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리 '열정 페이' 논란과 미흡한 대처
- 입력 2023. 05.23. 09:39:32
- [유진모 칼럼] 가수 강민경에 이어 배우 김태리도 '열정 페이' 논란에 휘말렸다.
김태리
김태리는 지난해부터 소속사 매니지먼트mmm과 함께 브이로그 '거기가 여긴가'를 서비스하고 있다. 그녀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세계 각국의 팬들에게 자국의 언어로 번역해 줄 재능 기부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이에 많은 사람들이 비난을 보내자 글을 삭제했다.
김태리는 "1년이 지나 에피소드3 영어 자막을 드린다. 에피소드4는 정말 빠른 시간 안에 드릴 수 있을 것 같으니 기대 많이 해 달라. 이번엔 새로운 공지 사항이 있다. 태리의 자막 제작 스피드가 너무나 가슴 답답하여 '내가 하면 금방인데?' 생각하며 직접 번역에 뛰어들고 싶으신 각국의 숨은 실력자 분들이 혹시 계시지 않을까? 그래서 이름하야 '이 번역이 거긴가?'이다. 이 프로젝트는 재능 기부로 이뤄진다. 자막이 완성된다면 원하시는 분에 한해 이메일 또는 누리소통망 아이디를 자막 말미에 넣어준다."라며 자원 봉사를 제안했다.
mmm의 사과문을 보자. "‘거기가 여긴가’의 모든 영상물에서는 광고를 포함한 그 어떠한 수익이 창출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누군가의 마음을 수익 창출과 견주는 것 또한 아닙니다. 김태리가 ‘거기가 어딘가’를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첫 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현재 진행하는 영어 자막까지 오직 팬들을 위한 마음 하나였습니다. 다양한 언어 자막 번역에 대한 도움을 요청드린 것 역시 더 많은 해외 팬들이 영상을 즐겨 주셨으면 하는 마음만으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마음과는 다르게 저희의 부족함으로 다수의 분들에게 불편함을 드리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결단코 ‘거기가 여긴가’의 모든 과정에서 누군가의 마음이 옳지 않게 쓰이는 것을 바란 적이 없고, 지극히 당연하게 지급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정당하게 지급 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이 계신다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죄송한 말씀 전합니다."가 골자이다.
사과라는 것에는 갖추어야 할 필수적 요건이라는 게 있다. 첫째, 잘못해야 사과가 있을 수 있다. 둘째, 그래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하게 번지수를 찾아야 한다. 셋째, 무조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되, 어떤 점을 잘못했는지 적확하게 짚어야 한다.
mmm의 사과문에서 이러한 조건을 찾을 수 있나? 왜 비난이 그치지 않는지 금세 깨달을 수 있다. 논란의 본질을 살펴 보자. mmm은 '여기가 어딘가'에서 전혀 수익 창출이 되지 않고 오직 팬 서비스 차원에서 김태리가 순수하게 시작했고, 지금까지 진행되어 왔음을 알렸다. 그 점을 굉장히 강조했다.
'거기가 여긴가'는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라 김태리가 자발적으로, 혹은 소속사와의 협의에 의해 진행되어 왔다. 겉으로 드러난 의도는 팬 서비스이다. 팬들과의 소통이기도 하다. 목적이야 어찌 되었든 브이로그로 인해 자신을 홍보하는 효과를 보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거기가 여긴가'로 인해 발생하는 직접적인 수입은 없을지언정 그로 인해 전 세계 팬들에게 김태리의 존재와 매력을 알림으로써 몸값을 올리거나 최소한 유지하는 효과는 충분히 파생된다는 의견에 대해 딴죽을 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작비가 크게 드는 것도 아니다. 팬 서비스 차원에서, 혹은 자신의 홍보 효과를 계산했을 때 결코 적자 계산서라고 할 수 없다. 팬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면 더한 것도 하는 게 요즘 스타들과 그 소속사들의 팬덤에 대한 보은의 당연한 행위이다. 게다가 다수 유튜버들의 브이로그의 시작은 자기 만족이었다.
mmm은 자선 기업이 아니다. 김태리 역시 자선 사업가가 아니다. 만약 김태리가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mmm의 주장대로 1년 동안 '거기가 여긴가'에서 수익 창출이 안 되었더라도 이 브이로그를 계속 진행할 수 있을까? 평범한 유튜버였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먼저 김태리의 행동이 경솔했다. 만약 그녀가 주도면밀하였다면 '빨리 빨리 자막을 만들어서 업로드해야 하는데 전혀 수익이 없어 거기에 경비를 댈 수 없는 속사정이 있다. 이해해 달라.'라는 식으로 팩트만 전했다면 국내외 팬들이 자원 봉사를 자처하고 나섰을 수도 있었다.
만약 김태리가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인력 지원 요청에 콧방귀는 있었을지언정 이토록 큰 비난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태리는 최소한의 인건비 제공을 제안했어야 마땅했다. 만약 경제적으로 인건비를 지급할 상황이 전혀 안 되었다면 자신의 선물을 준다든가, 자신의 작품 시사회에 참석할 권리를 준다든가, 자신과의 특별한 만남에 자격을 부여한다든가 등의 특혜를 제안했어야 했다.
mmm의 사과문의 결정적인 패착은 김태리의 코멘트가 없다는 것이다. 요즘 팬들은 소속사도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mmm 때문에 김태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과문에-직접 언급했든, 안 했든-'김태리는 이러쿵 저러쿵 사과했다.'라고 진정성 있는 코멘트를 작성해 삽입했어야 마땅했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