 잡아내는데 그런 디테일까지 챙기시는 것을 방송으로 보면서 ‘이런 연기도 하셨구나’하고 한 번 더 놀랐다.”


우연한 기회로 연기를 접한 이시우는 대학교에서도 연기를 전공했다. 10대에서 20대로 넘어온 시간을 연기와 함께한 그는 연기로 인해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채울 수 있었다. 연기가 주는 재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시우는 ‘스스로에 대한 발견’이라고 밝혔다.

“연기를 할 때마다 인물은 바뀌지만 연기하는 사람은 저고 재료도 저니까. 연기를 할 때 마다 발견하는 것 같다. 제 스스로 모습 부정적인 모습, 두려움, 방어하고 있는 것들을 발견하는 게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너무 즐겁다. 연기를 안 했으면 나 자신에 대해 돌이켜보고 깊게 생각했을까? 그렇지 못했을 것 같고 연기하면서 그런 과정을 겪어나가는 게 재밌더라. 나 자신을 발견해가는 과정 중 하나라 그 부분이 연기의 매력같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재미를 느낀다는 이시우는 연기 앞에서 만큼은 순수한 청년 그 자체였다. 지칠 줄 모르게 연기고민 하던 시절을 회상하며 이시우는 눈을 반짝 빛냈다. 그는 연기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표현해내기까지의 모든 순간을 사랑했다.

“제가 배우를 안 하게 돼도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 같은데. ‘치열하게 하자’다. 그래야 재밌더라. 학교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게 있다. 대사에 적혀있는‘...’이 뭘까 같이 연기하는 친구랑 며칠을 고민하고 그런 작업들이 너무 재밌었다. 끈질기게 고민하고 집요하게 고민하는 순간에 즐거움을 느껴서 그 열정을 잃지 않으려 한다.”


이시우는 뚜렷한 인생관도 밝혔다. 촬영장 안팎의 삶은 명확히 구분 짓고자 한다는 그는 배우로서 최선을 다하지만 동시에 일상의 삶도 소홀함 없이 챙기려 한다고 설명했다. 일과 삶의 경계에서 어느 한 쪽에 지나치게 치우쳐지지 않도록 균형있는 삶을 꿈꿨다.

“처음에는 마냥 재밌었다. 대학교 1, 2학년 때는 연기가 삶의 전부였다. 밤새 연기 이야기만 했는데 요즘은 그렇지만은 않다. 열심히 하지 않는다기보다 할 때는 정말 치열하게 하지만 거기에 잡아먹히지 않고 삶의 일부로 생각하려고 한다. 배우로서의 성공이 삶의 목표가 돼버리면 만약에 그렇지 못하면 제 스스로 실패한 인생으로 느낄 수 있겠더라. 제 삶을 균형있게 가지고 가는 고민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래야 삶의 균형이 맞춰지고 건강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연기를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은 그대로다.”

배우 이시우로서, 인간 이시우로서 가지고 있는 목표도 들어봤다. 그는 배우이기 전에 좋은 사람으로 나아가길 소망했다. 인생 그래프에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지금, 25살 이시우가 하고 있는 고민과도 일맥상통한다.

“너무 많은데 요즘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배우다. 연기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까 저 혼자 잘되는 일이 아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남들한테 좋은 에너지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다. 25살 인간 이시우로서 목표는 조금 더 지혜로워지고 분별력을 기르는 것이 최대 관심사다. 이런 부분이 나아지면 연기는 당연히 더 좋아질 거라 확신한다. 통제력이라 할 수도 있겠다. 어느 순간 쉽게 내일을 좀 더 생각하는 것 같다. 지금 당장보다 오늘 이걸 하면 내일 후회할까 안 할까,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진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작년 보단 조금 더 어른이 돼가고 있는 것 같다.”

대중들에게 이시우는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을까.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잠시 흐른 정적 뒤 이어진 대답에서는 이시우의 당찬 각오와 패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안전하게 가고 싶지 않다. 배우마다 잘하는 게 있을 테고 그걸 알면 안전하게 갈 수 있지만 도전하고 실패하더라도 많이 부딪히면서 시도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배우를 직업으로 하지만 ‘저 배우는 정말 연기를 즐기는 구나. 연기를 재밌어하는 구나’를 제 연기를 통해서 느껴주시면 감사할 것 같고 앞으로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앤피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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