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기사' 송승헌, 틀을 깨고 보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인터뷰]
- 입력 2023. 05.23. 08:3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도전해보고 싶은 거요? 정말 많아요. 안 해봤던 캐릭터도 아직 많고요. 기존의 제 이미지를 깨는 작품들을 해보고 싶어요."
송승헌
데뷔 28년 차 배우 송승헌이 틀을 깨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연기의 재미를 이제야 마음껏 즐기고 있는 그다.
지난 1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감독 조의석)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김우빈)과 난민 '사월'(강유석)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송승헌은 천명그룹의 후계자 '류석' 역을 맡아 냉철한 악역으로 열연했다.
"사실 어릴 때는 '왜 악역을 굳이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었다. '택배기사'와 마찬가지로 '인간중독' 때도 좋은 반응도 있고, 좋지 않은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배우로서는 편해졌다. 최근 10년 간 그랬다. 20, 30대 때와는 달라졌다. '잘나 보이고 싶다'는 마음을 내려놓게 됐다. 그렇다 보니 훨씬 더 현장이 좋고 연기도 재밌더라. 안 해봤던 캐릭터에도 더 많이 시도하게 됐다."
송승헌이 연기한 류석은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혼란한 세상에서 산소를 무기로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의 유일한 후계자다.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심경을 내비치지 않는 냉철하고 고독한 인물이다.
송승헌은 연기에 주안점을 둔 부분에 대해 "다른 캐릭터에 비해 정적인 인물이다. 감독님이 류석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도록 보이려고 노력했다. 움직임도 최대한 줄였다. 딱 한신이 나오더라도 싸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생각보다 쉽진 않더라. 어려웠다"라고 털어놨다.
'택배기사'는 조의석 감독과 재회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송승헌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 두 사람은 신인 시절 영화 '일단 뛰어'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조 감독과는 20년 지기 친구다. 이 작품을 하게 된 계기도 조 감독 때문이기도 하다. 기획 단계부터 이야기를 들었었고, 대본이 어떻게 나오든 어떤 역할이든 하겠다고 했었다. 비중을 떠나서 조 감독에 대한 믿음이 컸기 때문에 무조건 출연하겠다고 했다."
사막화된 대한민국과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택배기사'는 CG(컴퓨터그래픽) 등 후반 작업이 많은 작품이었다. 대부분 블루스크린 앞에서 촬영한 송승헌은 "처음에는 저를 포함해 대부분의 배우들이 어색해하더라. 공간이 주는 분위기가 있지 않나. 90% 이상이 블루스크린이나 뻥 뚫린 곳에서 촬영을 했는데 처음에는 그런 분위기가 적응이 안 됐다.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서 공간을 상상하며 연기했다. 이후에 완성된 걸 봤는데 '우리나라가 많이 발전했구나' 싶더라"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6부작으로 제작된 드라마 '택배기사'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이윤균 작가가 연재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두툼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캐스팅 단계부터 기대가 높았던 작품. 하지만 공개 직후 원작 팬덤과 국내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다만, 해외 성적은 준수한 편이다. 지난 17일 ‘넷플릭스 톱 10 웹사이트’에 따르면 ‘택배기사’는 공개 단 사흘 만에 3122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올라섰다. 국가별로는 한국을 비롯,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이집트, 홍콩, 필리핀, 브라질 등 65개 나라의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송승헌은 혹평에 대해 "원작이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기대가 더 높으신 것 같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가 됐을 때 호평보다는 혹평이 많은 경우가 더 많지 않나. 원작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다행히 해외 시청자들은 세계관을 신선하게 봐주신 것 같다. 국내 시청자들은 분석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해외 시청자 분들은 조금 더 오락물로 봐주시는 것 같다. 그런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택배기사'를 마친 송승헌은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예정. 그의 차기작은 최근 촬영을 마친 미스터리 스릴러 ‘히든 페이스’다.
"캐릭터 때문에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주저하는 건 없다. 파격적인 악역도 재밌을 것 같다. '히든 페이스'에서 맡은 역할도 파격적이다. 기대해 달라."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